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의 망언에 대한 우리의 입장>
  사단법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한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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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느 정부 기관이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겠는가
  
  
  어제(14일) 김창국(金昌國) 국가인권위원장이 국회 법사위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고 들으며 우리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인권침해가 많으냐, 남한의 인권침해가 많으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계량적으로 나온 게 없고”라며 확답을 피하다 답변 말미에는 “북한 인권 실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고 있어서 그렇게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국민의 인권 신장을 목적으로 한 국가기관의 최고 수장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모른다’니! 정말로 모른다면 대단한 직무유기와 자격미달이 아닐 수 없고, 알고 있음에도 모른다고 했다면 그의 양심을 의심해 볼 만 하다.
  
  현재 남한에는 북한에서 탈출해 온 탈북자들이 3천여 명 있다. 3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는데 어찌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약 남한의 특정 집단의 사람들 3천 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몰려와 어떤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해도 인권위원장은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른다’고 답할 것인가. 특히 국가인권위원장 정도 되면 국가정보원에 면담 요청을 해 전 조선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였던 황장엽 선생도 만나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맘만 먹으면 북한의 권력 상층부부터 하위 계층의 삶까지 샅샅이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부족해 ‘모른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가 있나.
  혹시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북한 정권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언급을 회피한 것이라면 김창국 위원장의 어제 답변은 대단히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이다. 김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에 대해 “국가기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 대내외로 표명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테이블을 지속하기 위해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인권위원회는 뚜렷이 원칙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정답 아닌가.
  
  우리는 이제라도 김창국 위원장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모든 정부기관이 북한 인권문제에 입을 다물고 만류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만은 앞장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발표하고 인권 개선을 북한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 어제의 답변이 김 위원장의 실언이었기를 바라며, 혹시라도 정말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지금껏 몰랐던 것이라면 이제라도 제대로 알아보라는 뜻에서 북한의 실태를 증언한 몇 권의 서적을 보내드린다.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모두의 일독(一讀)을 바란다.
  
  2003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