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당한 공화국-서독內 슈타지」 발췌④
  
  ●1952년 西獨 인권변호사 발터 린제 박사 납치, 모스크바에서 처형
  ●東獨 정권 붕괴 후 납치혐의로 수사에 들어간 사건은 444건
  ●서독으로 추방된 反체제 작가에게 폭탄테러, 심야전화 걸기, 포르노 물품 배달 등으로 갖은 스트레스를 주며 압박
  ●西獨 인권운동가들을 횡령·밀수범, 동성연애자,변태성욕자로 몰아 사임시켜
  ●국제사면위원회, 그린피스 등 NGO들도 적대시
  ●동구권內 민주화로 자멸의 길
  
  저자 후베르투스 크나베 독일연방정부 슈타지 文書연구소 연구원
  번역 金 周 一 前 朝鮮日報 논설위원, 駐헝가리 특파원
  
  KGB와 함께 서독 인권 변호사 납치, 처형
  
  1952년 7월7일, 아침 7시를 조금 지나 변호사 발터 린제 박사는 西베를린의 자택을 나와 리히터펠데-베스트 전철역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매일 아침 그렇듯이 린제 박사는 이날도 리히터펠데-베스트 역에서 전철을 타고 리마 슈트라세(路) 29번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일종의 인권단체인 자유 법률가 조사위원회(UFJ)에 몸을 담아 경제관계 法 전문가로 일하고 있었다.
  린제 박사는 이 무렵 베를린에서 개최될 국제 법률가 총회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20일 뒤에 있을 이번 총회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동독의 인권 침해 문제를 주된 테마로 다룰 예정이었다.
  길을 서두르고 있는 린제 박사에게 한 낯선 청년이 다가와 담뱃불을 청했다. 라이터를 찾기 위해 막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 순간, 이 사나이가 갑자기 린제 박사의 손목을 꽉 잡고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또 다른 사나이가 나타나 주먹으로 린제 박사의 관자놀이에 일격을 가했다. 그와 동시에 길가에 주차해 있던 택시가 문을 열어 놓은 채 쏜살같이 달려와 쓰러져 있는 그를 차 안으로 끌어들였다.
  동독 국가안전부(일명 슈타지)는 이렇게 해서 인권 변호사 린제 박사를 東베를린으로 납치했다. 린제 박사 납치작전은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소련 비밀경찰 KGB와 함께 계획한 것이었다. 슈타지는 수많은 前科(전과)가 있는 상습범들을 고용해 작전을 치렀으며, 이들은 그 代價로 각각 1000마르크의 사례금을 받았다. 슈타지는 이들 가운데 두목에 해당하는 범인은 작전수행을 위해 1주일 전에 형무소에서 석방시키기까지 했다.
  슈타지에 납치된 변호사 발터 린제 박사는 수개월에 걸쳐 심문을 받은 후, 1952년 12월, 소련으로 넘겨졌다. 소련 비밀경찰 KGB는 그렇게 넘겨받은 이 西베를린 변호사를 강요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여러 가지 죄를 자백케 하고는 1953년 12월15일 모스크바에서 처형해 버렸다.
  
  統獨 후 수사에 들어간 슈타지 납치 사건은 444건
  
  슈타지가 동독 공산정권에 비판적인 서독 인사를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방법으로 제거한 것은 린제 박사 납치, 처형사건 하나만이 아니었다. 특히 1950년대에는 그같은 납치사건은 「흔히 있던」 슈타지의 「범행 무기」였다.
  동독 내에서의 체제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면서 東獨정권에 대한 저항 운동도 점차 서독, 그 중에서도 특히 西베를린으로 옮겨갔고, 그러자 슈타지는 소위 「집중적인 공격」을 가해 이같은 저항을 제거하고자 했다.
  1989년까지 東獨으로 납치되어 간 서독인들은 수백 명에 이른다. 東獨정권 붕괴 후, 1997년 9월까지만도 납치혐의로 수사에 들어간 사건은 모두 444건이나 되었다.
  슈타지가 서독에서 자행한 범죄행위 관련자료들을 보면 끔찍한 운명을 겪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동독 공산당 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는 체제 비판자들이라 하더라도, 이들을 제거해 버리겠다는 결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동독 비밀경찰의 성격은 西베를린 기자 칼 빌헬름 프릭케를 납치한 바 있는 쿠르트 리트바겐의 회고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리트바겐은 1989년 4월, 그동안의 「간첩행위」를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프릭케는 슈테글리츠에 살고 있었다. 슈프링거(편집자注:디 벨트, 빌트 차이퉁紙 등을 발행하는 독일의 대표적 우파 언론 기업인. 좌파에선 그를 極右主義者로 보고 있음)는 여러 가지 정보와 자료들을 챙겨 나를 통해 자주 그(프릭케)에게 보냈다. 그 바람에 나는 그와 급속히 가까워졌다. 내가 가져다 준 이 정보자료들로 프릭케는 동독정권을 선동적으로 몰아붙이는 신문을 만들었다. 슈타지의 지시에 따라 나는 동료 한 사람과 함께 프릭케를 소포로 위장해 독일 민주공화국(동독)으로 보내야 했다. 이 위장 소포, 프릭케는 정식으로 통관절차를 거치는 등 규정을 지켜 국가 안전부에 전달되었다. 프릭케는 독일 민주공화국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이처럼 떠들썩하고 극적인 납치사건은 베를린 장벽 구축 후부터는 드물어졌다. 그렇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서독內 슈타지의 정치적 공격방향은 슈타지가 해체될 때까지 변치 않았다.
  
