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직원 워크숍에서, 국민의 정부는 언론으로부터 박해를 받았고 타격을 입었다, 고 했습니다. 경악을 금할 수 없는 발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소위 조중동은 김대중 정부의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옳았다면, 언론의 비판은 명백히 악의적인 박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언론의 비판이 정당하지 못했습니까? 언론의 비판이 정부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이었습니까? 아니면, 시행착오가 최소화되어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까?
  
  '국민연금' 한 가지 예만 들어보십시다.
  
  전혀 준비도 없이 밀어붙였다가, 재정고갈이 확실시되면서, 이제는 연금보험료는 대폭 올리고, 수령액은 대폭줄이는 방향으로 수정할 계획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밀고 있는 개선책에 의하면, 연금보험료율이 2010년 10.37%, 2015년 11.74%, 2020년 13.11%, 2025년 14.48%, 2030년 15.8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되며, 연금수령액은 법개정이 완료되는 내년부터 바로 16.7% 인하됩니다. 연금보험료율을 9%까지만 올리겠다던, 애초의 약속은 완전히 폐기되는 것이지요.
  
  국민연금을 시행하면서, '이만큼' 납부하면, '이만큼' 보다 엄청나게 이득이 되는 '저만큼'을 수령하게 해주겠다고 했던, 김대중 정부의 공언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입니다. 제대로 된 준비가 토대로 되지 않았던 정책이니,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런 식으로 복잡한 문제가 생기고 뒷수습이 급급해질 정책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대중 정부는, 조중동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보수꼴통, 반개혁세력'이라고 욕하면서 모든 비판을 무시하고, 오기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때, 조중동이 제기한 이의가 박해였습니까? 김대중 정부가 타격을 입은 것입니까?
  그걸 박해라고 하고, 김대중씨가 타격을 입었다고 칩시다.
  
  노무현 대통령의 시선에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졸속정책을 인해, 교육.의료.국민연금.공적자금집행 등 국민생활과 매우 밀접한 영역들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국민 개개인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대통령입니까? 아니면, 김대중씨를 위한 대통령입니까? 도대체 노 대통령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김대중 정부가 조중동의 비판을 배척하지 않고, 그 비판에서 진실을 찾고 수렴했더라면, 국민들이 이처럼 혼란스러운 타격을 입게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의 졸속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비판이 문제라는 겁니까?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가 어떤 졸속 정책을 밀어붙여도, 그 정책을 인해 국민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되어도, 언론은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토론회 같은 것 할 때,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하더니, 그건 쇼였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아직도 김대중씨가 대통령입니까? 대한민국이 건전하게 발전해가기를 소망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이 캄캄해집니다. 심히 불안해집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희망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갑자기 사막 한 가운데에 내 던져진 미아가 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