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희생 명예회복 돼야 하지만 남로당 무장폭동 본질은 바뀔수 없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정부의 사과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정부차원의 사과나 유감을 공식 표명키로 했다’고 전해지면서 찬반논란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제주도 4·3 희생자 유족회 등 도내 4·3관련 8개 단체는 “규명 과정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양민학살, 인권유린 사실이 드러났다”며 “정부는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민국건국희생자 제주도 유족회 및 자유시민연대는 “제주 4·3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명예는 회복돼야 하지만 4·3사건의 본질은 남로당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무장 폭동”이라며 “노 대통령이 제주도 건의에 따라 사과를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건국희생자 제주도 유족회 김성수 부회장은 “제주 4·3을 소년기에 직접 경험했으며 어머님과 누님이 당시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희생됐다. 또 4·3을 경험하면서 군·경에 의해 죄 없는 양민들이 희생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면서 “제주4·3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로당이 주도한 공산 폭동이며 진압과정에서 군·경에 의해 많은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4·3 유족회와 관련 단체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주장하는 데 대해 “제주 4·3 은 아직도 성격규명이나 진실규명이 안 된 상태인데다 4·3 특별법 초안에 정부 사과조항과 4월 3일을 추념 일로 정하자는 조항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삭제되었다”면서 “이런 국회 의결과정을 무시하고 노 대통령이 4·3 위령제에 참석하고 사과한다면 현재 이원화 돼 있는 유족회 간에 갈등과 반목을 심화시키고 또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결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부회장은 정부의 사과시기에 대해 “공산주의자들 인민해방군에 의해 민주인사와 민간인 1,500여명과 군·경까지 합치면 2,000여명이 희생되었는데 김일성 대신 승계자인 김정일이 먼저 사과한 연후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과거 불행했던 역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순리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희생자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합과 화해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제주 4·3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계기로 역사의 본말이 뒤바뀌거나 이념과 가치관이 전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의 사과는 이러한 개연성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노 대통령에게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청와대 공보수석실 관계자는 24일 전화통화에서 “일부언론에서 정부가 사과할 방침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뒤 “4·3관련 도민과 단체의 공식사과 제안이 있으나 현재까지는 관련 부서와 의논하고 있으며, 아직 검토 중에 있다”면서 “4·3사건의 사과문제와 관련 찬반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과문제에 앞서 지난 3월 21일에는 고건 국무총리 주재 하에 ‘4·3사건 진상조사 및 명예회복위원회’가 열렸고, 이날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기획단(단장 박원순)이 작성한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안을 심의 의결하기로 했으나 한광덕 위원이 소감문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찬반의견이 엇갈려 의결이 이달 29일로 미뤄졌다.
  
  고건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가 2시간 넘게 지연되자 “소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한 후 29일에 한번 더 회의를 속개하도록 하겠다”는 대안을 내고 회의를 마쳤다.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5명의 위원은 조영길 국방부 장관과 강금실 법무부장관, 김점곤 위원, 신용하 위원, 김삼웅 위원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보고서안 채택여부 관련 진통이 일자 장관급 위원들 사이에서는 “전문가들이 쓴 보고서인데 문제가 있겠느냐. 다수결로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합의가 안 될 때는 결과를 발표하고, 반대하는 자들이 책으로 쓴다. 일단 결론부터 짓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민간측 위원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이 국가가 사과하고 보상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왔으며,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다 보지도 못했다. 국가적인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 위원은 “시대가 바뀌었다. 그 당시 상황을 오늘의 눈으로 봐야 한다”며 “4·3사건은 최초의 통일 시도였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광덕 위원은 “보고서가 580쪽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요약설명도 없이 열흘 전에 분배해 줄곧 읽어도 겨우 한번밖에 읽을 수 없었다”면서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은 나 외에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시간을 촉박하게 잡고,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심의 의결한다는 것은 통과를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은 “보고서 내용은 진상조사보고서가 아니고 군경의 과잉진압과 무장폭동의 정당성을 가설로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쓰여진 피해보고로 보였다”며 “편파적으로 집필된 보고서에 무장대의 초대두목 김달삼의 해주 연설문(말미에 스탈린 만세가 들어있음)의 전문을 반드시 수록하고, 무장대들이 소련국가와 적기가 및 인항가를 부르고 인공기를 게양했던 사실도 명기돼야 후세의 젊은이들이 4·3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위원은 “이번 보고서를 집필한 5명 가운데는 3명이 4·3을 민주항쟁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고, 국방부 소속의 한 집필위원은 6·25전쟁 이전의 활동이 중요함에도 이후 활동만 담당해 집필 구성에 있어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지난 21일 회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회의 내용은 원래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역사적 문제에 있어 위원회의 실태와 보고서 집필과정의 문제점을 꼬집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날 30∼40명의 기자들이 회의 과정을 취재했으나 한 곳도 기사화 된 곳이 없어 국민에게 직접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3사건에 대한 재해석은 북한의 대남정치 공작의 목표이기 때문에 역사가 바뀐다면 대한민국 안보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며 “총 맞을 각오로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혜원 기자 hwlee@independent.co.kr
  
