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도 다 그렇겠지만 특히 안보 국방 분야에서는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면 위기가 닥쳤을 때 대혼란이 발생한다. 위기가 오면 국민들은 자동적으로 리더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를 살피고 거기에 준해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정권의 공갈 중 가장 심한 것은, 미국이 압박을 계속하면 휴전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것은 전쟁상태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한국은 지금 휴전중이지 終戰이 된 것이 아니다. 휴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유엔군과 중국 및 북한군 사이에 맺어진 휴전협정이다. 이 협정을 무효로 하겠다는 것은 전쟁상태로 돌아가겠다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전쟁하겠다는 이야기이다.
  
  휴전협정이 무효가 된 다음에는 국군이 북진하든, 북한군이 남침하든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된다. 인천 상륙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그렇다면 북한의 이런 공갈에 정부로서는 무슨 반응과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정일이가 심심해서 그렇게 한다든지, 휴전협정을 부인하면 우리도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든지, 그 말을 취소하지 않으면 對北지원을 중단하겠다든지.
  
  김대중 정부는 조국과 국민의 안전을 미국에만 맡겨두고 놀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안보를 남에게 맡겨두고는 그 남을 향해서 욕만 해대는 인간이나 조직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다. 김대중씨 때문에 똑똑하고 용기 있는 한국인 전체의 명예가 엉망이 되었다. 김대중씨는 정치인의 우스개를 상대로 고소까지 한 사람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그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김정일 정권은 이번 휴전협정 파기 위협으로써 전쟁을 하겠다는 뜻을 공식문서를 통해서 분명히 했다. 노무현 후보는 선거기간중 '전쟁이냐, 평화냐'라고 들이대면서 이회창 후보를 전쟁론자로 몰아붙였다. 盧후보의 그런 발언은 언젠가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만 이제라도 김정일을 전쟁광으로 단정하고 미국에 대한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아직 한번도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을 이야기한 적이 없는 미국을 전쟁론자로 보는 듯하다. '전쟁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전쟁전과자에게는 비굴하면서 전쟁전과자를 상대로 엄정한 태도를 취하려는 사람에게 전쟁론자라는 욕을 해댄 사람이 이틀 후에 국군의 최고사령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