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金大中 대통령을 치켜세우려고 대한민국과 국군을 격하시키다(월간조선 2001년1월호 편집장의 편지)
  
  2001년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개인과 가정이 잘되면 직장도 나라도 잘되리라 생각합니다. 국가나 민족은 거창한 명사이지만 결국 가정과 개인의 집합체에 불과합니다. 安保(안보)란 말은 딱딱하지만 그 핵심적인 의미는 개인과 가정의 재산과 자유를 지킨다는 것입니다. 金正日(김정일)이 추구하는 한반도 赤化통일이란 우리의 재산과 자유를 빼앗아 가겠다는 것입니다.
  
  요사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赤化(적화)도 흡수도 아닌 제3의 통일(이를 일부에선 합의통일이라고 합니다)은 우리의 자유와 재산을 희생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속임수입니다. 북한체제는 사유재산과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체제이기 때문에 이런 체제와 합의통일을 이룩하려면 우리 쪽에서 양보가 있어야 하며 그것은 우리 체제의 절대 조건인 私有재산과 자유의 일부를 양보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자유와 재산을 지키는 통일은 북한을 남한체제로 흡수하는 통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흡수통일을 武力(무력)으로 추진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 즉 남북 사이의 교류를 통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입니다. 金대통령은 金正日에 대해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무력에 의한 흡수통일이나 당장의 흡수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이지 흡수통일 이외의 통일방안이 있다는 뜻이 아님을 현명한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잘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金大中 대통령이 南北頂上會談(남북정상회담)과 민주화 투쟁의 공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던 지난 12월10일 밤 저는 노르웨이 노벨상 위원회 위원장 군나르 베르게의 연설과 金大中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착잡한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자리가 개인 金大中의 영광을 드높이는 데는 소용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영욕의 현대사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과 국군과 歷代 대통령들은 그 자리에서 떡이 되었습니다.
  
  베르게 위원장은 연설에서 金大中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독재체제에 항거하기 위하여 온 힘을 쏟았습니다. 나는 내 스스로를 강도가 침입한 집의 주인같이 느꼈습니다』
  
  朴正熙, 全斗煥 두 대통령은 강도에 비유되었습니다. 베르게 위원장은 『그는 또 납치와 암살기도를 겪었습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암살기도가 있었습니까?
  1973년8월에 있었던, 李厚洛 정보부장의 지시에 의한 金大中 납치는 그를 일본에서 강제로 귀국시키려는 행동이었지 암살기도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1971년에 있었던 트럭과의 충돌 사고에 대해서 金大中 대통령은 옛날부터 朴정권에 의한 암살기도라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 사고는 金大中 대통령이 탔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했고 마주 오던 트럭 운전사가 엉겁결에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충돌을 면치 못했고 金大中 의원이 다친 경우입니다. 트럭 운전사는 2년 前까지는 부산에 살고 있었습니다.
  
  10여 년 前 제가 이 운전사를 찾아내 『金大中씨 차를 들이받아 죽이라는 지시를 누군가로부터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이 운전사는 『금시초문인데요. 왜 그 사고가 새삼 문제가 되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사고를 조사하고 운전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한 사람은 당시 목포지청 검사이고 지금은 전남지사인 許京萬(허경만)씨였습니다.
  그는 金大中 대통령이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미수 사건」이라고 주장한 이 사고를 조사할 때 상부나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더구나 金大中 대통령의 둘째 아들 金弘業(김홍업)씨의 장인 申鉉守(신현수·감사원 감사위원 역임)씨는 사고 트럭회사 사장과 가까운 친척입니다.
  
  베르게 위원장은 연설에서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金大中씨는 1987년과 1992년 두 차례 더 출마했습니다. 군사정권이 그의 길을 막고 있지 않았다면 지역으로 첨예하게 갈라진 한국에서 그의 출신지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내용도 사실과 다릅니다. 1992년의 大選(대선)은 盧泰愚(노태우) 정권 때 치러졌는데 국민의 직선으로 뽑힌 盧정권을 군사정권으로 분류한 것은 망발일 뿐 아니라 선거에 참여한 우리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태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서 군사정권을 뽑을 정도로 우둔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아프리카에 붙어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베르게 연설의 요지는 金大中 후보가 군사정권이 조장한 지역감정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1987년의 지역갈등, 그 근본원인은 金大中, 金泳三 두 후보가 분열하여 독자 출마를 강행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서 金大中 후보도 책임이 있습니다.
  