  슈타지의 공작은 서독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1970년대와 1980년, 슈타지는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파괴 공작」을 통해 동독 공산당 정권에 저항하는 反共·자유 인사들을 無力化(무력화)시키고자 했다.
  슈타지는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 동독 정권을 비판하는 서독 내의 모든 기관, 연구소, 그리고 개별적인 인사들을 정탐하고, 타도하려 했다. 1978년까지만 해도 슈타지가 「정치적, 이념적 파괴 활동의 중심」으로 분류해 타도 대상으로 삼은 서독內 기관 및 연구소는 113개소에 불과했다. 內獨部(우리의 통일부에 해당)를 비롯해서 방송사인 도이칠란트 풍크, 앰네스티 인터내셔날, 독일연방 정치교육 센터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5년에 와서는 225개의 연구소, 기관, 단체들로 늘어났다. 슈타지 총책 에리히 밀케는 이들 기관, 연구소 하나하나에 1대 1로 단위 정보기관을 붙였다.
  동독內 「정치적 지하조직(PUT)」을 후원하는 서독인들은 늘 슈타지의 감시대상이었다. 1989년 슈타지가 작성한 이들 명단에는 약 1400명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슈타지 본부가 만든 서독內 기관, 연구소, 단체관련 「적대적 대상 목록」에는 2만 개가 넘는 개별 카드가 들어 있었다. 슈타지는 조금만 기분이 나쁜 대상도 모두 敵으로 규정해 버렸다.
  西베를린 소재의 「인권침해 투쟁그룹」은 1950년대 동독 공산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모여 만든 인권단체인데, 슈타지 기록에 의하면 이 단체와 관련해서만도 64가지의 방대한 서류철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런 점은 사민당, 기민당, 자민당 등 서독 주요 정당들과 연방노조(DGB)의 동독관할 사무소들의 경우도 비슷했다.
  「스탈린主義 희생자 연합(VOS)」이라는 단체도 수십 년간 슈타지의 추적대상이 되었다. 그같은 추적은 1950년대 초기에는 「페스트」라는 작전명으로 나중에는 東獨 탈출자들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만든 「중앙 조정그룹」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다. 슈타지는 1981년까지 심지어 자신들의 첩자 쿠르트 틸레(간첩명 닐슨)를 「스탈린主義 희생자 연합(VOS)」 베를린 지부 총무로 심어 놓고는 이 단체소속 회원들을 감시했다.
  여기서 슈타지의 행동에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공격의 화살이 동독에서 축출된 몇몇 反체제 인사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독 민주주의 체제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동독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줄어든 것은 말할 필요없이 이와 관련한 슈타지의 제반 대응 조처에도 그 功(공)이 있다고 하겠다.
  
