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목은 여기서 바꾼 것이다.
  
  서동만 축출 운동을 !!!
  
  [한국일보] 2001-05-07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6면 30판 1918자
  
  [한국시론] EU 대표단 방북과 북미관계
  
  
  18개국 유럽연합(EU)의 의장국 스웨덴 페르손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였다.
  분단 이후 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최초 방문으로 북한의 대외 관계 개선에서 커다란 진전을 뜻하는 외교 행사였다.
  방북 이후 서울에서 밝힌 페르손 총리 발언대로 EU가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서방국가들의 대북 자세가 미국 일변도가 아님을 외교적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 사실도 이미 한반도 정세가 과거 냉전적 대립 시기와는 크게 달라져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9년 북미 협상에서 약속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가 2003년까지 유효하다고 밝힘으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또한 6ㆍ15 공동선언의 이행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의지도 밝히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은 미국 다음으로 서방 세계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하는 EU를 통한 국제적 약속이란 점에서 큰 비중이 실린 것이며 대북 협상을 주저하고 있는 미국에게는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제5차 장관급 회담 중단 이후 남한 내에서 증폭되었던 제2차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의심도 불식시키고 있다.
  EU-북한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위원장의 발언은 이러한 적극적인 대외 관계 개선 의지 못지 않게 미묘한 측면도 포함하고 있다.
  남북대화를 부시 행정부의 미국의 대북 정책 재검토가 끝날 때까지 미루고 있다고 한 점이다. 이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내용이 미국의 대북 협상 자세와도 연동될 것임을 함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불확실한 대북 정책이 남북대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임을 직접 드러낸 것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미국과의 협상 여하에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격에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대북 협상에 계속해서 부정적이라면 한반도 평화 문제를 남북한 사이에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인일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핵ㆍ미사일 문제가 타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 선언을 해버리는 사태를 크게 경계하고 있다.
  사실 클린턴 행정부도 페리 프로세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문제는 배제시키다가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작년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 속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협상 의제로 포함시킨 바 있다.
  부시 행정부는 남북한 화해를 한반도 문제의 남북 주도 강화_미국 영향력 약화라는 단선적인 구도로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에 따라 북미 협상을 늦춤으로써 남북 화해를 견제하려는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북미 관계에 진전이 없어도 다소 불안한 상태이긴 해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실현될 것이다.
  당장 남한 내에 대북 강경 정책을 펴는 정권이 들어서지 않는 한 부시 행정부의 대한반도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현재 한반도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은 남북 화해, 북미 관계 정상화를 보완적으로 병행시키며 최적의 타협점을 찾는 데 있다. 여기서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안보 이익도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상호 관계를 무시하고 만일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 정책으로 선회할 때 미국에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남한 시민사회의 거센 대미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점이다.
  EU 대표단 북한 방문과 동시에 발생한 김정일 위원장 아들 김정남 일본 밀입국 좌절의 외교 해프닝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만일 북미관계가 작년 10월 공동 코뮈니케 이후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진전되고 있었다면 김정남씨는 북일 수교를 타결할 특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구나 김정일 위원장이 총력을 기울이는 북한 IT 산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치로 볼 때 남북 IT 협력과 북일 경제협력에 적지 않은 의의를 가졌을 것이다.
  이번 밀입국 사건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미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으로 본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서동만· 상지대 교수 북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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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1-07-13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6면 45판 1808자
  
