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에 방영된 미국 CBS의 인기 다큐멘터리 프로 식스티 미니츠(60Minutes)의 한국내 反美 운동을 다룬 15분짜리 프로를 오늘 오전에 보았다.
  
  시위대가 대형 성조기를 머리 위로 들고나와서 갈기 갈기 찢는 장면으로 시작된 프로였다. 미군 부대를 향하여 화염병을 던지는 反美 시위대, 살찐 한국 젊은이들이 '김정일보다도 부시가 더 위험하다'고 말하고, 미군 장교는 길을 가다가 한국인에게 칼로 찔렸던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미8군의 한 장성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친다.
  
  이 장성은 식스티 미니츠 프로의 기자가 집요하게 한국 反美 운동의 과격성을 들어 감상을 물어도 외교적 언사로 점잖게 이야기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 눈물은 '이런 배은망덕이 있을 수 있느냐'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성조기가 불태워지고 화염병이 날아들고 장교들이 외출 나갔다가 칼에 찔려 돌아오고 하는 이런 나라에서 미국 군인들이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꼭 있어야 하나'하는 억울함, 조국의 수모에 대한 애국시민의 분노, 그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책임자로서의 답답함이 섞인 눈물로 비쳐졌다.
  
  기자는 이 프로를 통해서, 남침당해 망하기 직전으로 몰린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미군을 보내 3만명 이상의 젊은 생명을 바친 미국에게 가해지는 한 이상한 나라의 행패를, 분노를 삭여가며 경멸조로 그리고 있었다. 만약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이 프로를 본 다음부터는 코리안이라면 무조건 외면하게 될 것 같았다. 감정이 마비된 인간이 아니라면 당장 자기 구역의 국회의원에게, 또 국방부에 전화를 걸어 '저 형편 없는 인간들을 왜 우리가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 지켜주어야 하느냐'라고 항의할 것이다.
  
  이 프로의 진행 기자는 한국은 이슬람 국가도, 프랑스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비꼬듯 말했다. 이 프로에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살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흘린 피 때문에 당신들은 그렇게 살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끼도록 하기 위함인가.
  
  한국인이 이 프로를 보는 것은 이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것이다. 다수 국민들이 '저 철부지들은 소수야'라고 말할지 모른다. 이제는 그런 변명을 할 때가 지났다. CBS 기자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反美 시위가 소수 한국인의 意思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국 전체의 여론이라고 전제한 뒤 프로를 이끌고 있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그 미국 기자는 바깥으로 드러난 시위, 화염병, 미군 패기, 의견 개진 등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국 기자가 한국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것이고. 침묵하는 다수의 견해는 행동하는 소수의 견해에 짓눌려버린다는 것을 이 프로가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침묵하는 다수는 필요없고 행동하는 소수가 더 귀중하다고 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조선일보
  
  [허버드] “촛불시위때 눈물보인 美8군사령관 이해”
  '성조기 불태운 장면 美국민에 큰 상처 남겨'
  '韓·美양국 냉정찾고 상호이해 노력해야'
  
  
   토머스 허버드(Hubbard)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찰스 캠블(Campbell) 주한 미8군 사령관이 9일 방영된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 도중 한국의 촛불시위에서 성조기(星條旗)가 찢기고 불태워진 부분에 대해 말하면서 눈물을 보인 것은 미국민의 감정적 대응이 아니며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허버드 대사는 “만일 미국에서 한국의 태극기가 불태워지는 장면을 한국민이 보았다면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캠블 사령관의 눈물은 슬픈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허버드 대사는 이날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가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한 청중으로부터 “미군 사령관이 촛불시위에 참석한 일부 과격 시위대의 성조기 방화를 둘러싸고 눈물을 보여 미국 내 반한(反韓)감정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같이 대답했다.
  
  그는 또 “CBS의 한국 촛불시위 보도가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보도는 아니었지만 ‘미군은 살인자’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한국 시위대가 성조기 세 개를 찢어 불태우고, 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졌다는 보도는 실제 발생했던 일”이라며 “이것이 미국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나타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버드 대사는 “솔직히 촛불시위 당시 저도 제가 사랑하는 성조기가 불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순간적으로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미군이 살인자라고 외치는 데 대해서는 가슴이 무척 아팠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모 방송은 제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을 증오한다(hate)’고 말했다고 했는데 이것은 ‘미국에 분개하는(resentful) 한국인들이 있다’는 말을 왜곡 보도한 것”이라면서 “증오와 분개라는 단어 사이에는 차이가 많다”고 지적했다.
  
  허버드 대사는 “이제는 한·미 양국이 냉정히 대응할 때이며,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고 서로가 파트너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상호 이해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CBS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이 지난 9일 저녁 방영한 ‘양키 고 홈(Yankee go home!)―한국의 반미정서’에서 캠블 주한 미8군사령관은 눈물을 보여 파문을 일으켰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밥 사이몬(Simon) 기자가 “미군기지에 화염병이 던져지고, 미국 국기가 태워지고 있다. 미국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보면 ‘거기(한국)서 뭣하고 있나’ ‘한국인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철수하라’고 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데 대해 캠블 사령관은 “우리는 일시적 감정을 토대로 국가정책을 짜지 않는다. 우리는 국가 이익에 대한 고려를 토대로 미국의 정책을 만든다”고 말하면서 입술을 떨었고 눈에는 눈물이 비쳤다.
  
  캠블 사령관은 이어 기자가 “당신은 매우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미국기를 태우는 것을 보면 어떻게 느끼는가”고 재차 묻자 “나는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마음이 어떻겠는가. 그들(한국인들)이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군인으로 조국에 헌신하기로 한 우리의 역할은 (한국인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감정이 매우 북받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 프로그램에서 허바드 대사는 “미국인으로서 그런 장면(미국 국기가 불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면서 “양국은 이제 휴식을 취하고 잠시 멈춰 우리가 무엇을 공동으로 갖고 있는가를 분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더 두렵다고 말하는 한국 일부 젊은이들의 주장과 한국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미군 중령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사이몬 기자는 “미국은 3만7000명의 주한미군 유지를 위해 연간 30억달러를 쓰고 있는 데도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한국인들이 미국을 싫어한다”고 보도했다.
  
  (權景福기자 kkb@chosun.com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