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3월4일자)
  제목은 여기서 다시 붙였다.
  
  
  [사설] 대화도 좋지만 ‘北 종교’ 實像 알아야
  
  
  3·1절 민족대회에 참석한 북한의 ‘종교인’들이 서울의 한 교회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 “민족공조, 외세배격”운운의 정치 선전을 하다 신도들의 항의를 받은 것은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되 대화 상대방의 실상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경종이 됐다.
  
  어느샌가 우리 사회에선 마치 북한에 진실된 종교와 종교인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들이 퍼지고 있다. 북한은 마르크스의 교리에 따라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다 1980년대 말 이후 대외·대남 활동에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종교시설’을 짓고 ‘종교인’을 양성했다. 결국 북한 정권이 양성한 종교와 종교인은 북한 주민의 정신적 구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남전략의 창구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우리는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그런 ‘종교인’들과도 대화하고 ‘종교행사’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에 ‘민간’이란 것이 있을 리 없지만 ‘남북 민간행사’라는 형식이 용인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다만 어떤 경우든 북한의 ‘종교인’과 ‘민간’이 본질적으로는 ‘대남 요원’일 수밖에 없는 북한의 실상을 우리 측 관계자들과 사회 전체가 정확히 인식하고 있을 때, 이번처럼 우리 교회가 정치선동의 장(場)으로 제공되는 일 없이 대북 관계를 진전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종교인’들은 또 서울에서 “한반도에 핵전쟁의 검은 구름을 몰아오는 것은 외세”라고 주장했다 한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위기는 북한의 핵폭탄 개발 때문에 생긴 문제다. 한반도에 핵전쟁의 먹구름을 몰아온 것은 외세에 앞서 북한인 것이다.
  
  이 같은 자명한 이치를 분명히 가리지 않은 채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은 북한 문제의 진실에 눈을 감고 우리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니며, 그 자체가 위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