  
  <시론>언론이여 '색안경'을 벗어라
  
  
  정부와 일부 언론사간의 세무사찰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언론 탄압이냐, 아니냐는 국내 정치 문제에서 이제 한나라당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니 하는 색깔론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색깔론은 그 논리가 허무맹랑하고 기상천외해 굳이 따져들고 싶지도 않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일부 거대 언론은 한국사회에서 정당의 역할을 대행해 왔다. 1920년대에 이탈리아 사상가 그람시는 정치적으로 후진적인 사회에서는 신문이 정당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지만 이 말은 수십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한국의 정치상황에 딱 들어맞는 지적이 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 남북 관계에만 국한시켜 본다면 우리나라의 정당은 '조선일보당'과 '한겨레신문당'만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권의 여야당은 '친북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고 제대로 된 공론 형성을 주도할 수 없었다. 여야당이 선거에서의 악영향을 우려해 대북정책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신문이 정당 역할을 잠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일궈낸 대북 화해.협력 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관계를 둘러싼 새로운 세력 구도를 만들어 냈다. 정부가 대북 관계에서 진보적이 되었고 야당이 보수 내지 수구적이 된 것이다.
  과거처럼 권력이 색깔론으로 야당이나 민간 단체를 탄압하던 패턴에서 보면 전혀 새로운 양상이었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는 남북 관계에서 건전한 여야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였다. 야당은 보수 색채 때문에 친북 콤플렉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고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새로운 남북 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했고 '조선일보당'만 맹위를 떨쳤다(다른 거대 신문들은 조선일보만큼 일관성을 가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여당도 제 역할을 잘 한 것은 아니다. 남북 관계는 청와대와 대북 핵심부처가 주도하는 체제였고 여당은 정책 결정이나 여론 형성 과정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이 점에서 김대중 정부와 조선일보의 싸움은 정부와 언론사의 관계는 아니다. 이는 분명한 정치투쟁이다. 조선일보는 한국 수구 세력의 거점이자 역할을 대행한 정치세력이었던 것이다.
  선일보와 정부의 싸움이 이렇게 전개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여야당의 책임이 크다. 남북 관계에서 제대로 된 당론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생산적인 토론을 전개하지 못한 책임이다.
  실제 정부도 대북 관계에서 민감한 정책을 실행할 때에는 우연인지도 모르지만 주로 한겨레신문이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해왔다. 실은 이러한 역할은 민주당이 해야 했다. 야당도 정부 비판에서 직접 책임을 지지 않고 조선일보에 편승하는 식의 행태가 많았다.
  따라서 최근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색깔론은 제살 깎아먹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색깔론이야말로 정당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최대의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색깔론을 정당화하는 법적 장치가 국가보안법임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정치 발전에서 해야 할 역할은 자신의 족쇄가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폐에 나서며 색깔론에서 탈피하는 일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 본연의 자세는 이제 정당 역할 대행이란 힘에 버거운 짐을 벗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견해를 제대로 반영하면서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포럼' 역할에 충실하는 일이다.
  여당도 정부의 대북 정책에 책임을 지는 자세와 분명한 당론을 가지고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논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서동만 상지대교수 북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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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1-06-05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7면 45판 1876자
  
  <시론> 남북대화 재개 '자주' 적 원칙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1주년이 되어 가는데 기어이 남북대화는 재개되지 못하고 제2차 정상회담도 불확실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년 전 감격의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다만 과거 남북대화가 중단되었을 때와는 달리 남북 사이에 대립이 조성되거나 상호 비방과 비난이 난무하는 상태는 아니다. 벽에 부딪쳤던 현대 금강산 관광사업도 육로 관광 실현이란 타결의 길이 모색되는 중이다. 북측이 남북대화중단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이라며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것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러한 시점에 한.미.일 3국 대북 정책 조정회의(TCOG)가 열려 일련의 원칙 합의가 이루어졌다. 유동적이던 미국의 입장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작업을 조만간 완료하고 북미 협상을 재개할 뜻을 밝혔다.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협상을 진행하되 그 진전 성과에 따라 협상 수준을 점차 높여 간다는 자세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단 북.미 협상이 재개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조짐이지만 미국의 정책에는 우려되는 점도 없지는 않다.
  우선 클린턴 정부 하에서 진전되었던 북.미 미사일 협상의 결과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제네바 기본합의의 원점에서부터 협상을 재출발하겠다고 한 점이다. 초점이 되고 있는 제네바 기본합의 자체의 수정 문제도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마음에 걸린다. 중요한 것은 협상재개 자체가 아니라 미 부시 행정부가 대북 협상에 관계개선의 의지를 갖고 임하는가 여부에 있다. 과거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가 성사되고 나서도 북.미 협상은 별 진전이 없는 채로 4년 이상을 답보상태로 보냈고 새로운 미사일 위기까지 생긴 적이 있다.
  물론 북.미 관계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정확한 예측이 아닐 것이다. 미국 상원 내에 공화-민주의 세력 관계가 역전되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자세에 견제가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내에 부시 행정부의 대북 자세에 비판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미.일 3국 조정회의 직후 과거 클린턴 행정부 하에서 페리 보고서 작성에 참가했던 페리를 포함한 정책 팀과 일본, 한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민간 TCOG'가 열려 부시 행정부 하의 정책 책임자인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한국의 임동원 통일부 장관도 참가하였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미국 내 입장 차이, 한.미간 입장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페리의 평양 방문도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다시 남북 관계 타개 여부로 돌려지게 된다. 그런데 정부간 TCOG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지지하고 '교류와 협력'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담에 한계를 설정한 것 같아 썩 흔쾌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현 시점에서 미국이 바라는 것은 남북간의 군사적 대립 해소나 평화 정착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미군 관계자는 재래식 군사위협 문제는 남북이 아니라 북측과 유엔군사령부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원칙을 부정하는 내정 간섭적인 발언이다. 더욱이 미국은 남북 관계의 또 다른 현안인 대북 전력지원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현 시점에서 남북대화의 타개는 대미 관계에서 남측의 독자적 외교 공간 확보와 대북 지원 능력에 달려 있다. 적어도 전력 지원 여부는 한국 정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재래식 군사위협 문제도 남북 주도 원칙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도 실현시키지 못하고 금강산 관광도 실패로 끝난다면 이는 전세계적으로 남북 각각의 국가적 손실, 남북 전체의 민족적 수치가 될 것이다. 남북이 대승적 자세로 지혜를 모아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할 것이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 북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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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1-04-20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6면 45판 1859자
  