  슈타지의 反東獨 작가 괴롭히기
  
  슈타지가 얼마나 엄청난 열정을 쏟아 서독에서 활동하고 있는 反동독 인사들을 제거해 버리려 했는지는 작가 위르겐 푹스의 例가 잘 보여 주고 있다. 푹스의 작품들은 동독정권 권력자들의 마음에 거슬리는 내용들이었다.
  동독의 유명한 음유詩人 볼프 비어만이 反체제 활동을 이유로 국적을 박탈당하고, 그에 뒤따른 항의시위가 있은 직후인 1976년 11월 위르겐 푹스는 당국에 체포되었다.
  수개월에 걸친 심문 후, 그는 조국을 떠나 서독으로 가든지, 그것이 싫으면 장기간 감옥살이를 하든지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강요받았다. 1977년 슈타지는 푹스를 西베를린으로 추방했다. 추방에 앞서 슈타지는 그에게 이렇게 위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중에 또 우리들에게 시비를 걸면 그냥 안 둬! 서독은 물론 이 세상 어디까지라도 쫓아갈 거야. 흔한 게 자동차 사고야』
  예나 대학에서 쫓겨나면서 그리고 형무소 생활을 하면서, 위르겐 푹스는 東獨 공산당 정권의 속성을 속속들이 경험했다. 입만 열면 사회주의 유토피아라는 말을 떠벌리던 수사관이야말로 東獨 공산당 독재체제를 무자비하게 지탱해 나가는 당사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푹스가 사용할 수 있었던 무기는 단 한가지, 즉 문학작품이었다. 푹스는 이제 스스로 사건의 관찰자가 됨으로써 자신을 뒤쫓는 자들과 이제까지의 역할을 바꿨다. 그는 자신을 추적하는 東獨 정보 당국자들의 「공작」을 학문적인 관심을 갖고 관찰했으며, 그런 과정에서의 경험들을 머리 속에 담아 두었다가 후에 책으로 정리했다.
  푹스는 東獨정권 권력자들의 권력행사 메커니즘을 그런 식으로 全세계에 폭로함으로써 그들의 영원한 증오대상이 되었다. 그는 공산당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는 동독內 反체제 단체, 또는 反체제 인사들을 아주 노련한 방법으로 도왔다.
  푹스가 서독에서 그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나오자 슈타지는 1982년 「국가 반역죄性의 정보유출」과 「중대한 성격의 反국가적 선동, 비방」을 이유로 그에 대한 수사절차에 들어갔다. 1982년 당시, 서독 국민이 된 지 이미 5년이나 된 푹스를 상대로 동독 당국은 수배지시를 내렸고, 검찰 총장은 슈타지의 위임을 받아 그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렸다.
  푹스는 東獨으로부터 추방되어 西베를린에 거주하게 되면서 현지에서 암약하고 있는 슈타지 첩자로부터 조직적인 감시를 받았으며 전화 통화도 도청당했다.
  東獨에 남아 있는 푹스의 가족들도 여러 가지 「사건」들과 관련해 슈타지로부터 괴로움을 당하거나 위협을 받았다. 슈타지는 푹스가 東獨에 대한 「비방」을 중지하지 않으면 예나에 살고 있는 장모의 西獨 여행을 금지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던 푹스의 장모가 1982년 10월 두 번째로 당국의 출두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후 그녀는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가스레인지의 가스 연결 꼭지가 열려 있었다.
  
  西獨 작가연맹 이용
  
  의문의 사건은 계속되었다. 1986년 10월30일, 西베를린 시내 위르겐 푹스의 집 앞에 주차해 있던 승용차 트렁크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조각난 자동차 파편들은 지붕 위로 날아갔고, 화염은 30m 높이까지 치솟았다. 폭발 당시 푹스의 열두 살짜리 딸 릴리가 현장 가까이 있었지만 다행히 무사했다.
  한 문서에 따르면, 슈타지는 푹스를 「불안에 빠뜨리고,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 1982년 9월 한 달만도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특별 조처」를 취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한밤중에 익명의 전화를 건다거나, 주문하지도 않은 물품, 그 중에서도 특히 포르노 관련 물품을 멋대로 배달한다거나 한밤중에 그의 이름으로 콜택시를 부른다거나, 별의별 일을 다 꾸며 114 구조대를 부른다거나, 청소회사 또는 세탁소에 전화를 걸어 청소부를 부르고, 세탁물을 가지러 오게 하는 따위가 그런 것들이었다.
  슈타지는 이처럼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주어 푹스를 괴롭혔다. 그러면서 첩자를 통해 그 효과를 점검했다. 관련 보고서 말미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푹스는 계속적인 방해공작과 여러 가지 형태의 위협과 공포감 조성, 그리고 각양각색의 대대적인 우편물 공세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받거나 짜증을 냈다고 했다.
  1980년대 서독 작가연맹은 동독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인바 있다. 슈타지는 여기에도 개입했다. 열띤 논쟁 과정 속에서 위르겐 푹스와 몇몇 유명 작가들이 연맹에서 탈퇴하고 말았는데, 당시 어떻게 해서 그같은 사태로까지 발전했는지 오늘날까지도 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東獨 공산당은 이 무렵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西獨 작가연맹을 최대한 이용하려던 때였다. 특히 평화운동을 위한 선동목적에 이용했으며, 조국을 등지고 西獨으로 망명한 동독 작가들이 가져다 주는 「해로운」 영향력을 막는 데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西獨 작가연맹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나는 서독 공산주의자들의 정치조직인 독일 공산당(DKP)을 통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독 작가동맹의 고위간부들에 의한 것이었다. 이 작가동맹 의장인 헤르만 칸트는 「마르틴」이라는 간첩명으로 오랫동안 슈타지를 위해 활동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1986년 5월 「西베를린市 작가연맹 활동 상황」에 관한 슈타지 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위르겐 푹스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위르겐 푹스, 그는 공화국을 저버리고 도망간 자다. 그리고 미쳐 날뛰는 골수 반공주의자다. 스스로는 자신을 동독 反체제 인사로 여기고 있다. 슈벵어와 부흐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의 反사회주의 행동이 있을 때마다 그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 東·西獨간 대화를 추구하는 西베를린 작가연맹의 새로운 회장단에 선출되고자 애씀. 이 선거에서 그가 43표라는 높은 득표를 보인 것은 이 작가연맹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증거임>
  
