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 창간 83주년을 맞아 '안티조선'에 관련된 기사가 두면이나 실렸다. 조선일보가 요즘들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신문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다'라는 톤의 칼럼을 자주 싣는 것 같다. 어제 김대중 이사기자도 그런 류의 칼럼을 썼다.
  
  조선일보가 공연히 안티조선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엄살을 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조선일보 사람이 아닌 내가 현장에서 볼 때, 안티조선이 설치면 설칠수록 조선일보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명계남, 문성근 쌍두마차가 조아세와 힘을 합쳐 조선일보 때려잡기에 나선다니, 조선일보가 조금 위축된 건가?
  
  노무현 대통령이 여전히 신문을 가까이 하지않고, 특히 조선일보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아 걱정되는 건가? 그렇다면 조선일보를 보는 독자로서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조선일보가 떨기 시작하면, 정말로 조선일보 독자들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안티조선은 일부 지식인(대학교수라고 다 지식인은 아니지만, 지식인라고 스스로들 우기니...)들이 목소리를 높이다보니, 그 세력이 커보이지만, 실제 삶에서 안티조선을 만나기는 힘들다. 오히려 안티조선에 대한 안티가 더 많다.
  
  섭외를 하는 과정에서 가끔 안티조선을 접하게 된다. 한 소설가는 안티조선 취지문을 읽고 내용이 그럴듯한 것 같아서 안티조선에 서명을 했고, 그것 때문에 조선일보에 기고하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얼마 후 조선일보 관련 매체에 얼굴을 디밀어, 스스로 안티조선의 벽을 깼다.
  
  내가 아는 시인에게 월간조선의 '조선시단'에 시를 실으라고 권유했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안된다고 말했다.
  그 시인은 조선일보에 '아침생각'을 기고한 후 주변 문인들부터 '어떻게 조선일보 같은 데다 기고할 수 있느냐'는 질책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은 안티조선은 아니지만, 공연히 친조선으로 찍혀 왕따되기 싫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변 작가들이 조선일보가 '아침생각' 원고료를 50만원이나 주는 것은 작가를 현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참,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다. 원고료를 많이 주는 것을 비판하다니...
  
  작가들은 IMF 이후 원고료가 동결된 것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IMF 이후 동결된 분야도 있지만, 아예 원고료가 하락한 분야도 있다. 작가들이 원고료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늘 불만스러워 하면서 조선일보가 원고료를 많이 주는 것에 시비걸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내가 원고 청탁이나, 취재요청을 했을 때 월간조선이라고 거절한 사람은 0.1%도 안된다. 지금까지 딱 두 사람 있었다. 한 사람은 지방대 교수로 내가 98년에 쓴 '부산 MBC의 신화' 기사를 자신의 연구책자에 포함시킨 사람이다. 그 교수도 부산 MBC로부터 용역을 받아 '4.19를 촉발시킨 부산 MBC 신화'를 평가한 글을 썼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에 월간조선 기사 포함시켰으면서, 내가 원고청탁을 하자, '조선일보가 가장 강력한 언론권력으로서 그 권력의 횡포가 가장 심하다고 보기때문에 그 권력에 저항하며 비평하는 의미에서 응하지 않겠다'고 하다니... 그 이중성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메일을 보낸 이유는 서울의 대학교수들에게 청탁이 편중되어 지방대학 교수를 포함시키기 위함이었다. 두번에 걸쳐 편지로 공방을 벌일 때 내가 가장 강조한 얘기는 '당신이 신방과 교수가 아니라면, 별로 걱정하지 않겠다.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각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의 모대학 여자 교수에게 전화했을 때의 일이다. 그녀가 발표한 논문을 인용하고 의견을 청취하고자 전화를 했을 때, 그녀는 대답은 안하고 애매한 웃음을 흘렸다. 내가 '안티조선이세요?'하고 묻자 그녀가 '네에~'라며 좀 미안해 했다.
  '저희도 안티조선의 의견을 묻고 싶지 않습니다. 몰라뵈어 죄송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논문을 발표할 때 '조선일보 관련 매체에 인용되는 것을 사양합니다'라는 글귀를 넣을 것이지.
  
  2001년 국민의 정부에서 대대적인 언론 사정을 벌일 때, 마침 월간조선이 한달 반동안 계속 출근하면서 기사를 만든 적이 있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수시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개 이런 내용이었다.
  '월간조선은 괜찮습니까? 절대로 지면 안됩니다. 조선일보를 무너뜨리려고 하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월간조선 애독자인 어떤 분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이 정권이 조선일보를 어떻게 하려고 하면 내가 한집에 두 부씩 보기 운동을 벌일테니, 걱정말라고 전해주세요.'
  내가 그런 말 조선일보에 전할 이유도 없고, 그런 말 듣는다고 내가 기분좋아 질 것도 없지만, 그런 말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석학들, 우리 사회 명사들과 인터뷰를 하면, '언론과 싸우려는 정부는 바보다. 그럴수록 조선일보는 더 세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반정도의 국민이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티조선의 주장을 들으면 조선일보를 보는 나를 모독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안티조선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선일보가 잘못된 사상으로 우매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인데,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나는 우매하고, 판단이 흐린 사람'이 된다. 성경말씀에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했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인 88년에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었다. 안성의 한겨레 독자는 다 중앙대 학생이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한겨레신문을 애독했다. 당시에는 한겨레 신문을 보지 않으면 정세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고 대화에도 낄 수가 없었다.
  
