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인간이 만든 모든 조직중 가장 도덕성이 높아야 합니다. 왜냐? 국가는 법률의 이름으로 범죄자에게 합법적인 살인을 가합니다. 국가는 또 젊은이들에게 死地, 즉 전쟁터로 나아가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합법적으로 죽음을 요구할 수 있는 조직은 국가뿐입니다. 국가는 그 권력과 권한에 걸맞는 도덕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국가의 도덕성이란 국가의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구성원이 굶지 않도록 하고, 억울하게 맞아죽거나 감옥에 가지 않도록 보호하며, 번영과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런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구성원인 국민들에 대해 죽음을 요구한다면 그런 국가는 국가로서의 자격 미달입니다. 김정일의 북한과 후세인의 이라크가 그런 자격 미달의 국가 아닌 국가입니다.
  
  전쟁은 국가와 국가 사이에만 이뤄지는 무력 충돌입니다. 전쟁론을 읽어보면 군인들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는 행동을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슨 즐거움인가. 자신의 전투행위가 가치 있는 행동이란 느낌, 그로 해서 자신이 존경받는 존재,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는 확신이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합니다. 이런 즐거움이 없는 전쟁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지는 수가 있다고 합니다. 월남전에서 미군이 바로 그런 점에서 패배한 것입니다.
  
  오늘 뉴스를 보면 바그다드를 지키던 이라크의 혁명수비대가 와해되고 있다고 합니다. 와해란 장비나 장병이 죽어나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군대의 지휘계통이 무너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지휘관의 명령이 먹혀들지도 않고 지휘관이 지휘를 포기했다는 뜻입니다. 즉, 전쟁 의지를 상실했다는 뜻입니다. 전쟁의 즐거움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왜일까요?
  
  이라크 혁명 수비대는 후세인에 대한 공포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후세인에 대한 충성을 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 후세인이 지금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르게 되었다는 안심감, 미군이 항복한 이라크 병사들을 홀대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동안 후세인한테 당한 압제에 대한 想起, 후세인이 승리할 것이라는 데 대한 불신 등등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지휘계통이 무너지고 있을 것입니다.
  
  지휘계통이 사라진 군대는 규율과 용기가 빠진 무장군중이 되어버립니다. 전쟁은 적의 국토를 점령하려는 것이 아니라 적의 전투력을 말살시키는 것이며, 전투력은 군인들의 전쟁의지가 사라질 때 사라지는 것입니다. 독재자의 군대는 독재자의 전쟁의지가 사라지면 일거에 무너집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상황은 김정일이가 보여줄 상황이기도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후세인의 말로를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