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조갑제
  2000/10/17(화) 18:31
  전쟁은 무조건 惡이 아니다
  
  전쟁이 무조건 악이라고 생각하는 위선자들이 평화주의자, 진보주의자, 통일주의자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똑 같은 입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남한의 호전성을 규탄하고(허깨비를 본듯이) 존재하는, 그리고 이미 입증된 북한의 호전성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이 정도의 위선이라면 어느 나라든 정상인으로 대접받기가 힘든데 지성이 척박한 이 나라에서만 양심세력으로서 대접받고 있는데 물론 끼리끼리의 놀이이지요.
  
  전쟁이 무조건 악이라면 6.25 남침 때 대한민국은 손을 들고 말았어야 합니다. 그래서 김일성-김정일 1인
  수령체제하에서 노예로서 만족했어야 옳습니다. 전쟁이 악이라면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했을 때 국제사회가 이를 묵인했어야 옳습니다. 전쟁이 악이라면 이스라엘은 아랍 나라들이 쳐들어올 때 자살했어야 옳습니다. 전쟁이 악이라면 밀로세비치를 건재하도록 도와주었어야 옳습니다. 전쟁이 무조건 악이라면 김정일이 북한주민들을 수백만 굶겨죽인 데 이어 수백만 동포들을 추가적으로 말살하는 것도 눈감고 있어야 옳습니다. 전쟁이 무조건 악이라면 신라는 당과의 결전을 회피함으로써 당의 속국이 되고 따라서 오늘의 한민족은 존재하지 않는 게 옳습니다.
  
  전쟁이 무조건 악이라고 생각하는 비겁자와 위선자가 사회의 주류를 이루면 그 나라는 식민지가 되든지 그 나라는 사기꾼과 깡패들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결투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는 것처럼 국가나 민족은 전쟁을 결단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비겁과 위선자들이 나라를 맡고 있어 그 결단을 회피하게 되면 그 나라와 민족은 사라지거나 식민지나 노예로 전락한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중국의 宋이 遼와 金에 대해서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북한이 남침했을 때, 북한이 수 시간내에 남침한다는 것이 명백하여 선제공격의 필요성이 강제될 때, 김정일이 북한에서 동족을 상대로 대규모 살륙전을 전개했을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저를 보고 전쟁을 부추긴다는 말을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전쟁이 불가피한 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쟁을 촉구, 격려한 적이 없습니다. 주석궁에 탱크가 진주할 때 통일이 완성된다는 저의 글을 가지고 전쟁을 부추긴다고 선동, 조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헌법이 우리에게 명령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북한을 평화적으로 흡수통일하라는 것인데 이 헌법을 따르기 위해서는 통일과정에서 북한에 국군을 진주시켜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북한을 접수하면서 경찰력만으로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경찰만 진주시킨다면 폭동이 나도 진압이 안될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동독을 흡수통일한 서독이 동독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았습니까? 경찰과 공무원만 보냈습니까?
  국가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고, 그 가능성에 대비하여 군대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부인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