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장 결의대회 현장 중계
  강당 1500석 금세 만원...故서교장 영정 입장하자 '눈시울'
  교단 위기...'학교장이 중심돼 교육정상화를'
  
   ▲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원연수원에서 열린 '전국학교장 결의대회'에서 '고(故) 서승목 교장의 영정이 입장하고 있다.
  
  
  1신 11일 오후 1시 30분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원연수원 앞에는 100여대의 고속버스가 줄지어 서 있어 일대 혼잡을 이뤘다. 울산·충남·충북 등 다양한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이들 버스는 ‘고(故) 서승목 교장 추모 및 전국학교장 결의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초·중·고교 교장들이 타고 왔다. 결의대회는 ‘한국국공사립초중고등학교장협의회’가 주최했다.
  
  결의대회가 시작되기까지 30분이나 남아 있지만 대회가 진행되는 강당은 1500여석이 꽉 들어찼다. 미처 강당에 입장하지 못한 교장들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연수원 앞 광장에서 결의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광장에 설치된 간의의자 2000석도 금세 동이 났지만 수백명이 선 채로 스크린을 쳐다보며 자리를 지켰다. 오후 2시 현재까지도 교장들의 입장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연수원 입구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교장들에게 붉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나눠줬다. 장미꽃에 붙은 하트 모양 스티커에는 ‘스승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씌여 있었다. 연수원 이곳 저곳에는 ‘교단 황폐하는 교육부는 책임져라’, ‘불법행위 엄단하여 학원 질서 회복하라’, ‘참교육 어디가고 힘 자랑만 남았나’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교육정상화, 학교장들이 앞장서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도 걸렸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이승원 회장(대방초교 교장)은 기자에게 “교육 현장 갈등으로 학생들이 학습권의 침해를 받아 교장들이 안전진단을 해야 할 시기가 와서, 결의대회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공고 정병목(59) 교감은 “실내 행사인 줄 알고 왔는데, 생각보다 교장·교감 선생님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또 “오늘의 자리가 후세 교육을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향으로 협의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2신 오후 2시
  
  결의대회가 시작되면서 사회자는 “오늘은 박수 대신 붉은 장미꽃을 흔들자”고 말했고, 이에 화답하듯 교장들은 일제히 대회장 입구에서 받은 장미꽃을 흔들었다. 식전(式前) 첫 순서는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 8명의 고(故) 서승목 교장 추모 춤. 이어 흰 국화꽃을 든 초등학생 4명이 ‘스승의 은혜’를 합창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스승의 은혜는~”
  
  합창이 끝나자 사회자는 “오늘 따라 왜 이 노래가 이렇게 가슴 뭉클할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고(故) 서승목 교장의 영정이 입장했다. 교장들은 기립으로 영정을 맞았다. 수십명의 취재진들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 영정은 강단에 올랐다. 영정을 선두로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 10명이 흰 국화꽃을 들고 뒤를 따랐다.
  
  강당 안에는 장엄한 추모곡이 흘렀다. 몇몇 50대 교장들은 안경을 벗고 눈가를 문질렀다.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온갖 감회가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추모곡이 절정에 달하자 교장들은 장미꽃 한송이를 가슴에 꼭 안았다. 영정은 단상 위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강당을 한바퀴 돌았다.
  
  사회자는 “강당 밖에 분향소가 설치돼 있습니다. 자유롭게 헌화해주십시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놀러도 다니자고 그렇게 약속해 놓고 이렇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울먹이는 고(故) 서승목 교장의 부인 육성이 비디오와 함께 흘러나오자 식장 안은 비통에 잠긴 분위기였다.
  
  3신 오후 2시 50분
  
  이어 고 서승목 교장의 형이 쓴 애도사를 형수 김윤희씨가 낭독했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없는 삼촌”으로 시작되는 애도사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애끓는 절규를, 아내가 몸부림 치는 저 모습을, 아버지를 잃은 비통한 억울함을 그 누가 위로할 수 있단 말입니까”로 이어졌다.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교장들이 눈에 띄었다.
  