  이간책
  
  1980년대 후반, 슈타지는 동독 공산당을 비판하는 예나 출신의 롤란트 얀 역시 위험한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제적되고, 후에 체포되어 형무소 생활까지 한 그는 1983년 서독으로 추방되었다.
  조국에서 추방당한 얀은 西베를린을 무대로 동독內 평화운동과 환경운동, 그리고 인권운동 그룹들을 열심히 지원했다. 슈타지는 예나 출신의 다른 망명자들과 마찬가지로 「바인베르크」라는 작전명으로 롤란트 얀을 추적, 압력을 가했다.
  슈타지 소속의 30개가 넘는 단위 정보부서들이 주무부서인 슈타지 본부 제20국 제5과를 지원했다.
  1987년 12월22일, 東베를린市 중앙구 법원은 슈타지의 위임을 받아 롤란트 얀에 대한 구금 영장을 발부했다. 「동독內 인사들과의 관계를 이용해 적대적이고 부정적인 세력들의 활동과 관련한 소식과 국가기관들의 대응조처」를 탐지해 서독의 대중매체들에게 넘겨 주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슈타지는 그러나 얀을 체포할 수가 없게 되자, 3週 후 東베를린에서 저명한 민권 운동가들을 체포했다. 롤란트 얀과의 관계 등 국가 반역죄로 법정에 세우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동독內 反체제 운동史에서 중대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슈타지가 동독의 유명한 민권 운동가들을 체포한 것은 서독에서 활동하고 있는 反동독 인사들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같은 목적 실현을 위해 「국가의 敵인 푹스와 얀」은 슈타지 본부의 끊임없는 추적대상이 되었다.
  롤란트 얀의 경우, 슈타지는 특히 그가 전화와 관련해 어떤 행동양식을 보이는지, 특별 분석보고서까지 작성했는데, 그것은 그가 대개 언제 집에 머물러 있으며,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지를 알아내는 데 목적이 있었다.
  슈타지는 롤란트 얀 한 사람에게만도 20명이 넘는 첩자를 붙여 놓고 있었다. 슈타지에게는 이들의 정치적 발언과 실질적인 행동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생활환경까지도 커다란 관심사가 되었다. 하이코라는 가명의 슈타지 첩자는 롤란트 얀을 정탐하기 위해 동독으로부터 일부러 그가 살고 있는 西베를린 크리오츠베르크 지역으로 이사했다.
  슈타지는 롤란트 얀을 無力化하기 위해 여러 가지 파괴 방안을 동원, 실행했다. 슈타지는 우선 뚜렷한 목표下에 동독內 反체제 인사들과 서독 언론인들 사이에서 그가 누려 오던 명성을 훼손, 추락시키고자 온갖 노력을 다했다.
  1987년 계속해서 익명으로 된 일련의 편지들이 나돌았는데, 이 편지들은 얀과 알고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를 비방하고 상종하지 못할 사람으로 모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해 5월 얀의 부모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한 「친구」로부터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이 편지에는 얀이 자기 부모에게 한 말이라면서 민망할 정도로 거북한 내용의 표현이 인용되어 있었다.
  롤란트 얀은 물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슈타지의 파괴적인 공작은 끝을 몰랐던 것이다.
  같은 해 10월, 동독 재야 세력의 본거지인 東베를린 所在 환경 관련 도서관에 발신자가 서독 代案세력(AL)으로 된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편지에는 얀이 서독 기민당(CDU)內 우파 정치인들과 긴밀히 협력해 일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 있었다.
  이 발신자는 그같은 정보를 사실로 믿게 하기 위해 또 한 장의 편지 일부를 복사해 함께 보냈는데, 내용인즉, 얀을 곧 기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에 소개시켜 알고 지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西베를린에 살고 있는 예나 출신의 얀 친구들도 얀을 상종 못 할 사람으로 비방한 편지를 받았다.
  
