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감정과 한미 동맹
  
  촛불시위가 끝났다. 반미 감정은 끝난 것인가? 시위는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이다. 행위가 끝났다고 감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행위가 활화산이라면, 감정은 휴화산이다. 감정은 제 스스로의 생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그 곳에 있다. 감정은 그 생성의 원인과, 감정의 골, 그리고 얼마나 긴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것이냐에 따라 그 힘과 길이를 달리 한다. 최근 한국에서 표면화 되고 있는 반미 감정, 그 발생의 원인은 무엇이며, 실체는 무엇인가? 이러한 반미 감정은 어떻게 규정지워야 할까? 반미 감정은 한미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하는 하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인가? 이러한 반미 감정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을 불러 오는 실마리가 된 것인가? 반미 감정 지금 현 주소는 어디이고, 발생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것은 한국에만 유독 일어나는 현상인가? 또한 한국의 반미 감정은 독특한가?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이러한 사회 현상을 주한미군과 어떻게 연계 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반미 감정과 반미 주의
  
  먼저, 반미 감정이 무엇인지에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이것은 반미 감정의 정의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문제이다. 반미 감정의 형태를 만드는데 관련되는 변수는 다양하다. 먼저, 어느 시기, 어느 곳이냐에 따라 그 형태는 달라진다. 쇄국적이고 배타적인 한국이 미국의 운양호가 강화 앞바다에 들어와서 문호 개방을 요구했을 때 이미, 반미 감정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 해 시청앞 촛불시위에서 보인 반미 감정의 형태나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둘 다를 '반미 감정'이라고 부른다. 또한 국내 정치 변수가 국제 안보 환경의 변화 역시 반미 감정 형태를 규정짓는데 영향을 준다. 역사적 사건과 미국을 보는 시각에 따라 반미 감정의 형태도 달라진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이것이 '반미' '批美' 혹은 '平美' 혹은 '민족주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모두 미국에 대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통칭해서 '반미'라고 정의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구분하고 싶은 것은 ' 반미 주의(anti-americanism)는 이념적인 정의임에 반해 '반미 감정(anti-American sentiment)'는 미국의 정책 혹은 이와 관련된 사건, 특정 상황, 그리고 미국인 개인에 가지고 있는 반감으로 정의하여 구분하고 싶다.
  
  반미 감정의 발발과 증폭의 원인
  그렇다면, 반미 감정의 발발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서 소위 말하는 '반미 운동'을 한다는 단체들의 대체적인 경향은
  반미 감정의 원인을 상당히 편향적으로 규정 지우고 있다. 예를 들면,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일본과 달리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역사나, 한국의 평화 보다는 미국이 그들의 패권주의적인 이기주의에 집착하거나, 점증하는 미군 범죄나, 불평등한 SOFA, 국제법 준수보다 힘의 논리에 의해 국제 질서를 주도해 가는 미국 때문에 반미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근거없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반미 감정의 발생은 이와 같이 미국의 '잘못'과 '일방적'인 태도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일까? 우리측의 한계나 부족함이 반미 감정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엘리트나 잘 사는 사람, 혹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가서 선택적으로 교육 받을 기회를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 표출의 대리자로써 미국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북한민족에 대한 동족으로써의 감상적인 생각을 북한 정권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경제와 국력의 증대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물은 아닌가? 실질적인 법 조항상의 한계보다는 한국식의 '정의감'과 미국식의 법규정이나 규율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 기인한 것은 아닌가? 혹은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이 언제까지나 '구세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해 온데 대한 실망감이나, 일말의 배신감은 아닌가? '세계화'가 가져다 준, 세계를 '수평적으로 보는 시각의 산물은 아닐까?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이 냉전때 보다 더 강한 국가로 대두한 것에 대한 반감은 무엇인가? 그리고 또한 미국의 신 안보 전략에 의한 '악의 축'과 '선의 축' 에 의한 이분법적인 구분에 의한 동맹 개념의 재 정립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반미 감정도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총괄해서 보면,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미 감정은 미국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 못지 않게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부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반미 감정의 현 주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색깔이나, 형태의 구분을 넘어서서, 반미 감정의 확산은 확대추세에 있다. 잠시 '마음에 드는' 표현의 형태를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반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의 80%이상이 전후 세대이며, 미국과의 관계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은 분명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전전 세대들이 체험한 혈맹의 관계로서 동맹은 이제 전후 세대들에게는 먹혀 들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의 반미 감정은 중동지역의 반미 감정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도, 대단하지도 않으며,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50년간 이해하고, 서로 협조하고 너무나 잘 지내왔기 때문에 이것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간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반미 감정이 치달으면, 미국에 거주하는 200만의 한인들에게 부담이 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에게도 엄청난 부담과 손해를 불러 온다.
  