  나는 한겨레 신문을 99년까지 봤다. 그러다가 2000년 들어서 한겨레를 끊었다. 9시 뉴스와 똑같은 톤의 기사를 시간 낭비하며 읽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그때 가장 열심히 본 것은 비빔툰이라는 만화였다.정보량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한겨레를 빨리 끊고 싶었지만, 이사간 곳에서 다시 신청할 때 선풍기를 받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몇달 더 봤던 기억이 난다. 한겨레에서 받은 선풍기로 지금까지 여름을 잘 나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을 때 소위 진보측 언론이 내세운 모토가 '새정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밀월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밀월기간이 최소한 6개월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나는 CBS도 열심히 들었는데 CBS도 밀월기간을 강조했다. 50년만에 바뀐 정권이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언론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밀월기간은 5년 내내 계속되었다. 국민의 정부 때는 조선일보를 보지 않으면 정세를 알 수가 없었다. 조선일보 사설만 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언론이 언론을 비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조선 권력이 자기네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극우 보수 논리, 수구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동종업계에서 무차별 공격을 했다.
  
  어느날 오마이뉴스를 보다가 나는 폭소를 터트렸다. 대한매일이 미국의 의견을 대변한 미국 언론인의 칼럼을 싣자 '과연 대한매일이 조중동에 대항하는 한경대의 그 대한매일이란 말인가'라는 글귀가 있었던 것이다. 한경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조중동에 대항하는 한경대, 이 문구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경대에 MBC가 붙어서 세력이 되었고, 그야말로 노무현 대통령 자평대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한경대에게 감사하는 말은 하지 않더군. 방송만 칭찬하고.
  
  한겨레 신문은 민주화 운동을 선도한 신문으로 분명히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겨레 신문은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면서 여당지가 되었다. 국민의 정부와 뜻을 같이하기 때문에,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자녀는 더 무섭게 길러야 한다. 한겨레가 국민의 정부를 잘 감시했더라면, 김대중 대통령이 저토록 쓸쓸한 퇴임을 맞았을까?
  
  내가 한겨레 신문을 끊은 것은 사설이 국민의 정부의 주장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중요한 기능가운데 하나는 비판 기능이다. 안티조선은 조선일보가 비판하는 것에 대해 '자기식 논리'냉전적 사고'극우보수 사고'로 회귀시키려는 의도라고 무조건 공격한다.
  조선일보가 대북지원에 관해 끊임없이 제기했던 문제들이 지금 다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안티조선의 가장 나쁜 점이면서 불합리한 점은 왕따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조중동의 논조가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조중동을 공격하면 힘이 분산되니 가장 센놈을 집중공격하자는 논리이다. 그래서 조선일보를 못살게 구는 것이다. 자기 마음에 안찬다고, 제일 힘이 세다고 여럿이 달려들어서 '죽어라'고 저주하고 짓밟는 게, 과연 민주사회에서 올바른 일인지 묻고 싶다.
  
  나를 만나면 아직도 '운동권 물'이 덜빠진 인간들이 '왜 월간조선 같은데 기고 하느냐'고 묻는다. 나에게 그렇게 묻는 인간들이 학교 때 부르짖은 대로라면 지금 3D 업종에 위장취업하여 열심히 일하거나, 빈민촌에 가서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어야 한다. 여성잡지, 연예신문 등지에 들어가서 연예인들 뒤나 캐는 주제에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가소로와서 폭소가 터진다.
  
  분명한 것은 안티조선이 '굿'을 하면 할수록, 국민들은 '미신'을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명계남과 문성근이 조선일보를 처단하기 위해 가열차게 나섰다고 한다. 대통령을 만든 자부심으로 조선일보를 눌러버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계남과 문성근이 설치면 설칠 수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마이너스다. 그들의 의중이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노무현 대통령이 정면에서 치지 않고, 외곽에서 때리는 전법을 구사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틀이 강해진만큼, 사람들의 사고도 이제 어떤 강제나, 어떤 유혹으로 일순간에 바뀌긴 힘든 세상이 왔다. 80년대처럼 '군사독재 처단하자'고 하면 어디서나 모여들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분명한 것은 안티조선이 목소리를 높일 수록 조선일보를 도와주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안티조선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목에서 신물이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가치를 둘 곳, 그곳을 잘 찾아야 성공한 인생이다. 오만과 독선으로 무장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 단체를 쓰러뜨리겠다는 것, 그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진정으로 가치를 둘 곳이 어딘지 다시금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