  “피를 말리는 고통이 얼마나 컸으며 협박의 강압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그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단 말입니까. 자나 깨나 올바른 교육을 위해 노심초사, 학교와 학생을 챙기던 일을 버리고 영영 가버렸군요.” (애도사 중에서)
  
  이상진 교장협의회장의 대회사가 이어졌다. 그는 “반미 친북 교육은 중단돼야 한다, 학교장이 중심이 돼 교육 정상화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대회사 중간중간에 교장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지지를 보냈다.
  
  “우리 교단과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는 건국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정 교사집단이 불법과 반(反) 국가적 행위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교장들은 이 고민으로 마음과 몸을 상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부 세력과 언론은 그들의 행태를 격려 고무하는 양상을 보여 학교장들을 무력감에 빠뜨렸습니다.”
  
  이상진 교장협의회장은 “연례 행사가 된 전교조의 불법 행위를 김대중 정부는 묵인했다”며 “김대중 정부는 일선 학교장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겨 결과적으로 교단의 갈등을 방치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심지어 전교조의 통일 교재가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하고서도 아무런 법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신 오후 3시 20분
  
  이상진 교장협의회장에 이어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가 격려사를 했다. 그는 “시청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집회가 옥내 집회로 바뀌어 힘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격려사를 시작했다. 그는 고 서승목 교장에 대해 “죽을 자리를 찾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한국 교육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독립신문이 이 행사를 후원하고 인터넷 중계를 하고 있다”며 “언론은 뭐하는 거냐. 왜 다른 언론들은 이처럼 중요한 행사를 후원하지 않느냐”고 호통을 쳤다. 이에 대해 교장들은 일제히 환성을 올리며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노력할 뿐”이라며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해야지. 잘못을 지적하면 보수고, 수구냐”라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그는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전교조를 비난했다. 그는 “교원노조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해야지, 왜 대한민국 정부는 한마디도 못하느냐. 마치 (전교조는) 북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은이들 불러다, 자유민주주의 파괴하는 진보는 좋은 거고 보수는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는 행위가 옳은 일이냐”고 반문했다.
  
  “왜 친북 미전향 장기수를 다 놔주고 그러느냐.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해야지. 어처구니 없이 노무현씨가 햇볕 정책을 받아들인다는 게 나라 망하는 겁니다. 그이도 미국 가서 이제 깨닫고 와야지. 나는 노무현 대통령 불러 본 적이 없어요. 아니, 말이 나오지 않는 걸 어떡합니까. 반미·친북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아요.”
  
  그의 격려사가 끝나자 전라도에서 왔다는 한 교장이 벌떡 일어나 “오늘 이 자리에 왜 교육부 장관은 안 나왔습니까. 교육부 장관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해”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5신 오후 3시 35분
  
  이상주 전(前) 교육부총리가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먼저 “사실 저는 죄인입니다”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월 교육부총리를 마칠 때까지 국가정책을 다룬 사람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그래도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전교조를 바로잡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변명은 안 하겠습니다.”
  
  일순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는 “재직 중에도 전교조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해서 저더러 ‘시원하다’고 합니다. 제가 에어콘도 냉장고도 아닌데. 뜨거운 교육계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말을 못하면 그런 말을 듣고 시원하다고 하겠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교육부총리를 하면서도 전교조와 두세차례 큰 마찰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민노총이 파업하는 데 전교조가 이를 지지하기 위해 조퇴투쟁을 한 것과, 초등학교 3학년의 기초학력진단 평가를 거부하는 것을 선언한 일 등이다. 그는 “전교조는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고 교사의 기본 임무도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학교 출근부에 날인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학습 지도안 작성도 거부합니다. 주번 교사 담당도 거부합니다. 상담기록 작성을 반대합니다. 반대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전교조는 칼을 너무 자주 빼듭니다.”
  
