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에 오르고 있는 두 여성이 있으니, 바로 청와대 송경희 대변인과 국방연구원 송영선 안보정책연구실장이다. 송경희 대변인은 대통령 취임 한달 동안 잦은 실수를 하다가 워치콘(대북정보감시태세)과 데프콘(방어준비태세)을 구별하지 못해 북한과의 관계를 경색시킨 장본인이다. 송영선 실장은 지난주 목요일(3/20) MBC 100분토론 패널로 나와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뒤 일부 네티즌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조금만 잘못하거나 눈에 띄면 훨씬더 큰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생리이다. 그럴수록 여성들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잘해나가야 한다. 그간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으나, 머리 수 맞추기에 동원되어 어설픈 모습을 보였던 면도 일부 있었다.
  
  송경희 대변인이야말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청와대의 입'으로 발탁되어 현정권에도, 자신에게도 상당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일간지 정치부 기자, 그중에서도 청와대 출입기자가 누구인가? 그들은 정치전문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각 일간지의 인재 트레이닝이 얼마나 혹독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오르는지 안다면, '모르겠다'를 연발하고 정반대되는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는 여성을 그 자리에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리에 앉혀놓으면 다 제 몫을 한다는 낭만적 발상,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상한 평등주의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같이 출발해도 도착지점에서 우열이 가려지듯, 개인마다 적성과 능력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아나운서 출신을 정치전문기자들 앞에 세워 발표하게 하고 질문을 받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훈련받는가에 따라 나중에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된다.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송과 읽게 하고 분석하는 신문은 그 속성부터가 다르다. 나는 한동안 방송가에서 일했는데, 소리와 움직이는 화면을 만드는 사람들과 활자로 전달하는 사람들은 사고체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감성적이라면 신문과 잡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다. 방송작가들이 감성에 호소하여 듣고 보는 순간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기자들은 이성에 호소하여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설득한다.
  
  어쨌거나 아나운서 출신의 여자를 정치전문가인 베테랑 정치부 남자 기자 앞에 세우는 것은 너무나 아슬아슬한 일이다. 청와대는 송경희 대변인의 역할을 축소하는 선에서 그대로 기용할 방침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사안을 잘 선별해서 세워야 할 것이다.
  
  국방연구원 송영선 안보정책연구실장은 세 명의 남자패널과 함께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연신 자료를 뒤적이며 줄줄 읽어대던 소위 진보적인 한 남자에 비해, 단호한 말투로 속사포처럼 이라크 전쟁을 분석하는 그녀의 모습이 단연 돋보였다. 그날 두 명의 남자는 비교적 온건했고, 한 남자와 송영선 실장이 접전을 펼쳤다. MBC 게시판에 송영선 실장에 대한 비난도 많았지만, 그녀의 명쾌한 답변에 대한 찬사도 많았다.
  
  송영선 실장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태도는 대단히 비이성적이었다. 송영선 실장의 답변이 못마땅하다면 그 답변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대야하는데,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그녀를 비판했다. 첫째 그녀가 빨간 옷을 입고 화장을 진하게 했다는 것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단호한 경상도 말투와 다소 딱딱한 인상의 그녀는 외부적인 요건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고도 남았다. 빨간색을 입고 방송에 나오면 안 된다는 법도 없는데, 빨간 색깔 옷타령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녀에 대한 두 번째 비판은 미혼이어서 인생을 잘 모른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인신공격이었다. 송영선 실장의 자료를 누군가가 신문사 DB에서 퍼다 날랐는데, 가족관계에 부모와 동생들만 나와있었다. 그녀가 미혼인지 어떤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네티즌들은 그녀가 미혼이라는 가정 하에, '결혼을 안 했으니 편협하다, 자녀가 없으니 전쟁에 나가서 죽는 사람을 이해 못한다' 등등 비난을 퍼부었다. '그렇게 전쟁이 좋으면 직접 나가라'는 말까지는 이해한다해도 '미군 위안부로 가라'는 발언은 섬뜩함을 불러일으켰다.
  
  국방연구원 전문가로서 각종 근거를 갖고 얘기하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인신공격을 퍼붓는 것은 치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날 패널 중의 한 명인 모 남성은 스캔들에 휘말린 사람인데, 네티즌들이 왜 그 얘기는 안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송경희 대변인의 경우 미숙함으로 인해, 송영선 실장의 경우 MBC 주시청자들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난타를 당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집권하면 여성의 정치참여를 비례대표 50%, 지역구 30%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주변의 남성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여자는 아직 멀었다, 여자들이 뭘 안다고. 자고로 여자들은 집에서 애나 봐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술 한잔 먹으면서 본심을 토로할 때보면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
  
  택시기사들은 운전이 미숙한 여성운전자가 앞에서 좀 헤매고 있으면 여성승객인 내 앞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를 한다. '솥뚜껑 운전이나 할 것이지. 저런 여자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 어디 콱 박아서 깨져라'그런 악담을 스스럼없이 하면서 나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운전대 잡은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해봐야 나만 위험해지니, 아예 대꾸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졸 여성들이 대기업에 정식으로 공채시험을 보게 된 것은 1993년경의 일이다. 그때 입사한 여성들이 지금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의 과장급에 포진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일부 편중된 분야에만 여성진출이 이루어졌을 뿐 사회 전반으로 여성들이 진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며, 뛰어난 여성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남성들끼리 경쟁하기도 힘든 판에 여성들까지 나서니, 남성들이 껄끄럽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학자들은 21세기는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존망이 걸려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만큼 앞에서 뛰는 여성들이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한다. 송경희 대변인은 위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밤을 새서라도 공부를 했어야 했다. 참여정부를 지지하건 안하건 송경희 씨가 무너지는 것을 보는 일은 여성들에게 고통이다. 여성들이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잘해주길 많은 여성들이 기대하고 있다. 남성과 경쟁했을 때 조금도 밀리지 않아, 여성할당제에 의한 인위적 머리채우기가 속히 사라지기를 여성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송영선 실장처럼 소신있는 발언을 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때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비이성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여성을 무시할 것인가. 남성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여성들이 계속 정체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성으로 보기 이전에 한사람의 전문가로 보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송경희와 송영선, 두 송씨가 자신의 위치에서 인정받고 나날이 발전해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근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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