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장 프랑수아 르벨의 <미국은 영원한 강자인가?-반미강박관념>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배진영)
  
  한 나라가 세계 초강대국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경제,기술,군사, 문화, 이 네 개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미국은 실제로 대륙적인 차원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 네 개의 요건을 충족시킨 유일한 나라이자, 역사상 최초의 나라이다.....
  미국 체제의 결함, 위선, 과실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시아도, 아프리카도, 남미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한 나라는 없다. 유럽으로 말하자면, 세기의 주요 범죄적 이데올로기를 고안한 장본인이 바로 그들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마다 미국이 유럽 대륙에 개입해야 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기까지 가장 공헌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유럽의 쇠퇴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패권은 분명 미국의 고유한 요소들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들, 특히 유럽국가들이 저지른 과오로 말미암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는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아프리카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1994년 르완다 종족의 말살 계획과 뒤이은 자이르의 분할은 프랑스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신용을 잃은 것은 프랑스 자국의 책임이며, 프랑스의 신용상실로 미국이 프랑스의 빈자리를 메우게 되었을 뿐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성공은 한편으론 미국인들의 의지와 창의성의 결과이다. 그리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공산주의의 파산, 아프리카의 파산, 유럽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민주주의의 후진성 등 나머지 세계의 누적된 쇠락에 기인한다....
  누구보다도 유럽인들은 미국의 패권이 생겨난 원인에 있어 자신들이 어떤 책임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내가 알기로 20세기를 역사상 가장 암흑의 세기로 만든 장본인은 유럽인들이다.
  정치, 도덕적 영역뿐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그렇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전대미문의 영토확장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은 바로 유럽인들이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범죄적인 두 개의 체제를 생각해 내고 실현한 것도 유럽인들이다. 우리 유럽인들은 3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악과 어리석음의 극치에 도달했다. 그 재앙들은 자연 재해와 전염병을 제외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중 과거의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두 개의 전체주의로 비롯된 유럽의 쇠락과 더불어 식민지 정책의 후유증으로 제3세계에서 생긴 골칫거리들까지, 저개발 국가가 처한 곤경과 격변의 책임은 유럽인들에게 있다...
  과거에 유럽이 차지했던 자리에 초강대국 미국이 대신 들어앉아 있으며, 유럽이 파낸 그 빈자리는 힘이 아닌, 생각과 행동, 의지의 부족으로 생긴 것이다....
  유럽이 수백년 간 심혈을 기울여 정교하게 빚어놓은 작품인, 발칸반도라는 유혈이 낭자한 수렁에 뛰어들어서 과연 얻은 무었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유럽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빚은 유혈 혼돈, 그 혼돈을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발칸 반도의 학살 사건을 멈추게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은 보스니아, 코소보, 마케도니아에 차례로 군사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그런데도 유럽인들은 배은망덕하게 미국을 완전히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제국주의자들로 취급하고 미국군대가 철수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미국을 고립주의 겁쟁이로 치부하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근거없는 비평은 그 비평의 대상의 잘못이나 범죄보다는 비평을 표명한 사람들의 약점이나 착각을 들추어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