  
  <정동칼럼>남북대화 재개 길을 찾자
  
  
  제5차 장관급 회담이 중지되고 탁구 단일팀 약속도 무산된 뒤 남북대화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및 제2차 정상회담도 점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북측이 예정된 남북대화 일정을 지연시키면서 분명히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 이유를 남북대화 여건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추측해 볼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작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간에 전격적으로 합의, 발표된 것이지만 한반도 정세는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에 따른 북.미 관계 타결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한.미간에도 고도의 의견 조율이 가능했다. 미.중 관계도 괜찮았고 한.중간에도 긴밀한 협력 관계가 이루어졌다. 한.미.일의 협력 태세도 순조롭게 가동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국내 정세에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막대한 규모의 대북 경제협력을 뜻하는 베를린 선언을 할 만한 여유도 있었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상황은 너무 크게 바뀌어져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부시 행정부 등장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의 원칙적 합의는 되었지만 현재 북.미 관계가 어디로 갈지 불투명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중 관계도 정찰기 불시착 사건에서 나타나듯이 삐걱거리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숨을 죽이고 있던 남한의 보수.강경 여론은 미국의 대북 강경 선회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다시 기승을 떨고 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가장 우호적이라던 한.일 관계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과거사 인식 후퇴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수구 세력은 북.일 수교에 가장 적대적이다. 국내 경제 악화로 베를린 선언은 기약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를 감안하면 북한의 남북대화에 대한 지연 자세는 비록 옳다고 수긍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90년대 이후 줄곧 북.미 관계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체제 안전보장 문제와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이다. 클린턴 대통령 방북으로 미사일 협상 타결을 꾀하려던 시도가 타결 직전에 무산되었다. 이는 반세기에 걸친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한반도 냉전해체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이 모든 노력이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공중에 떠버린 상태이다. 북한도 대외 정책의 전면적 검토를 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늦어진다거나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하반기로 늦추어지고 있다는 것도 전반적인 외교 일정의 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외 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비추어 볼 때 남북대화를 둘러싼 북측의 신중 자세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남한 사회 내에서 북측 자세를 먼저 탓하기보다는 그 처지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려는 태도가 요구된다. 북측도 서방국가들과의 국교 수립에서 나타나듯이 대남 관계에서도 좀 더 예측 가능한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남북대화 중단이 장기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는 유동적인 상태에 있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 색채를 띠는 데 구실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에 정부는 20만t의 대북 비료 지원 방침을 밝히고 있다. 북쪽 식량 사정을 볼 때 이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당연한 결정이다. 벽에 부딪친 금강산 관광도 축소 내지 중단보다는 육로 관광 개설로 타개하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대북 지원은 전력 분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북한 경제가 공장시설만 지어 놓아도 에너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정이란 점에서 전력 문제 해결 없이 남북 경제협력은 본격화할 수 없다.
  합리적인 전력 지원 방법을 찾기 위해 남북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남북 양측의 성의가 모아질 때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어디로 갈지 모르는 미국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서동만 / 상지대 교수.북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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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1-03-12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7면 45판 1835자
  
