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 가나로 전근해 간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가 가나에 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기자는 박정희 대통령을 떠올렸다.
  1961년 5-16군사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한국의 경제수준을 얘기할 때, 곧잘 거론되는 나라가 가나이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는 가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늘날 한국이 한때나마 가나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로 취급되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가나를 오늘날과 같은 빈곤과 혼돈으로 몰아 넣은 사람은 초대 수상(후에 대통령이 됨) 엔쿠르마였다.
  엔쿠르마는 집권후 사회주의 정책을 추구하여 서방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그 결과 동구권을 제외한 외국 투자가 감소, 가나는 경제적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엔쿠르마는 그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민족주의를 내세워 무마하려 했다. 그는 나세르 등과 비동맹회의를 결성하고,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독립운동을 후원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국내적으로 엔쿠르마는 비판언론과 야당 인사를 탄압하는 등 정치적 불안을 조성했으며, 1964년 2월에는 국민투표를 거쳐 CPP를 제외한 모든 야당의 활동을 불허하고 일당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엔쿠르마는 196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었지만, 그가 남긴 상처는 깊고 컸다. 그 후 가나는 네 차례에 걸친 군부 쿠데타와 30년 가까운 군부통치를 겪어야 했다.
  엔쿠르마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내걸고, 헛된 명성을 추구하고 있던 시기, 우리나라는 말없이 실천하는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을 가질 수 있었다.
  
  2001년 가나의 1인당 소득은 280달러 수준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9000달러였다.
  이 차이는 물론 한국민과 가나인의 자질의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비슷한 시기 두 나라가 어떤 지도자를 가졌고, 그들이 어떤 정책을 선택했는가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친구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의 편지를 일부 소개한다.
  
  <해안가의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을 돌아가면서 즐겨도 크게 돈이 들지 않고 가족을 끌고 호텔수영장에 놀러가 더위를 피하고 있다. 골프장도 싸고....
  제3세계의 가혹한 현실이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셈이다.
  여기 1일 법정 최저임금은 1불정도이다.
  박정희 대통령 욕하는 사람 만나면, 앞으로 여기 경험담을 써볼 생각이다. 1957년UNDP 보고서는 가나의 발전 가능성을 한국보다 훨씬 높게 보았다 . 당시 인프라, 자원면에서 모두 유리했으니까 ....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현지인들도 똑똑한 사람 많고 적절히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도 적지 않더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이제는 뒤에 있는 나라와 사람들도 살펴보아야 할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여기와서야 하게 된다.
  여기와서야 개발협력관계 책도 들처보기 시작하고 있다. 과연 이곳 서부 아프리카 사람들은 경제 성장을 누릴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하는 문제의식도 조금식 들어오고 있다.
  (문맹율은 높지만 지배층중 ) 상당수준의 교육받은 인력, 축적된 경제개발의 방법론, 안정된 정권, 자금 유입과 교역이 있으면 성장은 그 다음 자연스럽게 따라 줄것인가?
  한국사람들이 어설픈 인종의식에서 흔히 주장하듯이 물적, 제도적 기반이 아니라 문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해버리면 논의는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 문화는 객관적으로 정의내리기 어려우니까.
  근대화에 적합한 문화역시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만들어진다는 반론도 가능하고. (우리나라는 자칭 진보라는 애들이 더 인종주의적이지. '우리민족은 원래 위대한 민족이라, 수구세력만 없애만 모든게 잘될거야'라는 식의 유치한 발상이 만발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