  反共 인사관련 보도 왜곡 위해 「언론인 간첩」 투입 시도
  
  슈타지는 東獨의 저명한 詩人이자 反共 인사인 볼프 비어만을 상대로 싸우고, 탄압하고 압력을 가하는 데도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았다. 그가 東獨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西獨으로 추방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슈타지는 1965년부터 문화계 담당인 제20국 제7과를 통해 서정詩人이라는 工作名(공작명)으로 비어만을 감시, 탄압해 왔다. 1970년대 초부터는 제20국 이외의 다른 국들도 중앙 통합작전의 일환으로 그에 대한 조직적인 파괴공작에 참여했다.
  1976년 11월, 東獨 공산당 지도부는 마침내 비어만의 東獨 국적을 박탈해 버렸다. 그 뒤부터는 지하 정치활동 담당 부서인 제20국의 소위 작전 그룹이 총책임을 맡았다.
  슈타지는 이미 1969년부터 계획을 세워, 정보원들로 하여금 비어만의 對서독 접촉을 정탐하도록 했다. 음유詩人인 비어만의 노래와 가사를 처음 출판한 클라우스 바겐바흐社가 우선 총체적인 감시, 정탐대상이 되었다. 함부르크에 살고 있는 비어만의 어머니까지도 여러 가지 면에서 감시받고 추적당했다.
  그 2년 후 이미 슈타지는 여덟 명의 서독인들을 거명하면서, 그들이 직·간접으로 비어만의 부정적인 문학작품과 적대적인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 모두 東獨 입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슈타지의 팔이 얼마나 멀리까지 뻗쳤는가 하는 점은 비어만의 적대적 영향력을 잠재우기 위해 작성한 플랜을 보면 잘 알게 된다. 이 플랜에서 슈타지는 서독에서 암약하는 첩자들을 통해 출판인들 간에 不和를 조성하고 비어만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합한 언론인 간첩을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언론인의 과제는 비어만의 발언 의미를 왜곡해서 매체에 보도하는 것이었다.
  슈타지는 시민권 박탈 이후에도 계속 비어만의 뒤를 밟았다. 슈타지의 월례 보고서를 보면 그들은 비어만의 일반 국민들에 대한 영향력이 감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만족감을 표명하고 있다. 슈타지는 비어만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그의 재정상태, 음반회사와의 문제, 그리고 그가 처한 개인적인 상황들에 관해서도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보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런저런 종류의 많은 정보를 넘겨 주는 사람은 프랑크푸르트 居住의 작사, 작곡가 디터 뎀과 그의 반려자인 크리스타 데소이였다. 크리스타 데소이와 디터 뎀은 각각 크리스타와 빌리라는 간첩명으로 슈타지의 정보원 노릇을 한 사람들이다.
  서독에서 암약하는 슈타지 요원들은 동독에서 추방된 反체제 인사들만을 감시하고 추적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동독에 산 적이 없는 서독 국민들도 동독 공산당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만 하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감시, 협박했다.
  