  
  <시론>'포괄적 상호주의' 성공 조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국무장관을 포함한 외교정책팀이 보인 '준비되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아직 한반도 문제의 실무책임자들이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공동발표문과 다른 발언을 하거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하루만에 자기 말을 뒤집는 행위는 납득하기 힘들다. 더구나 북한이 개방을 하면 붕괴할 것이기 때문에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는 파월 장관 발언을 들으면 아연할 뿐이다.
  북.미 공동성명이 발표되어 북.미간에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역사적 화해를 꾀해 간다는 데 합의한 것이 불과 5개월 전이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협상을 주임무로 하는 국무장관의 외교적 언사로서는 균형을 잃었다. 미국 입장에서 제네바 핵 합의를 준수하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기대한다는 공동발표문 내용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방법의 차이는 있다고 해도 미국이 대북협상을 견지하겠다는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협상 상대를 무시한 이율배반적인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 점에서 과연 부시 행정부가 어느 시기에 북.미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려되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NMD 계획 추진에 사로잡혀서 외교협상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NMD의 진정한 의도는 러시아나 중국의 미사일을 겨냥한 것일지 모르지만 공식 논리로는 어디까지나 깡패 국가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인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여기에는 향후 6백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반해 깡패 국가의 위협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외교협상이 있다. 북.미 제네바 핵 합의를 비롯한 미사일협상이 이 범주에 속한다. 외교협상은 군사적 수단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군사복합체의 이해관계와 배치될 수 있다. NMD 계획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든 북한과 같은 나라들이 깡패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NMD 계획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지가 초점이 된다.
  여기서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부시 행정부가 어려운 선택을 해서 대북협상에 나섰다고 하자.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검증과 투명성 증대를 강조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클린턴 행정부하에서 진전된 미사일협상은 이 문제를 포괄적인 상호신뢰 형성의 일환으로 다루어 왔다. 이는 페리 프로세스의 기본 정신이고 한국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였다. 이제 북.미 협상은 막바지의 고도의 정치적 타결만을 남겨 둔 상태였다. 검증이란 믿지 못하기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정도가 실현되어 적대관계가 획기적으로 감소되고 상당한 신뢰가 형성되면 주권적 사항의 양보인 검증도 수용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부시 행정부가 일방적인 검증만을 주장해서는 북한을 설득시키기가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미, 남북한 관계에 '포괄적 상호주의'를 제안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 따른 것이라 판단된다. 이는 미국이 대북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고 동시에 그 협상방식으로 일방적인 것이 아닌 서로의 요구사항을 공평하게 충족시키는 방식을 취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이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서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페리 프로세스를 통해 북.미 대결국면이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더구나 그 당시와 큰 차이는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화해.협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연한 자세로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킴으로써 북.미관계 축이 도저히 다시 가동되지 않을 수 없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서동만 / 상지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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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매일] 2001-03-07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6면 20판 1603자
  
  
  [기고] 한·미 정상회담의 과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과 대북관계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이견이 있다는논란이 한창이다.클린턴 행정부와는 다른 대북정책 기조를주장하던 부시 행정부가 취임한 직후라 한·미간에 일정한견해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어떻게 각자 주권을 가진 서로 다른 두 나라 사이에,게다가 남북관계,한반도 정세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차이가 없을 수 있겠는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98년 3월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정상회담인 클린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김대통령은 대북 경제제재 조치 해제를 요청하며 이미‘포괄적 타결 방안’의 일단을 내비친 바 있다.김대통령의제안에 대해 답보상태에 빠진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하는 처지였던 클린턴 대통령은 그것은 미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소극적인 답변으로 나왔다.이후 8월 초 미 의회에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 개발 위협을 강조한 럼스펠드 보고서가제출되었고 미국 내에는 대북 강경론이 고조되었다.이에 응수나 하듯이 8월 말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단행되었다.‘깡패 국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미 의회에서 NMD예산이 순조롭게 통과된 것은 물론이다.
  페리 보고서가 발표되어 다시 북·미관계가 대립에서 협상기조로 전환한 것은 NMD 예산 통과라는 장애물이 제거된 후였다.북미관계는 순조롭게 진전되어 역사적인 북·미 공동성명,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방북,클린턴 대통령 방북 검토로 이어졌다.이 과정에서 남한의 대북정책,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두 말을 요하지 않는다.NMD계획도 미사일 실험발사의 잇단 실패에 부딪쳐 제한적 추진 방침으로 후퇴하게 된다.그런데 북·미 미사일 협상이 타결될 막바지에 미국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북·미 관계도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말았다.미 부시 행정부는 이제 재기하려는 NMD 계획을 도와줄 북한 미사일 발사를 ‘미워도 다시 한번’ 원하는 듯하다.
  부시 행정부의 북한 변화에 대한 엄격한 평가는 거꾸로 읽을 필요가 있다.부시 행정부는 NMD 문제가 일단락될 때까지는 북한이 너무 타협적으로 나오는 것은 원치 않는 것같다.
  오히려 ‘깡패 짓’을 하며 버티기를 바라는 것이 본심일지 모른다.그러나 북한은 98년 8월 말 당시의 북한이 아니다.
  북한은 러시아,중국의 협력을 배경으로 적극적인 타협책을제시하고 있다.중국,남한과의 협력을 통한 경제정책 변화도시사하고 있다.남북관계도 정상회담을 통해 돌아 올 수 없는지점을 건너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98년 3월 시점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새 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하지만 남한도 당시의 남한이 아니다.우리는 클린턴 정부의 강경기조가 협상기조로 바뀌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해 본 경험이 있다.무엇보다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변화한 현실이 큰 힘이 된다.남북관계,북한의 대내외 정책,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과장도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족하다.나아가 예정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현재의 한·미 관계는 남한의 대미 관계가 한 차원 더 높아질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서 동 만 상지대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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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1-01-18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7 면 45 판 1819자
  
