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르크스 주의 운동과 1960년 서구를 풍미한 뉴 레프트 운동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프랑크푸르트 학파 학자들이 지은 [권위주의적 퍼스낼리티]란 책의 서문은 미국을 제2의 나치스 독일 예비국가로 규정했다. 이 서문은 '이 나라가 파시스트 국가로 갈 것인지의 여부를 미국인들이 결정할 때가 왔다고 믿는다'는 엄청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유의 나라인 미국을 왜 이 高名한 학자들은 나치 예비국가로 보게 되었을까. 이 학파의 대표적인 학자 허버트 마르쿠제는 월남, 쿠바, 모택동, 카스트로, 체 게바라를 자유를 위한 투쟁의 전형적인 모델로 상정했다. 이 학자들은 왜 자유의 억압자를 해방자로, 자유주의 세력을 나치즘이나 파시즘으로 분류하는 물구나무 서기를 했을까.
  
  한국의 친북좌파들이 反戰이란 말을 이데올로기로 만들어 자유의 편인 부시를 적으로 돌리고 자유의 적인 후세인과 김정일을 옹호한 것과 꼭 같은 잘못을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저질렀는데 그 病因은 무엇인가.
  
  [권위주의적 퍼스낼리티]를 읽어보면 이 고명한 학자들로 하여금 미국을 파시즘에 아슬아슬하게 다가선 나라로 인식하게 만든 요인들이 나타난다. 가족주의가 평등주의적이 아니며 권위주의적이고, 국민들은 종교와 하느님에게 복종하고, 애국심이 고취되며, 자유경쟁 체제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은 건전한 국민국가의 표상이나 자유주의 국가의 특징인데, 이 관념론자들은 거꾸로 파시즘의 특징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만든 이 책은 반공주의를 전체주의라고 분류하고 전체주의 신봉자들인 공산당원을 박해받는 그룹으로 묘사한다. 反共을 國是로 하여 건국된 대한민국을 파시즘 비슷한 나라로 보고 대한민국이 단속한 공산당을 피해자로 보는 한국의 많은 좌파 소설가와 학자들의 논법과 유사하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애국심을 파시즘에 비교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도착증세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마르쿠제는 블랙 팬더, 웨더맨 등 미국의 좌파 테러기관의 폭력행위를 옹호했다.
  '그들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의 시작이 아니라 기존의 악순환을 분쇄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적 관용]이란 책에서 마르쿠제는 '해방하는 관용은 우파적 운동에 대한 불관용이며, 좌파적 운동에 대한 관용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결국 좌파적 운동은 우리 편이기 때문에 그들의 폭력에 대해선 너그럽게 봐주어야 하며, 우파적 운동은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 봐주면 안된다는 뜻이다. 즉, 이데올로기를 진실보다 우위에 놓은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자는 학자가 아니라 혁명가나 몽상가 또는 도착증세자로 보아야 한다. 진실을 신념에 종속시키는 자를 절대로 학자로 불러선 안된다.
  
  요사이 좌파 정권인 노무현 정부가 좌파인 한총련이나 전교조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편에겐 관용을, 우리 편이 아닌 세력에겐 증오를'이라는 태도이다. 마르쿠제는 정권을 잡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헛소리를 진지하게 실천해보일 기회가 없었다. 철부지 학생들을 속여서 1960년대의 세계를 다소 소란스럽게 만들었지만.
  
  한국의 주사파 출신 좌파들은 좌파 대통령의 그늘 아래 많이 진출해 있다. 이런 세력이 관념주의에 빠져 머리에 그려넣은 가공의 한국, 가공의 북한을 상대로 펼쳐갈 國政은 현실과 괴리된 쇼, 연극, 환상, 허상 정치로 끝나거나 개과천선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그 수업료를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는, 한 정치인의 말이 생각난다.
  <위의 글은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최근에 펴낸 '미국의 변명'(다니엘 플린)을 참고로 하여 작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