  東獨에 비판적인 서독인 人權운동가에 대한 음해 공작
  
  前 西베를린 작가협회 회장 한네스 슈벵어가 그 경우였다. 슈벵어는 1976년 11월 동독의 음유詩人 볼프 비어만이 국적을 박탈당하고 서독으로 추방된 후, 좌파 성향의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 창설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위원회는 당시 투옥 중에 있는 40여 명의 동독 反체제 인사들, 이를테면 위르겐 푹스, 토머스 아우어바흐, 크리스티안 쿠네르트, 게룰프 파나하 등 다양한 형태의 마르크스主義者들의 석방을 위해 적극 활동했다. 이들은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동독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에는 서독의 저명한 문인, 예술가, 노조간부, 교회 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하인리히 뵐, 로미 슈나이더, 오토 쉴리, 하인리히 알베르츠, 로베르트 융크, 막스 프리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었다. 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이들 동독 反체제 인사들의 근황과 관련한 정보를 언론에 제공했으며 이들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
  슈타지는 「콘쳅트」라는 작전명으로 이 위원회에 대한 공격을 펴나갔다. 위원회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 일은 우선 西베를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던 한스-크리스토프 부흐홀츠가 맡았다. 부흐홀츠는 1993년 슈타지 첩자로 그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西베를린 지구 사민당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고문직을 맡고 있었다.
  1977년 11월, 관할부서인 슈타지 제20국 제5과는 한네스 슈벵어 박사에 대한 공작활동 방안을 만들었다.
  공작활동 방안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이렇다.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 內에서의 슈벵어의 행동은 독일 연방노조 간부, 西베를린 작가협회 회장, 造形예술협회 총무, 그리고 사민당(SPD) 당원으로서의 그의 정치적 활동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적절한 조처를 통해 西베를린 시민들 사이는 물론 그가 관련된 기관, 조직들內에 퍼뜨리도록 한다.
  현지 첩자들은 슈벵어를 비방하는 소문들을 퍼뜨리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를테면 슈타지가 주도한 동독 反체제 인사 체포도 슈벵어에게 그 책임을 돌리게 하고, 그의 서투르기 짝이 없는 행동 때문에 동독인들이 오히려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펴게 했다.
  그 밖에 또 이들 첩자들은 자유 베를린 대학과 연방노조 西베를린市 지부 간부들을 상대로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 內에서의 슈벵어의 행동 때문에 사민당과 연방노조의 평판이 훼손되고 있다는 투의 전단을 돌리는 임무도 받았다. 이같은 조처를 통해 슈벵어가 회원으로 속해 있는 기관과 단체들의 간부들을 슈벵어와 대립 관계로 몰아가도록 강요하기 위해서였다. 슈타지는 또 첩자를 동원해 슈벵어를 연방 범죄수사국에 수배 중에 있는 테러리스트의 연락책으로 밀고하도록 했다.
  1978년 3월 슈타지는 슈벵어 박사를 범법자로 꾸미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적당한 간첩을 투입해 슈벵어가 사민당원들을 비롯해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 회원들, 그리고 그를 아는 西베를린 정계인사들 사이에서 더는 간부로 인정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서독 인권운동가 이름으로 포르노 상품 주문
  
  슈타지가 노린 것은 슈벵어를 지도적 인사로서는 부적격한 인물로 보이게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 위원들을 슈벵어와 이간시키는 것이었다. 슈벵어가 간부로 일하고 있는 사민당 지구당 당원들에게 그를 비방하는 내용의 편지 50장을 보내도록 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슈타지는 이 편지에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에 들어온 기부금을 슈벵어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實在하지도 않는 西베를린 주민의 이름을 이용해 슈벵어가 東베를린의 프리드리히 슈트라세에서 대량의 면세품을 구입해 西베를린으로 밀반입했다고 西베를린 세관에 고발하는 편지도 보낼 계획이었다.
  그 다음 단계로 슈타지는 슈벵어를 비방·모욕하고, 동성연애자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포르노 사진들을 우송하기도 했다. 슈타지가 작성한 슈벵어 매도 방안의 내용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西베를린에서 발행하는 일간지에 슈벵어 자신이 한 것처럼 꾸며 누드 모델을 하고 싶다는 광고를 집 전화번호까지 곁들여 게재한다.
  그뿐이 아니다. 섹스 관련 통신판매 회사인 베아테 우제에도 그의 이름으로 각종 포르노 상품을 주문하고, 한 와인 도매상에도 다량의 와인을 주문하도록 했다.
  그리고 슈벵어가 회장으로 있는 조형예술가협회의 이름으로 대규모의 사무실 집기를 주문하는 계획도 세웠다.
  슈벵어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슈타지의 이같은 계획과 방안들은 그런 대로 효과가 있었다. 1978년 7월1일, 한네스 슈벵어는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그 얼마 후, 「자유와 사회주의를 지키는 위원회」가 만프레트 빌케 교수를 신임회장으로 선출하자 슈타지는 전임 회장의 경우와 비슷한 방법으로 그를 괴롭혔다.
  발터 로제노프라는 간첩명을 지닌 발터 휄켈은 헌법수호청에 빌케 교수를 극좌파 분자로 밀고하고 여성 첩자 마르티나는 마약퇴치 당국에 그를 마약 밀거래자로 고발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국제인권委 음해하기 위해 가짜 편지 유포
  