  
  둘째, 미국의 신 안보 전략에 의해 동맹의 근본적인 개념이 바뀌었다. 이념의 대립에 의해 동맹 관계를 규정하던 냉전시대를 벗어나, 10여년간 미국은 동맹관계 유지의 '명분'내지는 철학을 모색했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는 이러한 미국의 고민에 답을 준 것이다. 즉, 테러를 일으키거나 테러를 지원하는 대량살상 무기를 만드는 국가는 모두 미국의 적이다. 따라서, 미국의 편에 서서 미국의 적을 철퇴하는자는 동맹이 되는 것이다. 한-미 동맹관계도 기존의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가려면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동맹 철학속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동맹관계는 아주 복잡해지고 있다. 냉전때의 동맹관계와는 다르다. 더 이상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숫자나, 위치나 전력구성으로만 논해서는 안된다. 더 더구나 1978년 연합군 창설이후 두 나라간의 관계를 법으로 규정짓고 있는 SOFA만으로 (물론 SOFA는 1965년에 처음 체결) 규정지워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리핀이나 타일랜드와 같이 미군주둔이 핵심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동맹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한미 동맹관계를 즉시 필리핀이나, 타일랜드 형태로 바꾸어 나자가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변한 형태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의 예를 든 것이다.
  4)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반미에 대한 반한 감정으로 한국으로부터 주한 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는 겠다는 미국의 반응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비록 몇 몇 보수 극소수의 언론인이나, 정치가에 의한 이야기지만, 그것이 에사롭지 않은 것은 그들이 미국의 정책과 한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동맹관계란 양자 관계이다. 따라서, 한국도 동맹을 지켜 나가고, 조정해 나갈 절반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의 조율이 절대적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준비없이' 미군 나가라고 하는 것은 동맹국의 책임과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6) 소련의 붕괴로 냉전은 종식되었다. 그러나 정작 소련이 위치한 동북아의 센터에 자리잡은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속에 있다. 북한이 절대로 남한과 한민족이기 때문에 침범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북한이 공산주의 혁명 사상에 의한 통일관을 완전히 버렸다는 생각은 아주 잘못된 전제이다. 북한 민족에 대한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연민의 정을 북한 정권으로까지 연장확대 시켜서는 절대로 안된다. 북한 동포는 우리가 도와야 할 대상이지만, 북한 정권은 우리가 옹호하고,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자칫 이러한 감상주의적인 생각이 국가의 안보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수 있는 단초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7) 한국의 민주화 물결속에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다. 그리고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통해 민족 자긍심과 민족주의가 크게 부상되었다. 이런 현상들이 민주화 물결속에서 그 힘을 더 얻어가고 있다.
  
  8) 미디어의 발달이다. 1987년 이후 한국에서 언론 자유화의 발전은 걸림장치(filtering이나 editing)나 보도에 대한 책임없이 미국에 대한 비판과, 보도를 자유롭게 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언론이 상황에 따라서는 사실의 객관성에 충실하기 보다는 한국을 옹호하는 입장을 펼칠때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미국이 몰랐다면 이것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몰랐거나, 한국 역사를 잘 모르거나, 양국관계의 미묘한 변화에 대해 둔감했다는 것이다.
  
  9)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서 한-미 관계가 급속히 나빠졌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된 분위기를 좀더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었다면 지금과 같은 악화 상황은 피할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반미 감정을 더 이상 특정 계층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아서만은 안될 것이다. 그리고 반미 감정을 '악마시'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반미 감정이 결코 편파적이거나, 국익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힘이 되도록 방치하거나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미국은 한국을 너무나 당연시 해 오지 않았는가?
  -한국은 무엇이던지 미국이 해 주기를 바래온 것은 아닌가? 늘상 달라는 북한, 그리고 주어도 고마운지 모르는 북한과 한국이 무엇이 다른가?
  - 한국도 이제 성숙해 질때가 되었다. 성숙함은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따른다. 자주국방의 권한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자주 국방해 나갈 수 있는 국방비를 대폭 증액시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미군이 급격히 나가더라도 한국이 독력으로 국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북한이 엄연하게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잊었는가? 북한 사회의 동일시 시각이 안보에 까지확대되어 있지는 않는가?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이 미국이라는 버팀목없이 지금과 같이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경제 성장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 미국도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되지만, 한국 역시 스스로 책임있는 협력자 내지는 협상자가 될 수 있는 자신감과 독립심을 갖추었는가?1) 동맹의 기본을 안보개념 이상의 더 넓은 범위로 확대시켜( 미국식의 '악의축' vs.'선의 축'이 아니라) '개념의 바탕' 확대 (예를 들면, 기본적 사회적 가치에 동의.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이해의 접근성, 양국가의 법적 체계의 다른점, 문화적 차이 이해 등 )
  
  2) 양국가 간에 더 많은 연구소나 연구센터를 만들고, 한-미간 시민사회 조직간의 interaction 확대. 미국은 50-60대초 한국 경제나 군사력 건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으나, 실제 문화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 한정 되어있음. 미국이 급변하는 한국의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체계적인 노력도 필요. 물론 한국도 미국을 적대시하거나, 밀어낼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미국에게 해 주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미국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적극적으로 알아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