  그는 전교조가 “무사안일과 자기 보호 심리를 뒤로 숨기고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며 “(행동의) 가장 큰 동기는 ‘귀찮은 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고도 (전교조는) 진보·개혁 세력이라고 자부한다. 그들을 비판하는 언론은 보수·수구 언론이고 반 개혁적 집단이고, 이상주를 보수 본당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누가 보수입니까. 사사건건 못하겠다는 사람이 수구입니다. 반(反) 개혁 세력입니다. 자신들의 권익만을 추구해 나가는 기득권층이 아니겠습니까. 전교조의 3대 적은 교장, 사학, 교육관료라고 합니다. 그들은 활동 지침에서 교장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교장들의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6신 3시 45분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는 “전교조는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걸핏하면 교육감실을 뒷간에 드나들듯 들어앉아 점령합니다. 전국 교육감실 중에 점령 안한 데가 거의 없어요. 교원 노조의 단체교섭의 범위는 교원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만 국한돼 있지만 단체협상 요구안에는 방대한 교육정책, 인사정책, 교육과정 정책이 포함돼 있습니다. 작년 연말엔 무려 470가지를 요구해 왔습니다. 읽기만도 하루종일 걸립니다.”
  
  그는 스스로 “장관을 1년 2개월했다. 이는 국민의 정부에서 2번째로 긴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교조는) 학교 비리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전교조는) 확인도 안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언론에 자료를 배포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가 어느 인터뷰에서 전교조를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하이에나떼 ‘같다’고 했는데, ‘하이에나’라고 말 실수 했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뭐가 실수야!”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는 “학교장 운영권은 이미 쪼그라들데로 들어 운영하기 어려운 상태에 와 있다”며 “학교 현장이 절단나게 생겼는데, 정부도 이를 똑똑하게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의 반 교육적 행위로 인한 사회적 물의가 대단합니다. 전교조는 순진한 어린이들에게 증오와 분노를 심어주고, 왜곡된 역사의식 심어주고 있습니다. 전교조 교사들은 교장 교육감 정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대통령도 우습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단지 증오심에 불타는 투사일 뿐입니다.”
  
  그는 “학교는 더이상 참교육이 아닌 정치의식화의 장소로 변해버렸다”며 “상호존중·상호신뢰 대신 상호불신·상호규탄·상호고발 등 살벌한 분위기로 가득찼다. 이런 곳에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나”라며 개탄했다.
  
  그는 또 “최근 전교조는 해체해라, 자폭하라는 비판이 많다”면서도 “그들을 몰아내는 일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전교조 교사들도 그들에 대한 비판과 항의를 심각하게 듣고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더 합리적이고 온건한 단체로 자기 변천하도록, 우리가 유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교장들에게 “참용기를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참용기란 ‘참고 용서하고 기다려달라’는 것. 그는 “그들이 스스로 변신할 때까지 우리 교장들은 참용기를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7신 오후 4시 20분
  
  이상진 교장협의회장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교장들에게 장소를 옮기게 된 배경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그는 “시청 앞을 고수하려 했는데 경찰까지 회유작전으로 나오고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교육부 장관과 만나 이뤄낸 협의를 교장단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첫째,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되는 교육풍토를 보장하라고 교육부에 요구했습니다. 연가투쟁, 편향된 이념교육 등에 대해 교육부는 강력 대응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따라서 교장 선생님들은 돌아가신 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오픈해 주세요. 강력 대처하겠습니다.
  
  ▲둘째, 교육부 산하 교권침해방지센터 신설을 교육부가 약속했습니다. 교육부와 회장단이 힘을 합쳐 해결하는 채널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세째,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요구했습니다. 교사들의 투쟁, 법적으로는 안하게 돼있습니다. 교장실에 떼거지로 몰려와 하는 것, 단호하게 무시하고 본부와 연락하십시오. 불법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교육부가 약속했습니다.
  
  ▲네째, 교육정책개발팀을 만들 것을 교육부가 약속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안 문제를 월1회 협의를 하고 그대로 교육부 정책에 반영이 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교육부를 하이에나처럼 물었습니다. 계속 지켜보고 투쟁할 겁니다. 여러 교장이 우리에게 힘을 모아줘야 가능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결연히 한 자리에 모여준 것이,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반증이 되는 겁니다. 하이에나, 하이에나처럼 이젠 우리도 물었습니다. 절대 놓치 않을 겁니다.”
  
  
  (박민선기자 sunris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