偉善者와 僞惡者의 차이를 아십니까. 위선자는 사실은 악인인데 선량할 사람인 체하는 인물입니다. 위악자는 사실은 선량한데 공동의 善을 위해서 악인인 체하는 사람입니다. 한국 가정의 전형적인 아버지像이 위악의 사례입니다. 아들 딸의 장래를 위해서 눈물을 참으면서 엄격하게 가혹하게 교육시키는 경우지요. 정치인중에는 박정희 같은 사람이 전형적인 위악자일 것입니다. 부끄럼타고 여린 성품을 갖고 있었지만 난세에 태어나 무장대치상황 하의 국가지도자로서 근대화 혁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본성과 배치되는 엄격하고 비정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던 것이지요. 박정희의 일기에는 국민학교 학생들의 습작과 같은 순진무구한 詩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무섭게만 보였던 박정희란 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합니다.
  
  반면에 자신은 돈을 많이 모으고 거짓말을 많이 했으면서도 양심가인 것처럼, 민주화의 化身인 것처럼 행동하는 위선적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도덕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필연적으로 위선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조화시키고 관리하는 것이 정치이고 苦海의 인생 속에 몸을 담그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인데 성직자처럼 도덕을 앞세우면 연극이나 속임수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정치는 도덕을 지향해야 하지만 도덕을 前面에 앞세우면 자기 기만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위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