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신문의 날' 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은 '서먹함'을 무릎쓰고 '신문의 날' 행사장을 찾아왔다. 방송인들과 만날 때는 그토록 화기애애했던 노대통령이 신문인들과의 만남에서 '서먹함'을 느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앞으로 언론개혁은 정부가 나서지 않고 언론과 시민의 손에 맡기겠다'는 얘기를 했다. 여전히 언론, 특히 신문을 '개혁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 내년 '신문의 날'에도 노대통령은 '서먹함'을 느껴야만 할 것 같다.
  
  도대체 노대통령이 언론과 시민의 손에 언론개혁을 맡기겠다'고 할 때의 '언론'과 '시민'은 누굴 말하는 것인가?
  그가 말하는 '언론'이 사실상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영, 혹은 半공영의 방송사, 통신사, 신문사나 이념적으로 치우쳐 있는 일부 신문, 인터넷 매체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런 '언론'에게 맡기는 '언론개혁'은 정부가 개입하는 언론개혁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또 그가 말하는 '시민'이란 누구인가? 조중동을 보는 신문 독자의 2/3 내지 3/4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조선일보에 글쓰는 사람과 결혼 안하기'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는 일부 집단을 말하는 것인가?
  
  '언론이 권력 탄생을 좌우하겠다는 생각을 혹시 갖고 계신다면 이젠 버려주시기 바란다. 언론이 정부를 꼭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으로든, 잠재적으로든 갖고 계신다면 이젠 버려달라. 누가 더 세냐, 힘겨루기 할 때가 아니다.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노대통령의 말은 사실 주어와 목적어만 바꾸면 언론이 노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얘기 그대로다.
  
  <정말이지 정권이 신문의 논조를 좌우하겠다는 생각을 혹시 갖고 계신다면 이젠 버려주시기 바란다. 정권이 신문을 꼭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든, 잠재적으로든 갖고 계신다면 이젠 버려달라. 누가 더 세나 힘겨루기 할 때가 아니다.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나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오보(?)사례 모음집 '너무한 당신'을 보면, 노정권 관계자들이 '신문을 꼭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자유는 이젠 지난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공감하기 어렵다. 한국은 2001년 김대중 정권의 비판언론 탄압 이후 국제언론인협회에서 '언론탄압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에게는 오늘도 절실한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선동가들의 시각으로 언론을 보는 사람들, 정권에 굴종하거나 시류에 아부하는 일부 언론인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언론인들, 그리고 양식있는 국민들은 ' 언론자본으로부터 기자의 자유', '광고주로부터의 기자의 자유' 보다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의 자유'를 더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 하나 더 있다. 김대중 정권 이후부터 비판언론인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의 자유' 못지 않게 'NGO(Near Government Organization)로부터의 언론의 자유'도 갈망하게 되었다.
  
  원칙론적으로 말해 언론이건, 일반기업이건 간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絶對善 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신문들은 대부분 노대통령의 인식대로라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언론사'였던 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권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읊어댔던 일부 신문과 방송은 '공영'이나 '半공영' 혹은 '주인없는'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보수를 대변하는 신문이 시장의 3분의 2, 아니 4분의 3을 차지해 큰일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이 또한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다.
  언제 누가 조중동 보라고 강요했나?
  일부 판촉경쟁이 과열되어 잡음이 생기는 경우야 없지 않았지만, 설마 노대통령이 조중동의 시장점유율이 전적으로 그런 무리한 판촉경쟁의 소산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오히려 대통령이 호감을 보이는 방송의 편파성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대통령은 '무엇을 보수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는 ' 민족의 자존, 민주주의, 4·19, 5·17, 87년 6월 항쟁 등 자유와 민주주의 정신, 인권 등은 전국민이 함께 싸워서 얻은 소중한 가치'라면서 ' 이것 외에 보수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의 치우친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 기자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 법치주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 시장경제, 공산주의자들과 피흘려 싸워가며 지켜온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 대한민국의 자존심,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들 가운데 가장 커다란 정치-경제적 성취를 달성한 조국에 대한 긍지와 애정, 이런 것들이 우리가 '보수'하려는 가치이다.
  
  노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 뭔가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한번도 신문에서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5년치 H신문, K신문, D신문 등을 찾아보기 바란다. 보는 이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우리 시대의 '용비어천가'들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잡지사 기자로써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는 더러 잘한 것도 있다고 신문에서 찾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필자를 비롯해 월간조선 기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이다.
  정권이 하는 일에 대해 박수치기보다는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본분이긴 하지만, 우리는 정말 이 나라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박수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노대통령이 언론의 비판을 받을 때, 멍드는 것은 노대통령 뿐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같이 멍드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비판받을 일은 하지 말고 박수받을 일만 해 준다면, 이 나라를 위해 큰 복이 될 것이다.
  노대통령이 이라크전 파병결정을 내렸을 때, 조남준 월간조선 부국장이 이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듯이, 노대통령의 올바른 국정수행에 대해 월간조선 가족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으리라는 것을 기자는 월간조선의 일원으로서 장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