근대화, 세계화, 사회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평등, 인권, 법치, 헌법, 계급투쟁, 유물사관, 변증법, 상대성 이론, 핵분렬, 加水分解, 인수분해, 미적분, 인터넷, 반도체, 휴대폰, e-business, IT-2000 등등. 이런 명사들은 현재의 한국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개념어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전부가 외국, 대부분이 서구에서 만들어진 명사들입니다.
  
  이런 命詞들을 만든다는 것은 그 명사들을 통해서 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거나 영향권 아래에 둔다는 뜻입니다. 북한정권과 북한동포들의 오늘날 운명을 결정한 것은 서구에서 만들어진 사회주의란 명사, 그것이 제시한 어떤 공식이자 논리였습니다.
  
  후진국들은 선진국들이 만든 명사를 수입하여 형용사나 동사를 붙여 씁니다.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했을 때 '한국적'이란 형용사가 그런 예입니다. '민주주의를 추구한다' 또는 '민주주의에 반대한다'의 '추구한다'와 '반대한다'란 동사가 그런 예입니다. 아무리 좋은 형용사나 동사를 만들어도 명사를 만든 사람들의 영향권 안(또는 무대 위)에서 놀게 되어 있습니다. 형용사나 동사로는 독창성을 달성할 수 없으니까요.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에 우리가 잘 적응하지 못하고 외환위기를 만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세계화란 근대화와 국제화의 과정을 다 거친 서구 선진국이 만들어낸 명사입니다. 이 명사를 수입하여 이를 변용하든지(형용사) 이를 실천해야(동사)하는 후진국으로서는 서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국제투기자본은 세계화에 익숙한 서구 나라들이 만들어낸 것인데 그 명사가 세계화의 초입에 들어간 동아시아에 진출하여 동아시아의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동사). 동아시아가 국제투기자본이란 명사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수모를 당한 것입니다.
  
  한민족,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명사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글, 신라통일, 박정희식 근대화 모델, 주체사상, 北核문제, 한국전쟁, 6.29선언, 서울 올림픽, 재벌(chaebol), 김포공항, 그리고 최근의 평양드라마.
  
  세계사는 명사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지배해온 기록입니다. 명사란 오래 계속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민주주의, 변호사, 선거-이런 제도가 오래 되고 힘이 있는 명사입니다.
  
  명사를 만들어낼려면 이론이 있어야 합니다. 이론은 또한 일회성이 아닌 일관성에서 나옵니다. 일관성은 신념, 즉 가치관에서 나옵니다. 가치관은 철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철학하는 인간이란 자신의 신념 하나에만 의지하여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도 맞설 수 있는 인간입니다.
  
  신념이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으나 아는 것을 실천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知行合一이지요.
  
  예컨대 우리가 對北觀에 신념을 가지려면 북한에 대하여 정확히 알아야겠고, 아는대로 행동에 반영시켜야겠습니다. 북한에 대하여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대체로 북한정권에 대해서는 분노로써, 북한동포들에 대해서는 사랑으로써 대하려고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좌우익의 대결이 아니라 북한에 대하여 제대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북한에 대하여 감상적으로 환상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감상이나 환상은 현실인식이 부족한 것을 메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헌법정신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흡수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통일방안에 대하여 명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저들은 적화통일이란 명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평화통일이란 말을 쓰고 있지만 그 말에는 통일의 방법론만 들어 있지 가치관이 빠져 있습니다.
  
  저의 통일방안은 자유통일입니다. 북한동포를 자유롭게 하는 통일이지요. 또한 저의 통일방안은 正義통일입니다. 통일과정에서 정의가 구현되도록 하겠다는 의미이지요. 즉, 정의와 자유를 구현하는 통일-자유정의통일, 이것이 저의 名詞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