  
  <시론>김정일 放中과 한반도
  
  
  새해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전의 방문과 마찬가지로 전격적으로 비공식 중국 방문을 행한 것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무산되고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불투명한 시점이라 주변의 의표를 찌르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남한 정국의 혼돈 및 경제 악화 상태에서 대북 협상력이 낮아지는 조짐을 보이는 시점이다. 원래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의 스케줄은 클린턴 평양 방문-북.미간의 적대 관계 청산 및 미사일 협상 타결-김정일 러시아 방문-김정일 서울 답방-북.일 정상회담-북.일 수교 타결로 이어지는 대외관계 정상화 시나리오에 입각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대외관계 개선은 자연스럽게 북한의 개혁으로 이어졌을 터였다.
  이 스케줄이 차질을 빚게 된 시점에서 김위원장은 유동적인 상황을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예상보다 빨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북측의 움직임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표현이 나타나면서 주목을 끌고 있었다. 지난 4일 '21세기는 거창한 전변의 시기, 창조의 세기이다'라는 제호 아래 발표된 김위원장의 발언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그 면모를 끊임없이 일신시켜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모든 문제를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높이에서 보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자마자 중국의 공식 매체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원용하며 변화를 추구하려는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이 대미 관계 정상화가 여의치 않자 상황 타개의 파트너로 택한 것이 우선 중국이었다고 여겨진다. 김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래 발전의 상징인 상하이 푸둥지구를 시찰함으로써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외부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에서는 중국뿐 아니라 남한과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개성공단 사업은 그 시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김위원장의 개혁 현장 시찰은 중국의 북한개혁 지원뿐 아니라 수출시장 제공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북.중 경제협력은 남북경제협력에도 적지 않은 임팩트로 작용할 것이며 국내경제 침체로 소강 상태에 있던 남한의 대북 투자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김위원장의 대중 접근은 우려되고 있던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선회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는 선제 효과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의 구실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을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대미 관계 타개를 꾀하려는 것이다. 선 대미 관계 정상화-후 개혁이 아니라 선 경제개혁이란 정면 돌파를 통해 공화당 행정부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대북 화해에 임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물론 중국과의 동맹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미국이 강경 기조로 바뀐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사도 숨기지 않을 것이다.
  연초부터 가시화되는 북한의 과감한 발걸음은 남한의 대북 정책에 고무적인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커다란 과제를 안겨주고 있기도 하다. 근본적으로는 그것은 북한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남한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가장 핵심적인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한 대북 지원 및 전력 지원이 국내경제 악화라는 암초에 부딪혀 있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 가능한 전력 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해진다. 대미 관계에서도 부시 행정부로부터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협상을 주도해 낼 수 있는가는 여기에 달려 있다.
  
  
  서동만 /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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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겨 레] 2000-10-16 (특집) 칼럼.논단 05 면 04 판 1730자
  
  
  특별기고/한반도 평화의 두 축
  
  
  지금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머릿속은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공항에 내리는 모습에, 지난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공항에서 악수를 하는 모습이 겹쳐 있을 것이다.
  아직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라는 불투명한 변수가 남아 있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업적을 남긴 정치가로 역사에 남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북한 정권은 미국과 소련이 38도선을 사이에 두고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고 있던 46년 2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서 출발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태생적으로 '반미 국가'라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6.25 전쟁의 교전 상대로서 아직 계속되고 있는 휴전체제 당사자다.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방미로 발표한 공동성명은 이러한 50년 이상에 걸친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전면적으로 관계를 정상화해 가기로 했다. 공동성명은 북-미 현안 전반을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다. 아직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양국은 핵.미사일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해 가기 위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과 합의할 공동선언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경제제재조처 해제, 양국간의 대표부 설치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젠 `클린턴 프로세스'로
  이제까지 북-미 관계는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일정한 진전을 보여 왔으며, 남북 정상회담은 이 과정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었다. 다만 페리 프로세스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남북대화, 북-미.북-일 수교 먼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나중'이란 경로를 설정하고 있었다. 이는 주한 미군 문제를 포함하여 휴전선의 현상변경을 수반하는 평화협정 체결은 본격적으로 상정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번 공동성명은 정전협정을 평화보장 체계로 바꾸어 간다는 항목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페리 프로세스가 북-미 관계 정상화로 일단 매듭을 지으며 '클린턴 프로세스'로 확대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남한 소외론'은 단견
  또한 선언에서 북, 미 양국은 평화협정을 위한 틀에도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들'이 있다고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이제 김대중-김정일 축은 클린턴 프로세스와의 협력 속에서 동시 진행할 것이다. 공동성명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환경이 변화했음을 인정한 것은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 정상회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평화 문제는 남한을 제외하고 북-미 사이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다는 견해는 단견일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실현된다면 평화보장체계 수립을 위한 '여러가지 방도들'에 대해서도 밀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6.15 남북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상호 국가적 실체를 인정함으로써 남북 평화협정과 북-미 평화협정으로 팽팽하게 맞서오던 대립을 풀고 대타협에 이르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 있다.
  북, 미 양국의 역사적 화해는 수교 협상이 진행중인 북-일 관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 북-일 정상회담에 이은 수교도 시간문제가 됐다. 이는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에서 교차 승인 국면이 도래하며, 한반도 냉전의 해체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북한이란 국가는 '반미 국가', '항일 빨치산 국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전환할 획기적인 계기를 맞게 된다. 이는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일 수도 있다. 남한으로서도 향후 주한 미군 및 한-미 동맹의 성격 문제, 평화협정 체결 문제 등 새로운 과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해진다. 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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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0-10-06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12 면 45 판 2081자
  
