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엘리트 관료들의 공허함
  
  한 고위경제관료 출신 인사는 최근 필자에게 이런 실토를 했습니다.
  
  '우리 경제관료들은 실물 경제를 모른다. 증권에 투자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경제를 제대로 알 수 있겠나. 이런 사람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세우는 정책은 현실을 떠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정책을 현실에 적용하면 헛돌게 된다. 그래도 옛날엔 권력의 뒷받침이 있었으므로 맞지 않은 정책도 무리하게 먹일 수가 있었다. 요사이는 시장논리가 강해져 그런 무리가 통하지 않는다. 지난 90년대를 우리는 허비했다. 이 시절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춘 경제관료를 양성했어야 했다. 이 시절 구식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는 바람에 관료들도 자기 개혁을 하지 못하고 구식인 상태로 세월을 허송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장차관에 경영자 출신들을 앉혀야 한다. 참모진도 실물 경제를 경험한 사람을 앉혀야 한다. 실물에 대한 이해와 논리와 설득력을 가진 관료가 시장의 룰을 만들고 그 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지 권력을 믿고 구체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선 안되고 그럴 능력도 이미 상실했다. 관료들은 겸손해져야 한다'
  
  가똑똑이란 말이 있습니다. 실천력은 없으면서 평론만 하고 앉아 있는 지식인들을 가리킵니다. 대안없는 비판만 할 줄 알지 건설적인 방도도 추진력도 없는 가분수 같은 인간들이 권력을 업으면 실천력을 가지는데 그 실천력은 파괴적인 실천력일 뿐입니다. 기자, 교수, 관리, 정치인들 중에서 그런 가똑똑이가 특히 많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다 주고 있는 의약분업의 기획자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장사꾼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꾼은 匠人이나 전문가의 우리말입니다. 위대한 장사꾼은 장사뿐만 아니라 국가의 이익과 가치관을 압니다. 가똑똑이들은 위대한 장사꾼들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