  동독 공산당 정권의 권력 범위를 멀리 벗어난 곳에서도 슈타지는 동독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조직들이 나타나면 예외 없이 위협을 가하고 나왔는데, 그 한 예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국제인권위원회에 대한 압박이었다.
  1972년에 창설된 이 국제인권위원회는 공산주의 국가들內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탄압에 맞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으며, 동독에 구금되어 있던 反체제 인사들과 동독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슈타지는 1976년부터 이 위원회를 敵으로서의 관찰 대상으로, 1979년부터는 「첸트랄레(센터)」라는 명칭의 중요한 공작 대상으로 간첩을 투입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작성된 관련문서들 가운데 60개가 넘는 서류철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1976년 4월에 작성된 공작방안에 따르면 슈타지의 목표는 국제인권위원회의 계획, 의도, 행동방안, 조직 및 구조 활동양식, 그 중에서도 특히 동독에 대한 적대적 행동 수단을 알아내고 非공식, 공식 조처를 통해 이 위원회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슈타지가 국제인권위원회를 적대적 관찰대상으로 간주한 직후부터 서독에는 이 위원회의 이름으로 된 위조편지들이 나돌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고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국제인권위원회는 西獨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들 노동자들이 서독에서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인권위원회를 찾게 된다는 의견만 밝히면 즉각 이들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이름이 도용된 가짜 편지였다.
  터키 노동자를 상대로 한 또 다른 위조 편지에서는 서독內의 각종 터키 노동자 단체들에 지원을 약속하면서, 서독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양각색의 인권침해 문제들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슈타지는 여러 해에 걸쳐 국제인권위원회에 첩자를 침투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슈타지의 목표는 이 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불신을 조장하고 서독 정계와 사회, 그리고 동독 주민들 사이에서의 이 인권단체에 대한 지지를 弱化시키는 데 있었다.
  이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슈타지는 조직적으로 국제인권위원회 간부회원들을 치욕스럽게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 위원회의 활동을 신뢰할 수 없는, 그리고 東·西 진영간 긴장완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매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슈타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공개했고, 政界는 물론 이 인권단체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련인사 및 단체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슈타지의 노력은 매번 성공을 거두었다. 이 인권단체에 오명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슈타지의 음모가 얼마나 광범위했는지는 1989년에 열린 독일 개신교 총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西베를린에서 개최된 개신교 총회는 국제인권위원회가 행사장 광장에 스탠드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와는 달리 동독 공산당 西베를린 지부의 활동은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허용했다. 1987년과 1989년 두 차례에 걸쳐 좌파세력들은 총회기간 중 이 인권위원회 대표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극우파로 위장해 인권단체 협박
  
  서독의 지방 소도시 립슈타트에서는 「저 너머로부터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Hvd)」라는 이름의 규모는 작지만 효과가 뚜렷한 인권단체가 동독內 反共 정치범 석방운동을 펼치고, 제2방송 ZDF를 통해 이들 정치범들의 호소를 방영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는데, 슈타지는 이 인권단체에 대해서도 국제인권위원회와 흡사하게 압박을 가했다.
  1977년 ZDF 방송 간부 게르하르트 뢰벤할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이 인권단체에 슈타지는 「콘트라」라는 이름의 공작으로 총 83명의 첩자들을 투입했다. 이 립슈타트 所在의 인권단체와 국제인권위원회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동원한 슈타지 본부요원만도 20명이나 되었다.
  1987년 4월에 작성한 공작방안에 따르면 슈타지의 목표는 이들 단체의 人的 기반을 뒤흔들어 고립시키고, 나아가서는 그 조직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1984년 12월에 개최된 제7차 Hvd 전국회의에 대해 슈타지가 보여 준 태도였다. 당시 이 회의와 관련해 슈타지가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는 슈타지 총책 밀케나, 아니면 그의 대리인에게 제출된, 아주 상세한 문서 초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문서는 Hvd 전국회의를 조직하는 간부들을 상대로 소위 극우파 세력의 테러 위협을 통해 겁을 주는 방법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실은 슈타지 자신의 위협을 극우파의 위협인 것처럼 위장한 것이었다.
  이같은 목적을 위해 슈타지는 행사가 있기 전, 언론사 기자들과 회의장 소유주, 그리고 립슈타트市 시장 등에게 다섯 차례나 익명으로 전화를 걸었다. 언제 폭탄테러가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협박 전화였다.
  마지막 단계로 슈타지는 이들 인권 그룹 회원들과 립슈타트市 주요 인사들에게 부고를 보냈다. 訃告(부고)의 내용인즉, 「우리는 인권단체 Hvd의 클라우스 페터 클라우젠 회장이 직무수행 중 예기치 않게, 돌연히 비극적인 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깊은 슬픔과 함께 전하는 바입니다. 장례식은 1984년 12월13일, 목요일, 오후 2시 립슈타트市 공동묘지 부속 홀에서 거행됩니다. 유가족 올림」
  슈타지가 노리는 것은 물론 이같은 협박을 통해 Hvd 전국대회 개최를 방해하고, 나아가 이 모임을 지원하는 사람들과 립슈타트市 관련 단체들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해 도움의 손길을 떼게 만드는 것이었다.
  