  <시론>'조명록 訪美' 대타협 전주곡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내주초 미국을 방문, 고위급 협상을 갖기로 하였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유엔 방문은 유산되었지만 설사 그의 방문이 실현되었다고 해도 권력 실세라는 점에서 북한측 방미 인사로는 역사상 최고위급에 해당한다. 이로써 김영남 위원장의 유엔 불참이 어떤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사건이 아니라 돌발사태였음이 입증되었다. 북한 군부를 대표하는 동시에 권력 관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다음가는 인물이란 점에서 조명록의 방미는 북한측 입장에서는 그만큼 무게가 실린 대미(對美) 제스처이다. 조명록 다음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은 김정일 위원장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측의 대미 관계 개선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다.
  이미 찰스 카트먼 한반도 대사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 사이에 핵, 미사일 개발.수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의 삭제, 경제제재 조치 해제, 대표부 설치 등 전반적 현안에 대한 포괄적인 협상이 있었다. 이는 조명록의 방미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에 관해 고도의 정치적 타결을 보기 위한 예비회담의 성격을 갖는다.
  이번 조명록 방미를 둘러싸고 국내에서 일부 보수층이 북.미관계와 남북한 관계의 상관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대립적으로만 보던 과거의 냉전적 발상이 여전히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남북정상회담은 답보상태에 있던 한반도 문제를 남북 대화를 통해 타개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은 북.미관계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었기에 가능해진 것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것이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페리 프로세스가 상정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경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결을 둘러싸고 선(先) 남북대화, 북.미 북.일 수교, 후(後)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란 순서를 예정하고 있다. 여기서 휴전체제의 현상 변경, 주한 미군 논의 등이 수반될 수 있는 평화체제 문제는 일단 뒤로 처지게 됨을 뜻한다.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가 논의되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남북간에 처리할 수 있는 사안에 한정되며 미국도 개입할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채널이 요구된다.
  하지만 경의선 연결에 따른 군사 문제만 보더라도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로서 휴전체제를 건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남쪽은 미군이 사령관직을 맡고 있는 유엔사령부 관할이다. 때문에 경의선 연결에 따른 군사 협의를 위해 우리 국방장관은 유엔사령관의 위임을 받는 절차를 밟았다.
  남측 국방장관이 대한민국 대표로서 협의할 수 있는 것과 유엔사령부 대표로 협의할 수 있는 것 사이에 구분을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북한측이 남북 관계에서 과거와 달리 군사.안보 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과거처럼 남한을 배제한 채 북.미 평화협정에 집착하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한 못지않게 북한도 미국과의 협력, 즉 페리 프로세스를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조명록 방미에서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포함하여 북.미간 현안 전반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북한이 주한 미군의 철수가 아니라 역할 내지 지위 변경을 원한다는 의사 표명도 있을 것이다. 다만 논의의 초점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경제제재 조치 해제, 대표부 설치 등 북.미관계 개선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종래 주권적 사항으로 거부하던 미사일 개발 문제까지 협상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더욱이 남한 언론 사장단과의 회견을 통해 테러지원국 해제만 이루어지면 북.미 수교가 가능하다고 발언함으로써 주한 미군 문제는 북.미 수교의 전제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측의 대미 협상 자세에서 새로운 것은 자신의 진의를 직접 미국에 대해서만 아니라 남북대화라는 채널을 통해서도 전달함으로써 미국측의 신뢰를 얻으려고 애쓰는 점이다. 조명록 방미와 함께 북.미관계가 일정 수준에서 타개된다면 다음 과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한, 미국의 대타협이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실마리는 이미 잡았다.
  서동만/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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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000-08-15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7면 10판 1935자
  
  
  [시론] 북의 변화를 믿어보자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이산가족 방문단 상봉이 오늘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이뤄진다. 이에 앞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남쪽 언론사 사장단과 사상 최초로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가졌고 그 내용이 남쪽 언론에 그대로 게재되었다.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 북.일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산가족과 관련해서는 9월, 10월에 같은 규모로 상봉을 지속시키며 내년부터는 직접 거주지 방문도 허용할 뜻을 밝혔다.
  