  
  다음은 한광덕 위원이 21일에 발표한 ‘진상조사 보고서(안) 검토 소감’ 전문이다.
  
  먼저 보고서를 만드신 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10일 동안 아침의 테니스운동도 생략한 채 겨우 한번을 읽을 수 있는 많은 분량이었습니다!
  
  첫 소감은 진상조사보고서가 아니고 군경의 과잉진압과 무장폭동의 정당성을 가설로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쓰여진 피해보고로 보였습니다.
  
  -제주 4.3사건의 배경 설명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 정치적 입지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남로당계 인사들의 입장과 타지역에 비해 유달리 강했던 제주도의 좌익세는 과소평가하고 경찰력 증가라든가 대부분의 경찰간부가 일경출신이라는 점을 과대 평가하고 있는데, 당시의 경찰구성은 전국적 현상이었음을 간과했습니다.
  
  -남로당 제주도당의 온건성과 중앙당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4.3사건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는 남로당의 치밀한 사전계획과 조직적인 훈련에 의한 무장폭동은 희석시키고 있습니다.
  
  -진상조사보고서는 검증된 사실만을 기초로 해야하는데 객관성이 결여된 기존저술이나 편향된 외국학자들의 개인적 주장을 검증 없이 수용하면서 과잉진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무장폭동의 정당성을 전제하고 이를 증명하려다 보니 사실의 왜곡과 편파적 기술이 너무나 많이 눈에 뜨입니다.
  
  - 4.3사건과 직접관련이 없는 대구 10월 폭동까지 장황하게 기술하면서 민간인 피해상황을 부각시키고 무장폭동의 정당성을 찾고 있으며 (초안 55쪽), 47년 3.1절 기념행사가 허가된 것으로 기술하며 불법시위의 정당성을 왜곡(88쪽, 112쪽)하는데 당시 경찰은 제주북국민학교 내의 집회만 허가했을 뿐 가두시위는 불허한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 미 CIC 보고내용과 『4.3은 말한다』의 내용이 상치될 때는 검증도 없이 『4.3은 말한다』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며 CIC 보고내용이 잘못된 것처럼 부연설명하며
  
  - 경찰의 고문치사 (초안133-140쪽)에 대해서는 낯이 뜨겁도록 상술하면서도 남로당 무장대의 잔인한 행동에 대해서는 개략적으로만 기술하며
  
  - 군의 토벌작전시 작전의 용이성을 도모하기 위해 발표됐던 중산간지대의 통행금지 포고령을 '초토화작전'의 시작으로 규정(263쪽, 287쪽)해 버리며, 계엄령의 불법성(275-287쪽)을 자의적으로 논하면서 정부의 유권해석마저 부인하는 경향입니다.
  
