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름:아줌마 (comeasyouare73@hotmail.com) (31, 여, 주부)
   2003-04-03 오전 8:43:00 128.8.22.236
  
  
   한 아줌마의 짧은 식견과 바램
  
  
  저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아줌마입니다. 글을 쓰기 전 '내가 이런 곳에 글을 올릴만큼의 지식과 식견을 갖고 있는가' 하는 망설임이 앞섰지만 한국인으로써 제가 외국에서 직접 느끼고, 보고, 들은 경험이 몇몇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서 이 글을 씁니다.
  요즘 한국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작금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 일부 국민들이 흔히 말하는 demogogue, populist 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 공산주의라는 다분히 매력적인 이론에 환타지를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한편으론 이런 분들을 이해합니다. 우리의 정치역사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나라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은 불가분의 관계이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고민에 또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제가 참여하고 있는 international 모임에서 유학을 나온 중국, 러시아 친구들과 각국의 역사에 관한 토의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토의 전, 저는 솔직히 이 친구들이 모국의 편을 들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강력한 공산주의 국가의 국민들이였던만큼 이들의 자존심은 만만치가 않거든요.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에 대해서만은 이들은 자신의 모국과 민족에게 자비롭지 않았습니다. 아니, 치를 떨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중국, 러시아의 공산주의의 성공이 왕조의 부패에서 왔다는 건 다 아실 거에요.
  당시 왕조의 부정, 부패에 질식한 국민들을 부추겨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해놓고 혁명후에는 혁명을 도왔던 지식인들을 무자비하게 죽인게 두 나라 공산주의의 공통점이더구요. 러시아 친구왈 '그 때 똑똑한 사람은 다 죽어서 이제 우리나라엔 인물이 없어.' 조소 섞인 이런 농담아닌 농담들, 그들의 표정에서 뭍어나는 두려움과 분노를 다 적을 수가 없는게 저로서는 참 안타깝네요.
  문화와 전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양국이 다 오랜 전통과 훌륭한 문화자산, 문화인들을 보유했던 나라였던 만큼 그 안타까움은 더했지요.
  또한 그들은 공산주의가 가져온 경제파국에 대해 굉장한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요, 솔직히 미국에 나온 러시아 중국 유학생들이 사는 걸 보면 한국학생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생활 수준이 낮습니다. 제아무리 자기 나라에서 중산층이라고 해도 여기에 오면 빈곤층이고, 또 제 나라에 별 희망이 없기 때문에 장래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요. 제아무리 한때 떵떵거리며 살았던 사람들이라 해도 누가 알아주나요? 현실이 중요하죠. 그들을 볼 때마다 나라 국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답니다.
  
  대화 도중 제가 말했습니다. 몇몇 한국인들이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것 같다구요. 그러자 중국인 친구가 픽 웃으며 말하더군요.
  'Send them to North Korea' - '그들을 북한으로 보내'
  그러자 러시아 친구는
  'No, they won't. What they want is making South Korea as a communism country.' -'아니 그들은 가지 않을거야. 그들이 바라는 건 남한의 공산화야.'
  이러면서 둘이 깔깔 거리고 웃는데...아시죠? 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더군요.
  
  저는 개혁을 외치는 모든 한국인들이 공산주의에 휘말렸다고 생각하지도, 한국의 공산화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제 친구, 야로슬라바와 링의 말대로 공산주의는 항상 가면을 쓰고 있다는거지요. 그리고 다분히 감정적이고 매력적인 이론인 만큼 현혹되기도 쉽구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골수 공산주의자들에게 내가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이 토론에서 내린 결론처럼 혁명가의 목적은 정권이지 국민의 번영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인식하고 있어야 겠구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만이 국가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줌마의 짧은 식견이 너무 길어졌나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