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를 보면 여러 가지 상상이 떠오릅니다. 현재의 선진국은 거의 전부가 겨울이 있는 나라입니다. 대략 북위 35도선 이북에 있는 나라와 남위 35도선 이남에 있는 나라들이지요. 유럽은 위도가 매우 높습니다.
  
  즉, 북으로 많이 치우쳐 있습니다. 서울보다 따뜻한 런던은 북위 50도선 이북으로서 러시아 하바롭스크보다도 북쪽에 있습니다. 미국,캐나다,서유럽,스칸디나비아 3국, 그리고 적도 이하의 선진국 호주와 뉴질랜드가 모두 겨울을 가진 나라입니다. 겨울이 약한 나라중에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뿐입니다. 여기도 겨울이 확실한 북부지역이 선진지역이고 겨울이 약한 로마 근방은 후진되어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싱가포르로 여행을 갈 때는 꼭 쉐터를 준비하라는 충고를 받습니다. 실내온도를 매우 낮추어 호텔에서도 쉐터를 입지 않으면 감기에 걸립니다. 이런 정책은 이광요가 인공겨울을 만들어 사람이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한 것입니다.
  
  겨울이 선진화와 관계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겨울은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만들어주고 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해주며 그 자연의 조건을 극복하도록 강제합니다. 추위를 극복하려면 집을 튼튼히 지어야 하고 난방시설을 해야 하며 옷도 특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적도 근방에서 간편하게 사는 것보다 복잡해지는데 이 복잡해지는 수요를 맞추려면 과학, 기술, 경제가 발달하게 됩니다. 사람의 생각도 그에 따라 합리적이 되고 실용적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인간이 진지해지는 계절이니까요. 인간이 깊어가는 계절이니까요.
  
  오늘 오후 7시에 바깥 거리로 나가니까 벌써 어둑해진 것이 아, 이제 겨울이 오는구나, 올해도 다 가는구나 하는 감회를 갖게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겨울은 최근 평균 섭씨 4도 정도 따뜻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서울만 해도 1970년대까지는 영하 18도까지는 내려갔었는데 요사이는 14도 정도에서 끝납니다. 춥고 배고픈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요사이 겨울로는 잘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가난했던 시절의 겨울이 생각나면 그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 다가앉아 체온을 느끼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런 겨울은 마음이 따뜻한 겨울이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선 대체로 북쪽이 남쪽보다도 잘 삽니다. 미국도 북부가 남부보다 잘 삽니다. 한반도에서만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삽니다. 북한사람들이 남한사람들보다 원래 게을러서가 아니라 북한이 받아들인 사회주의와 남한사람들이 받아들인 자본주의의 차이가 만든 차이일 것입니다. 겨울보다도, 지리적 조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이념과 정치제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