  이번 방문단 규모는 상봉을 바라는 가족에 비하면 턱도 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다. 이는 이산가족 문제에 임하는 남북 각각의 입장이 크게 달랐다는 데 연유한다.
  기본적으로 남쪽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데 반해 북쪽은 남북체제 역량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에서 자유로운 인적교류가 체제안정을 해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바라보아 왔다.
  이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힌 적극적 의사는 북쪽이 본격적인 개방을 위한 준비작업으로서 이산가족 상봉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산가족 가운데서도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우선 남쪽사회를 접하도록 함으로써 남북교류를 진전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점에서 이산가족 방문단 일원으로 서울에 오는 사람들은 단순히 희생자로서 혜택을 보는 층이 아닐 수 있다.
  이들은 비록 노령화한 층이지만 남쪽 실상을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북쪽 인민들에게 알리며 남북관계 개선에 가교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것이 북쪽 체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할 임무가 주어질 수 있다.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에 과거 국민당 치하의 자본가 출신 인물들이 했던 외부세계와의 매개역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을 방문하는 남의 이산가족도 단순히 한을 풀고 세상을 떠야 할 노인들로 머무를 수는 없다. 북쪽의 대외관계 개선의지는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언론사장단 기자회견에서 밝힌 金국방위원장의 일련의 구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경의선 철도 연결이나 개성 서해안단지 사업 등 6.15 공동선언 및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경제협력을 먼저 실천해 갈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북.미, 북.일 관계개선 및 미사일 개발문제와 관련한 북쪽의 방침을 밝히고 있는 점이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북.미, 북.일 관계개선에서도 남쪽의 협력이 중요함을 의식하고 있음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쪽 체제의 성격 상 대북정책이 국민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金위원장 자신이 깨닫고 있는 것이다. 북쪽이 미사일 개발 포기의사를 푸틴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음을 확인한 것은 이제 미국과의 협상 의사를 남쪽 국민을 통해 미국에 알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내용은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타협할 의사를 밝힌 실리적인 것이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북쪽의 자존심을 존중해 줄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점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쪽의 움직임을 보면 대외관계 개선방식이 과거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과감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시급한 일은 남쪽도 북쪽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등 남쪽 자체의 문제로서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북쪽의 변화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이를 완강히 거부하는 층이 상당수에 이른다.
  북의 변화는 의지의 문제일 뿐 아니라 능력과 여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북쪽 입장에서 변화 능력은 외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북의 변화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인정하는 상대도 있어야 한다. 북쪽이 아무리 변화하려고 해도 외부에서 이를 무시한다면 변화 흐름은 내부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게 돼 있다.
  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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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2000-06-10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07면 40판 1971자
  
  [시론]정상회담과 북미-북일관계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는 북-미 주도로 진행되면서 국제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구도에 새로이 남북한 채널을 추가할 뿐만 아니라 남북 주도로 갈 수 있는 디딤돌을 놓게 될 것이다. 특히 남한 입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일관된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결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잠수정 침투,인공위성 발사,서해 교전 등 일련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책의 기조가 그대로 견지된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남북한간 신뢰 관계는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실현되었고 1999년도에 남북한 교역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남한의 대북 정책은 남북한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대립 관계로 치달았던 북-미,북-일 관계를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를 내걸며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가 남북대화에 바람직하다고 선언하였다. 북미,북일 관계가 남북한 관계보다 앞서서는 안되고 '조화와 병행'을 이루어야 하다는 과거의 방침에 비하면 획기적인 전환이다. 최근 북한은 이탈리아 및 호주와 국교를 맺었고 EU 국가들 및 필리핀 등 서방 국가와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90년대 초 유엔 동시 가입 때부터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원해 왔으나 실현될 수 없었다. 미국 및 남한의 대북 정책 변화로 새로운 공간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일단 협상 국면으로 전환은 되었으나 북한이 막상 협상에 들어가 보니 북미,북일 협상은 뜻대로 진전되지 못하였다. 미국이나 일본은 국내 사정 내지 동북아시아 전략으로 인해 대북 관계 개선에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게 된 데에는 남북한 관계에서 얻는 경제적 실리 외에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북일 관계 타개를 꾀한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북미,북일 관계가 협상으로 가는 과정에 남북한 사이에는 일정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음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세기적 이벤트이다. 북한이란 나라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란 정치지도자가 국제 사회에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다시없는 기회인 것이다.
  여기서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가 갖는 의미를 확인할 필요가 생긴다. 미-일-중-러 등 한반도 4강과 남북한의 관계를 볼 때,이미 이들 나라와 모두 국교를 맺고 있는 남한 입장에서는 냉전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간과하기 쉬운 것이 북한과 미-일은 여전히 국교를 맺지 못하고 대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동북아시아 국제 질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가 불가결하다. 북한이 체제 안보 불안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동북아시아 국제 관계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려면 미-일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어야 북한은 서방의 투자나 국제 기구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북일 수교에 따르는 막대한 보상금이 지불되면 북한 경제를 부흥시킬 대규모 자금원을 얻게 된다. 동북아시아 국제 질서가 정상화하는 가운데 남북한에도 제대로 평화가 정착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남북대화에만 안주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북한이 북미,북일 관계에서 벽에 부딪히며 남북정상회담에 응했다는 것은 부분적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북미,북일 관계가 대결에서 벗어나며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미-일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협력을 유지해 왔다. 세 나라의 협력은 북미,북일 관계를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나타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8일 도쿄에서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이 점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 관계 못지않게 북미,북일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견인차 역할도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남한이 독자적인 외교 공간을 확대해 가는 노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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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회의 2보> `김대중 정부의 3가지 콤플렉스` 2001-08-13
  
