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군 최고통수권자인 노대통령의 충격적인 발언?
  
  2003년 3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The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MIG전투기들의 미정찰기(RC-135S)에 대한 근접 차단기동 비행으로 인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미국은 재개된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공중감시를 강화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고공 조우는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는 매우 예측 가능한 일련의 사태'이며, '상대방에 대한 강력한 위협은 매우 효과적인 협상수단이 될 수 있다.' '나는 미국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고 촉구하고 싶다.' 북한 핵을 둘러싼 분쟁은 오직 '미국과 북한간 직접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것'이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해결돼야 하며, 그들이 문제해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대북대화의 이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대화를 창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영국의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 위의 발언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것이 너무 충격적인 것은 북한에 대한 현실과 신화를 뚜렷하게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북한 미그전투기의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근접 기동차단비행을 통한 미정찰기에 대한 무력시위는 ‘누가 먼저 총구의 방아쇠를 당기는가’에 따라 전면전쟁으로 까지 비화될 수도 있는 일측즉발의 위기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모두가 핵문제를 둘러싼 미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러한 사태를 조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상황인식 능력은 현재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북한간의 심각한 군사적 대결상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지적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고 촉구하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의 빌미를 잡기위해 이번과 같은 사태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그의 심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도대체 북한과 중국의 레이더 주파수와 교신정보를 수집하는 미 해군의 RC-135S 정찰기의 공중정찰 활동을 비난하면서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인상을 주는 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우리의 군 최고 통수권자임이 분명한가? 현재 우리 군에는 북한에 관한 전략 정보수집(기계정보) 능력이 전무하여 신호정보의 99%, 영상정보의 98%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전쟁도발 징후와 전쟁 루트를 최장 48시간, 최단 4시간 이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미국의 도움없이 과연 어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뭔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기묘한 인식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군 최고통수권자라는 사람이 이처럼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매사를 신화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겠는가? 우리 사회의 철없는 젊은이들처럼 노무현 대통령 또한 북한의 핵개발, 더 나아가 핵보유를 ‘민족의 긍지’로 생각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같은 민족인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리가 없다며, 핵문제를 북-미간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제 3자’적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상황인식 능력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을 둘러싼 분쟁은 오직 '미국과 북한간의 직접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은근히 미국에 대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저 맹목적으로 미국에 대해 북한 김정일 정권과의 대화와 협상만을 재촉하는 것은 분명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지원이나 불가침 협정 체결과 같은 양보안을 들고 협상테이블에 나가는 모습을 보일 경우, 그 자체가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그런 양보안을 제시하는 협상테이블에는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개발 능력을 축적해 나가면서 동시에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투쟁의 협상전략을 동시에 취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물론 그러한 북한 전략의 핵심은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의한 협상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북한 김정일 정권이 핵무장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면서 협상을 병행하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적대국가들사이에 불가침협정을 체결하게 될 경우 생겨나는 만족감과 황홀감으로 인해 정치지도자들은 그것을 그의 정치적 성공으로 간주하는 인식론적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로간의 군사적 신뢰구축에 관한 명확한 내용이 결핍된 협정이란 것은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역사는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1938년 전 세계의 평화를 실현시켜 줄 것이라던 뮌헨협정이 체결된지 1년 후, 인류 역사상 가장 처참한 전쟁이었던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던 사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선군정치에 토대를 둔 군사적 강경정책만을 사용하면서, 외부세계에 공갈, 협박을 가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 대해 실제적인 억제 가능성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대화, 협상, 협정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순진하거나 멍청한 자들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책인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햇볕정책의 실패로부터 제대로 된 교훈조차 얻지 못하고, “평화와 번영정책” 운운하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한마디로 전략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정치지도자에 대해 북한의 김정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를 들여다보면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대화를 창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어떤 역사책을 읽고 이런 주장을 하는지, 그리고 그가 언급하고 있는 위대한 지도자들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은 이와는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냉전을 종식시킨 지도자인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와의 대화 그 자체를 거부함으로서 소련을 몰락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점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바로 확고한 한미동맹관계를 통해 북한으로부터의 전쟁위협을 막는데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전쟁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쟁 위험은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선군정치에서 나오는 것이며, 최근 미국의 한반도 주변 군사력 증강 및 군사적 활동(예: 정찰활동)은 오히려 이러한 전쟁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03. 3. 6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Copyright 2002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