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과기처 장관을 지내고 지금은 湖西대학 총장으로 있는 鄭根謨 박사는 경기중,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스물네살 때 미국 플로리다 교수가 되었다. 그는 또 프린스턴 대학교 핵융합연구소 연구원, MIT 핵공학과 연구원, 뉴욕 공대 핵물리학 교수로 재직했었고 요사이 북한 핵 문제로 각광을 받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었다. 그는 3년 동안 호서대학을 이끌면서 가장 성공한 지방대학으로 키웠다.
  
  오늘 鄭根謨 박사를 만나 북한 핵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만이 할 수 있는 아주 깊은 관찰과 지혜로운 해결책을 들려주었다. 그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쥔 것은 역시 중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연료, 식량을 많이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이 지원을 끊고 탈북자를 받아주기 시작하면 김정일 정권은 견디지 못하고 굴복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그런 힘을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우리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라고 말한다. 이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압력 수단이 臺灣이란 것이다.
  
  중국은 레이건, 부시(1세) 대통령 시절 두 차례 미국 정부에 부탁하여 대만의 핵개발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대만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으리라고 한다. 대만은 지금 유엔에도, NPT(핵확산금지조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어 핵개발을 한다고 해도 국제법적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
  
  鄭根謨 박사는 미국이 대만 카드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당신들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말리지 못한다면 우리도 대만의 핵무장을 말릴 생각이 없다'라고 이야기하란 것이다. 중국이 항의하면 미국은 이런 논리로 대응할 수 있다.
  
  '당신들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지 않나. 대만이 핵무장한 것은 중국이 핵무장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만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양해 사항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우리도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고 본다. 그러니 우리한테 부탁하지 말라. 우리도 북한 핵개발에 대해서 당신들의 신세를 지지 않겠다.'
  
  미국이 실제로 이런 압박을 중국에 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최근 중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넘기는 데 찬성했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 절망하고 있지만 망하지 않는 정도로는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때 한국이 중국에 대해서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鄭박사의 주장이다.
  
  김정일 정권이 무너져도 한국이 당장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약속, 북한 급변 사태 때 주한미군이 휴전선 이북으로 전개하지 않는다는 보장 같은 것이 아닐까(이 부분은 필자의 생각이다). 과거 중국은 한국을 한번 크게 도와준 적이 있었다.
  
  1991년에 중국은 한국의 단독 유엔 가입을 저지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김일성에게 전했다. 김일성-김정일 정권은 남북한이 유엔에 단일 의석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종래의 주장을 접고 동시가입으로 선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鄭根謨 박사는 지금이 위기이면서도 지혜롭게 생각하고 대응하면 호기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鄭박사는 金正日이 지난 해 네 번의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7월의 소위 경제개혁 조치, 신의주 특구 지정과 화난 중국에 의한 양빈의 구속, 고이즈미에게 일본인 납치 시인, 그리고 우라늄 농축 핵개발 계획 시인. 이 네 번의 결심은 모두 자충수가 되어 김정일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에 몰린 것은 한국이 아니라 김정일이란 시각이었다. 지금 김정일은 무엇을 얻지 못하면 對內的으로도 영 체면이 서지 않게 되어 초조할 것이다. 이 심리상태를 잘 이용할 필요도 있다.
  
  한국이 미국과 공조하고 중국과 상의하면서 이 상황을 슬기롭게 활용하면 김정일도, 핵무기도 없는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鄭박사의 주장이었다. 鄭박사는 정부가 북한 핵문제에 대처할 때 반드시 핵무기 전문 과학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핵무기 개발 문제는 정치적이면서도 과학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자의 이해가 있어야 생각이 깊어지고 (제네바 합의와 같은)실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