  국제사면委, 그린피스도 적대시
  
  슈타지의 공격대상은 東獨 공산정권을 진짜로 반대하는 사람들, 또는 반대한다고 추정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敵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다 보니 슈타지는 서독 到處에 위험과 공격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각양각색의 단체와 세력들을 적대적인 블랙 리스트에 올려 놓게 되었다. 毛澤東주의자, 트로츠키派, 이념적 진영을 초월하는 각종 평화운동 단체들, 프랑크푸르트 所在의 연방 기업청과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까지도 슈타지의 타도 대상이 되었다.
  슈타지가 敵으로 간주하고 있는 서독內의 그 길고 긴 명단 마지막에 올려 놓을 수 있는 것이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AI)다.
  국제사면위원회는 1977년부터 슈타지 본부가 직접 중앙 공작문서에 담아 관리해 오던 조직으로, 東獨에 대해서는 앞에 열거한 다른 그룹들과는 반대로 공개적인 항의가 아니라 조용한 외교에 중점을 두고 대처해 왔다.
  에리히 밀케는 1977년 슈타지 본부에서 소집한 정보기관 회의에서 직접 국제사면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공작적 처리를 지시했다. 다음해인 1978년 밀케는 한 모임에서의 연설을 통해 『일련의 인권단체들이 敵들의 본거지라는 정체를 밝히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슈타지의 주된 관심사는 국제사면위원회 조직과 회원국 지부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지부에 침투해 그들의 계획과 활동 내용을 알아내고 폭로하고, 이들과 맞서 효과적으로 투쟁하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슈타지의 특별한 관심대상이 되었던 곳은 런던 所在의 국제사면위원회 본부를 비롯해서 서독지부, 그리고 東獨과 관련이 있는 국가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부였다.
  슈타지는 이외에도 국제사면위원회가 여타의 적대적인 조직 및 기관들과 함께 협력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추적했다. 1970년대 말, 슈타지는 모두 합쳐 111명의 런던 본부 소속 정직원 및 명예직원과 사면위원회를 위해 일하는 68명의 서독인들을 블랙 리스트에 올려 놓고 뒤를 밟았다.
  1970년대 말, 국제사면위원회 명예회장직은 서독 자민당 소속 정치인이자 슈타지 본부 첩자였던 윌리엄 보름이 맡았다.
  1980년대 말, 東유럽 소련진영 국가들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던 개혁정책은 국제 사면위원회 문제와 관련해서도 동독 공산정권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東獨, 점점 고립되어 감
  
  東獨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계속된 유럽 안보협력회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인 인권문제와 관련, 교조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동맹국들로부터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었다.
  빈 회의는 1989년 1월 폐막 성명에서 앞으로는 인권 분야에서 非정부 기구(NGO)의 활동을 존중키로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담고 있는데, 이 결의문은 슈타지를 완전히 야연실색케 했다.
  그 뒤 얼마 후 작성한 슈타지 내부 문건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적고 있다.
  <1989년 2월, 우리들의 평가는 이러했다. 인권관련 조직들, 특히 국제사면위원회의 경우, 그것은 제국주의 정보기관들이 배후에서 지원하는 조직임이 분명하다. 이 조직의 주된 공격방향은 「사회주의 국가들과 진보적인 개발도상 국가들을 중상 모략」하는 데 있다>
  그러면서 슈타지는 東獨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도 오랫동안 자신들과 비슷한 의견을 지녀 왔었는데, 그동안 사회주의 국가들 내부에서 폭넓게 진행된 개혁 진행 결과, 이들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국제사면위원회에 대한 입장이 큰 변화를 보였다고 했다.
  그들은 이 NGO를 이제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슈타지 문건은 적고 있다.
  東獨 공산당 정권은 국제인권단체들에 대해 이제까지의 敵개념을 계속 고집함으로써 고립의 强度를 더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