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워크숍에서 '언론은 구조적으로 대단히 집중된 권력을 갖고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검증이나 감사 받은 적이 없다'며 '통제되지 않은 권력, 검증받지 않은 권력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언론에 한번도 몸담아 본 적이 없는 노대통령이 무엇을 가지고 '언론은 구조적으로 대단히 집중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지 기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월간조선 기자들의 경우, 스스로 기사 아이템을 발굴해 내고 그것을 기사화할 수 있으며. 편집장이 관심을 갖고 취재를 지시한 사안에 대해서도 일선 기자가 취재 결과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이건 기사거리가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언론이 국민으로부터 검증이나 감사 받은 적이 없다'는 노대통령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의 경우 선거 때나 국민들의 평가를 받지만, 언론이야말로 신문이나 잡지는 구독율을 통해, 방송은 시청율을 통해 그때그때 국민들로부터 '피 말리는' 검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권력, 검증받지 않은 권력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노대통령의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김대중 정권이나 현 정권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바로 대통령 권력이 통제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행여라도 노대통령이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한 언론', '일부 언론의 시샘과 박해'운운한 것이 언론의 그러한 노력을 지칭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실 언론에게도 반성할 점이 많다. 특히 '국민의 정부' 시절 언론이 권력에 대한 '통제'와 '검증'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것은 정말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만 했어도, 對北퍼주기나 김대중 前대통령 아들이나 친인척,권력 실세들의 부정비리 가운데 상당부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 검증받지 않은 권력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의미에서 언론에게 권력에 대한 보다 철저한 통제와 검증을 당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와 함께 기자는 항상 '정의'와 '형평'을 강조해 온 노대통령이 '언론은 구조적으로 대단히 집중된 권력을 갖고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검증이나 감사 받은 적이 없다'며 '통제되지 않은 권력, 검증받지 않은 권력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한 시각이 KBS, MBC와 방송매체, 연합뉴스와 같은 공영언론사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정부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이들 매체의 사장 등에 자신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인사들 대신, 現 정권과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사들을 임명한다면, 언론개혁에 대한 노대통령의 의지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한 가지 더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통제되지 않은 권력, 검증받지 않은 권력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노대통령의 시각이 특정 언론에 대해서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적용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은 대개의 경우 '시민'은 결여된 '운동가'들의 단체이며, 그들은 사회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할 권리를 누구로부터도 위임받지 않았다. 그들이 자임하고 나섰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한 축으로 성장한 그들에 대해 그 누구도 '검증'도,'통제'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언론, 특히 조중동의 경우 안티단체들로부터, 그리고 이제는 대통령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이야 누가 견제를 하고 있나?
  '통제받지도 검증받지도 않는 권력이 위험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노대통령이 無所不爲의 權府로 변질되어 가는 일부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검증'과 '통제' 방법을 강구해 주리라 믿는다.
  
  언론계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기자로서 노대통령의 말 가운데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한 부분이다.
  그동안 기자가 보아 온 바로는 그러한 긴장관계야말로 언론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한국언론사에서 흥하는 언론은 권력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언론이었고, 망하는 언론은 권력과 유착하는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누구보다도 언론인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긴장관계가 '건강한 긴장관계'이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긴장관계'가 상대에 대한 피해의식의 발로이거나,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배척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긴강관계가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야지, 방송이나 특정 인터넷 매체에 대해서는 미소를 지으면서, 신문, 그것도 특정 신문에 대해 '통제'와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이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대통령의 애기는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그리고 그러한 의지가 모든 언론기관-가능하다면 시민단체까지-에 미친다는 전제 아래서 '맞습니다, 맞고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