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짓 「미운 財閥」, 英國이 먹든, 日本이 먹든
  
  趙南俊 월간조선 부국장
  
  英國(영국)의 한 투자회사가 SK주식회사의 주식을 買集(매집), SK그룹 전체가 먹히는 것(M&A) 아닌가 하는 관측이 일고 있다. SK그룹도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들린다. 특히 SK주식회사는 알토란같은 SK텔레콤의 대주주(지분 20.85%)이기 때문에 非常(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바람직한 현상인가. 글로벌 시대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누구라도 돈을 주고 주식을 사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경영권을 빼앗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느 나라도 이런 敵對的(적대적) M&A에 팔짱을 끼고 구경하지는 않는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스웨덴. 스웨덴의 간판기업은 왈렌버그(Wallenberg)그룹.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대표주자인 에릭슨을 비롯, 사브(Saab)자동차, SEB은행, ABB(중기계) 등 유럽과 스웨덴에서 업계 1~2위를 다투는 우량기업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왈렌버그 그룹은 5代를 내려오고 있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소위 「족벌 재벌」이다. 창업자의 5世인 마루쿠스 왈렌버그(44)와 제이콥 왈렌버그(46)가 지주회사의 사장과 은행 회장을 나눠맡고 있다.
  5代를 내려오면 주식은 자동적으로 분산된다. 세금도 내야 하고, 자손들과 그 배우자에게 골고루 상속되니까 말이다. 代가 내려갈수록 경영권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차등 의결권 주식발행 제도다. 예컨대 A, B 두 종류의 주식을 발행토록 허용하고, A株는 B株보다 10배의 의결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A株 5%만 가지고 있으면 50%의 의결권을 갖는 것. 이 제도 덕으로 왈렌버그 그룹은 적대적 M&A에 대한 걱정없이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 국민 어느 누구도 왈렌버그家의 이러한 대물림 경영과 차등의결권 부여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과연 이런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까. 反재벌 정서가 강하고,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아마도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면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특혜』라며 데모를 할 것이다. SK라는 특정 재벌 뿐 아니라, 어느 재벌이라도 英國에 넘어가든, 日本에 넘어가든 평등하지 않은 조치를 용납하려 들지 않는 것이란 얘기다.
  이런 나라에서 열심히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인들은 사실 대단한 애국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