  
  홍 민 기자( mhong@tongilnews.com )
  
  
  김대중 정부는 대북문제 및 대북정책과 관련해 3개의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으며 이것들로 인해 현 대북포용정책이 대내외적인 장애요인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철기 교수(동국대)는 13일 현재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6.15남북공동선언실천을 위한 `2001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 주최의 [세계평화를 위한 한반도 화해와 통일 국제회의]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철기 교수는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평가: 군사적 측면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 정부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인으로 ▲안보컴플렉스 ▲미국컴플렉스 ▲여론컴플렉스 등을 들었다.
  
  이 교수는 안보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군비증강 및 국방예산 증액, 군개혁에 대한 소극적 태도, 그리고 대북군사력 우위 확보에 대한 중압감에서 안보컴플렉스를 현 정부가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대중 정부는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강조, 그리고 장기적 주한미군 주둔 용인 의사 등 대미관계에 약하고 대미의존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미국컴플렉스에 빠져 있다고 보았다.
  
  또 국내부문에 있어 현 정부는 대북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이 보이는 보수적 태도와 여론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여론컴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교수는 대북포용정책의 장애요인으로 부시 행정부의 등장과 미국의 대북강경정책과 국내 냉전수구세력의 방해 등을 들었다.
  
  우선 '부시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대북정책과 한반도정책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해체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한 후, 부시 정권의 대북강경정책은 ▲남북간 적대관계 청산 지연 ▲평화협정 체결 지연 ▲재래식 무기 북미협상 의제 채택과 부시 정권의 신국방정책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축에 장애 ▲주한미군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복잡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국제적 보장 여건 악화 ▲한반도 평화체제의 외적 환경인 동북아 정세 악화 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으로 국내적인 장애요인으로 강조한 것은 '미국 공화당 2중대'와 같이 미국 편 들기에 여념이 없는 한나라당 등 냉전수구적 세력에 의한 남북관계 발목잡기를 들었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출세한 기회주의적 관료들, 수구적인 정치인들, 보수적인 언론들, 그리고 독재정권 하에서 남북 갈등을 통해 기득권을 누려온 수구적인 학자들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제기하고 우리사회에 끊임없는 매카시즘 여론을 조성하는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세션에서 발제자로 나온 서동만 교수(상지대)는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평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현재의 남북관계는 6.15남북정상회담으로 형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모멘텀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동만 교수는 북미관계와 남북 내부 상황을 통해 형성된 현 남북간 정체국면의 극복을 위해서는 '남북 양쪽 내부에서의 모멘텀이 중요'하며 '어느 정도 관계가 궤도에 들어서고 제도화로 이루어지면서 자체의 관성이 생길 때까지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미관계의 악화와 함께 '금강산 관광에 차질이 생기고 전력지원 문제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그 모멘텀을 상실하고 있'고 '이 틈새에 남북 각각 내부의 저항 요인이 끼어 들면서 남북관계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서동만 교수는 `안보와 경제협력의 연계`를 통해 `국내냉전`과 남북관계 정체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 전력지원 문제가 중요하며 '전력문제 해결없이 남북 경제협력은 본격화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어디로 갈지 모르는 미국도 움직여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는 '스스로 의도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북 화해, 협력 정책은 필연적으로 대미 독자성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론을 통해 서 교수는 '북한의 대외적 강경자세나 남북대화 중단은 오히려 남한의 대미 협상력을 크게 위축시키며 대미 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국내적으로는 더 나아가 '대북 화해, 협력 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현저하게 낮추고 수구세력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서동만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남북대화 지속을 통한 남북화해 기조의 유지야말로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거나 북미관계를 답보 상태에 빠뜨릴 경우 부시 행정부를 견인해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레버리지'라고 주장했다.
  
  
  통일뉴스 200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