  - 피해상황에 대해서도 폭도에 의한 피해는 피해가면서 군경에 의한 피해를 부각시키고 공식 확인되지 않은 형무소 재소자 처형을 기정사실로 단정하며, 군법회의와 수형인 명부의 신빙성을 확인시켜주는 자료는 외면한 채 부정하는 자료만 선택적으로 인용합니다. (493-494쪽)
  
  조사결론에서도 끝내 4.3사건의 발발원인을, 제주도민과 군정당국과의 갈등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진상조사의 핵심에는 접근을 못한 채 진상조사보고서가 아닌 반쪽의 피해보고서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분들의 인적사항과 역사인식, 그리고 학력 등이 매우 궁금한데 책자의 발간시에는 집필자의 명단이 명기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당시 주역들의 성향과 특성 행동반경 등도 확인된 사실은 기술해야만, 무장대의 초대 두목 김달삼이 남노당 중앙당의 선전부장 강만석의 사위로서 4·3사건 발발 4개월 후 북한으로 가서 8.25 해주 대회에 참석하여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연설까지 하고 북한의 최고훈장인 국기 2급훈장을 수여 받은 사실이 전부 누락되어 있고 유명한 김달삼의 해주 연설문조차도 이 보고서에는 실려있지 않습니다.
  
  - 무장대의 초대 및 3대 두목인 김달삼과 이덕구는 남한 땅에서 사망했는데도 그들의 가묘가 평양근교의 애국 열사능에 있었던 것을 2000년 3월 북한에 갔던 우근민 제주도지사께서 직접 목격했는데 '남조선 혁명가'라는 비명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00년 6월 8일자 제주일보에 기사화 됐었는데 최소한도 이렇게 뒤늦게 확인된 사실들은 진상조사 보고서에 기록으로 남아야만 후세의 젊은이들이 4.3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제주 4.3사건이 남노당의 사주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면, 이것이 지난 50년의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였으니까, 4.3사건과 관련하여 새삼스럽게 우리 대통령이 4월 3일 날, 제주도에 가셔서 대 국민 공식사과를 해야 할 명분은 없다고 생각되며, 꼭 원한다면 남북의 완전한 통일이후로 연기를 건의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국민들은 4·3사건이 6·25전쟁발발 직전까지 진압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한번씩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6.25전쟁 기간 중 25만의 장병이 논산이 아닌 제주도의 모슬포에 설치된 제1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전투에 투입됐다는 사실도 기억할 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시 한국에 주둔했던 미군의 철수는 49년말까지 완료되었던 사실과 함께!
  
  이상과 같은 이유로 진상조사 보고서(案)의 의결은 유보를 건의합니다. 그리고 저는 조사기획단에서 합의가 되었던 사항들까지도 반영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본 보고서(안)가 현 상태로 건의된 것을 확인했기에, 집필진의 구성과 감독체제에 내포된 중대문제를 해결하도록 감사원의 감사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완벽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위해 '진상규명분과 자문위원회'의 가동도 있게 될 것을 건의합니다. (4.3특별법 시행세칙 제 8조 2 -1항에 의거 )
  
  끝으로 앞으로 완성되는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다음 사항들도 추가되기를 기획단에 요구합니다.
  
  -첫째는 진상조사의 결과에 군 경 및 피해자의 상호 입장에서 공감하는 4.3사건의 교훈이 도출되어 포함되기 바라며 이 교훈에 '무장폭동은 전쟁과 같이 일단 터지면 지진과 홍수와 같은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도 삽입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둘째로 4.3사건이 8.15의 해방공간에서 남과 북에 두 개의 국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발생했음으로 미소군정의 점령지정책과 북의 정치상황도 상세히 기록바랍니다 여기에는 최소한도 북한이 1946.2.8일에 조선인민군을 창설하고 47.2..17일에는 북조선 최고인민회의 구성 및 중앙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사실상의 정권수립이 남한보다 앞섰던 사실을 밝히면서 48년의 5.10선거반대는 사실상 북한 공산정권의 단독정부지지를 의미했음을 밝혀주기 바랍니다.
  
  -무장대의 초대두목 김달삼의 해주 연설문(말미에 스탈린 만세가 들어있음)의 전문은 반드시 수록하고 무장대들이 소련국가와 적기가 및 인항가를 부르고 인공기를 게양했던 사실도 명기되기 바랍니다.
  -기타는 진행과정에서 요구하기로 하고 이상 발표를 마칩니다.
  
  2003.3.21.
  한광덕 (예비역 육군소장)
  4.3사건 진상조사 및 명예회복 위원회 위원
  성우회 안보평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