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이 柔軟한 사람
  
   趙南俊 月刊朝鮮 부국장대우
  
   李鶴洙(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1등 기업인 삼성그룹 李健熙(이건희) 회장을 비유한 표현이 「물같이 柔軟(유연)한 사람」이다.
   물은 여러가지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와 함께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본 요소라는 점이다.
   그러나 李鶴洙 본부장은 '자기 주장을 하기보다 어느 그릇에 담아도 거부하지 않고 그릇의 모양을 따라가는 성질'을 말하고 싶었던 것같다. 네모진 그릇에 담기면 네모지게 보이고 세모그릇에 담기면 세모지게 보이는 특성 말이다. 어떤 전문경영인과도 宮合(궁합)을 잘 맞추고 신축성있게 상황에 대처할 줄 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이란 항상 平常(평상)을 유지하는 성질을 갖는다. 추운 세상이 오면 따뜻하게 느껴지고, 더운 세상이 오면 차갑게 느껴진다.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이 主見(주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 화를 내면 洪水(홍수)로 세상을 휩쓸어버리기도 하고, 旱魃(한발)로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단히 고맙고 무서운 존재지만, 평소에 사람들은 절대로 감사해 하거나 무서워 하지는 않는다. 있는 지, 없는 지조차 모른다.
   지도자란 물같은 존재여야 한다고 믿는다. 대단히 고맙고 무서운 존재지만, 있는 지, 없는 지조차 모르는 그런 사람 말이다. 불같은 존재여서는 안된다. 불은 많은 사람들에게 火傷(화상)을 입힌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람도 없어진다. 火傷을 입을까 두려워서다.
   특히 큰 조직의 지도자일수록 남을 깎아 내리고, 약점을 들추고, 비판하고, 화를 잘 내는 불같은 사람보다, 추어주고, 칭찬하고, 쓰다듬고, 보듬아 주는 물같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란 존재하는 것 자체가 「正負(정부)」의 기능을 갖는다.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발전을 가로막기도 한다. 어떤 존재도 이러한 正負의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 順기능과 逆기능이 있다. 언론은 말할 것 없고, 政府(정부)조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無政府主義者도 생겨났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물같은 존재」라는 인물을 기업의 總帥(총수)로 모시고 있는 삼성그룹 직원들은 대단히 행복한 사람들이다. 한국사람보다 행복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