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때 60대 중반의 변호사를 만났다. 그분도 대학 동기들과 함께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에 나왔었다고 말했다. 덕수궁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대회 진행을 잘 알 수 없었으나 '전우여, 잘 자라' 노래가 합창으로 터져나올 때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중학생 때 겪었던 6.25 시절 추억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더란다.
  
  이런 이야기를 지난 1주일 사이 수도 없이 들었다. 이 국민대회는 이 노래의 감동 하나만으로써도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하던 사람들이 '전우여 잘 자라'를 수십만 관중과 함께 불렀던 그 감동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 감동이 생겼을까.
  
  이 노래를 부르면서 기성세대는 우선 그 옛날의 고생과 고투가 생각났을 것이다. 비겁한 남침으로 밀렸던 국군이 반격으로 나서 北進하고 있던 때 만들어진 노래이니 통쾌한 복수, 다가오는 통일의 설렘이 연상되었을 것이다. 노래 가사는 전투적이지 않고 서정적이다. 한국인의 여린 감수성을 움직이는 노래말이다.
  
  이 노래가 그런 감동을 불러온 데는 한국인의 정의감이나 남자다움에 대한 의식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이 노래의 주된 테마는 반격이다.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가 기사회생의 인천 상륙 작전을 계기로 삼아 반격에 나선 국군의 북진은 착한 사람이 악당에게, 약자가 강자에게, 정의로운 사람이 비겁자에게 복수하는 행위였다.
  
  한국인이 진정으로 존경하는 남자다움은 약자인 척하고 있다가, 순한 척 어리숙한 척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정체를 드러내어 악당을 때려눕히는 사람에 의하여 구현된다.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가도 용기를 내어 악당을 징벌함으로써 그 악당에게 괴롭힘을 당하였던 많은 사람을 구출하는 것, 이것이 남자다움의 본질이다.
  
  악당 김정일을 상대하는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남자다움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다. 악당을 두려워하고 그 악당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그 악당을 혼내주려는 친구를 욕하고(자신의 비겁함이 친구의 용맹에 의하여 탄로날까봐) 악당에게 뇌물을 상납하고 그런 비겁한 행동을 비판하는 사람을 욕하고 악당에겐 비굴하면서 동생들에게는 행패나 부리고... 두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남자에게서 남자다움은 여자의 매력과 같다. 남자다움이 없는 남자는 존경을 받지 못한다. 존경을 받지 못한 지도자는 경멸의 대상이 된다. 위기 때 이런 지도자의 명령은 먹혀들지 않는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반드시 피해야 할 두 가지는 경멸을 받는 것과 원한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승만의 거대함, 박정희의 비장함, 전두환의 저돌성, 노태우의 유순함, 김영삼의 당돌함, 김대중의 비겁함, 그리고 노무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