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느낀 점-역사의 길이가 아니라 국민국가의 나이가 중요하다
  
  저는 지난 9월19 – 23일 사이 호주 시드니에 다녀왔습니다. 올림픽 경기도 한 게임 보았고 주로 시드니와 그 주변을 관광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에 세계 3대 美港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드니, 나폴리, 리오데 자네이로.
  
  저는 베니스와 샌프란시스코도 이런 班列(반열)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美港의 조건으로서 해안선의 굴곡과 깊은 水深을 들 수 있습니다. 시드니는 샌프란시스코보다도 더 규모가 큰 美港이었습니다.
  시드니를 둘러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본격적인 건설의 역사가 불과 200년밖에 되지 않는 시드니와 수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무엇을 했기에…
  오늘날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짓는 기준은 역사의 길이가 아닙니다. 이집트, 인도, 이라크, 중국이 선진국에 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선진국의 거의 결정적인 조건은 역사의 길이가 아니라 근대 국민국가로서의 나이입니다.
  
  대한민국은 수천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1948년에 세운 대한민국이 최초의 국민국가였으니 나이가 52세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미국의 역사는 짧지만 국민국가로서의 역사는 224년이나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도 선진된 것이 아닐까요. 일본이 봉건적 幕府 체제를 청산하고 중앙집권적인 국민국가로 다시 태어난 것은 明治維新 이후인데 우리보다도 약100년이 앞섭니다. 그 100년만큼 우리보다도 선진된 것이지요. 호주도 근 200년에 걸친 국민국가 건설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으니 비록 죄수들이 시작한 나라이지만 우리보다도 선진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의 길이가 아니라 국민국가의 나이가 중요한 것은 그런 국가만이 국가건설에 국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이나 고려는 王朝국가였습니다. 국가는 백성들의 것이 아니라 왕족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조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노예적인 노동의 축적은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 다수의 자발적인 참여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국민국가는 主權이 국민들로부터 나오므로 국민들이 주인입니다. ‘내 나라’란 인식을 갖고 계층과 지역과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국민 전부가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시드니와 같은 대도시가 출현한 것입니다.
  북한은 국민국가가 아닙니다. 1인 지배체제하의 전체주의 집단입니다. 이런 체제하에선 아무리 협박하고 선동해도 자발적인 국민 에너지를 조직하고 동원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남북한의 차이는 지난 50여년간 양쪽에서 축적된 국민 에너지의 총량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노예노동과 자율노동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내가 잘 되는 것이 곧 국가가 잘 되는 것이란 믿음하에서 개인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켜온 것이 대한민국이었다면, 그런 자발성이 우러나올 수 없는 체제하에서 공포감과 선동으로써 주민들의 에너지를 동원하려 했던 것이 북한이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우리는 국민국가의 가치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국가의 윤리와 국민의 윤리, 이것이 조화되고 통합될 때 국민국가의 가치관이 확립될 수 있습니다. 국민은 納稅, 兵役, 敎育의 의무를 다하고 국가는 국민들을 보호하고 부양하며 정신적 자유를 보장하는 관계, 이것이 바로 국민국가의 윤리이고 가치관인 것입니다.
  
  요사이 남북관계의 급진전 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힘들게 쌓아올렸던 국민국가의 가치관이 훼손되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민족과 평화, 통일이란 美名을 앞세워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무너뜨리고 국민들이 준주해야 할 시민윤리를 경멸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타협할 수 없는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 애국가, 國號, 헌법까지도 양보하고 위반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낙후한 김정일 1인 지배체제를 상대로 하여 선진된 국민국가의 가치관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그들의 억지에 끌려다닌다면, 그리하여 국민국가의 가치관이 치명적으로 훼손된 상태하에서 통일을 이룬다면 그것은 선진국을 향한 도약의 關門이 아니라 後進의 미끄럼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은 국민국가 대한민국의 가치관이 강화되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