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명계남의 광폭시민운동?
  
  
  인터넷(internet) 시민운동은 인터넷이라는 온라인(online) 매체를 통해 기존의 제도권 외부에서 집단적 행위를 통하여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거나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합적인 시도로 정의할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활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왔던 영화배우 명계남?문성근씨 등은 진성회원 중심의 인터넷 전사들을 주축으로, ▲조폭언론 진압단을 구성해 조선?중앙?동아 등 수구언론의 진실 왜곡을 보여주고 절독방법을 개발?안내하며 ▲평화돼지 분양사업을 통해 북한에 중유와 쌀을 제공하는 등 북한동포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온라인상에 ‘일망타진 게시판’, ‘으뜸과 꼴통’ 코너를 통해 잘하는 정치인과 부패?철새 정치인을 선정, 발표한다는 등의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조폭언론 진압단을 구성해 조선?중앙?동아 등 수구언론의 진실 왜곡을 보여주고 절독방법을 개발?안내하겠다는 주장은 참으로 무서운 혁명적인 발상이다. 국가나 시민단체가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언론에게 자기네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다고 정치적 중립을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그 언론사를 없애겠다는 것은 굳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입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적인 방법과 수단을 사용하여 그것을 개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따라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spectrum)에 따른 사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에 따른 다양한 언론 매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는 힘들지만 이런 것을 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는 토대 위에 치열한 토론을 펼침으로써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을 너무 느리다고, 너무 답답하다고 참지 못하고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절대 군주시대였던 15세기로 되돌아 가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평화돼지 분양사업을 통해 북한에 중유와 쌀을 제공하는 등 북한동포살리기 운동을 펼친다는 주장도 매우 우려되는 발상이다. 시민회의가 2003년 3월 3일자 논평을 통해, DJ 정부 5년 동안 취해온 대북 포용정책인 이른바 햇볕정책에 기반을 둔 대북경협이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리라는 당초 한국의 기대와는 정 반대로, 오히려 북한이 한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질시키면서 어떻게든 경협 자체를 유지하려고 무리수를 둔 반면, 오히려 수혜자인 북한은 감사하기는커녕 경협을 비롯한 한국의 선의를 대남 영향력 행사에 전략적으로 악용했다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대북비밀송금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온라인 상에 '일망타진 게시판', '으뜸과 꼴통' 코너를 통해 잘하는 정치인과 부패?철새 정치인을 선정, 발표한다는 내용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4월에 예정되어 있는 보궐선거와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 등의 정치일정을 고려하더라도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은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과 각종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중요한 축이었고, 선거운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꾼 사건이었다. 아직까지 이를 공정한 경쟁의 새로운 틀로 규정한 선거법과 그 논의조차 없는 때 이런 파격적인 행동은 사전 선거운동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인터넷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이라기 보다는 조직폭력배들의 광폭운동 수준에 가깝다. 그 어디에도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킨다거나,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민운동 본연의 보습은 보이지 않고, 단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는 선동정치의 모습만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합참이 발표하였던 북한의 인터넷 선전전과 그 시기와 맥락을 함께하여 이들이 활동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특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동안 문성근, 명계남이 이끄는 노사모 집단은 한마디로 그들과 반대되는 목소리는 철저하게 죽이고 자신들과 동일한 이념 및 사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주입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그들이 지원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같은 신문들을 수구언론으로 매도하고, 그것들을 타도하겠다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역지에 기반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서구 국가들 대부분은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 상반된 견해를 표명하는 신문들을 국민들이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두 서너개의 유력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및 국제 뉴스에 서로 다른 관점을 소개하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유력지들이 있다. 이들 유력지들 모두가 정치적 관점을 같이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정치적 관점을 달리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토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신문들,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등을 국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며,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언론에게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혁명적인 발상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2003. 3. 4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