  베르게 위원장은 또 『한국은 보안법 문제에 관한 한 개혁해야 할 부문이 여전히 남아 있고 한국의 교도소에는 정치범으로 장기형을 받은 사람들이 아직 있다』고 지적하면서 『金대통령이 민주화 과정을 마무리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을 앉혀놓고 참으로 오만방자한 훈수를 둔 것입니다. 노르웨이와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웨덴이 적대국가로서 노르웨이를 침략하여 수백만을 죽게 했다면 노르웨이는 反國家團體(반국가단체)를 단속하는 법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의 자유와 재산을 지켜주는 3대 장치─국군,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중 가장 중요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노르웨이 사람이 한가한 비평을 하고 있었고 金大中 대통령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항의나 반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안법이 사라져 행동의 자유를 얻은 대한민국內 공산세력이 반란을 일으킬 때, 또는 북한이 다시 남침할 때 베르게 위원장이 의용군을 이끌고 우리를 구하러 달려올 리가 없다면 그의 훈수는 위선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 가운데 국가보안법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면 누가 이 법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습니까. 할 일이 없어 북한을 고무찬양하고도 처벌당하지 않을 자유, 북한공작원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을 자유를 달라고 합니까. 노르웨이 사람 베르게는 그런 자유를 보장하라고 面前(면전)의 우리 대통령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베르게의 망언은 계속됩니다.
  『몇 년 前까지만 하더라도 정치적 반대를 탄압하는 데 사용되었던 한국군이 이제는 동티모르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가토록 결정하는 데 엄청난 상징적 힘이 발휘되었습니다』
  
  이 말은 金大中 대통령의 인권의식을 드높이는 데 필요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국군을 모욕했습니다. 우리 국군은 한국 현대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建國의 초석, 護國의 간성,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1980年代 이후 우리나라가 민주화의 진통을 겪고 있을 때는 국방을 튼튼히 하여 민주화의 열병 때문에 안보가 위태롭게 되는 것을 방지하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화 과정의 울타리 역할을 한 것입니다. 국군의 남은 임무는 대한민국 주도의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는 통일무력으로서의 역할인 것입니다.
  
  물론 일부 정치군인이 권력을 잡았고 광주사태라는 불행한 일이 있었습니다만 베르게가 이야기했던 대로 한국군이 「정치적 반대를 탄압하는 데 사용되었던」 것은 극히 예외적이었고 한국군 전체가 관련되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군의 긍정적 역할을 생략하고 정치적 반대를 탄압하는 군대라고 과장한 것은 金大中 대통령의 인기를 높이는 데 소용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과 국군의 명예는 훼손되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남북은 半세기 동안 분단된 가운데 3년에 걸친 전쟁을 치렀으며 휴전선의 철책을 사이에 놓고 불신과 증오로 50년을 살아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제3국의 지식인이 중간자적 입장에서 한반도 정세를 논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습니까.
  그의 연설로는 불행의 씨앗인 6·25 전쟁이 누구에 의하여 시작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불신과 증오의 책임은 전적으로 전쟁범죄자인 북한당국이 져야 하는데 그 반의 책임은 피해자인 남한측에도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깁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自國(자국)의 상황을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의 조국은 어디인가?
  
  金大中 대통령은 또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열려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데 합의했습니다』라고 연설했습니다. 이것은 크나큰 과장입니다.
  
  남북한이 전쟁을 하지 말자는 합의를 양측 국방장관끼리 할 수 있습니까. 그런 선언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합의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거지요. 남북한이 전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주한미군은 철수하고 북한을 主敵(주적)으로 보지 않아야 하며 국가보안법은 고쳐야 합니다. 평화협정 없이, 남북한 군사력의 再배치 없이, 남북한의 군사적 투명성 보장 없이 어떻게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루어집니까. 그것도 장관 수준에서.
  
  金大中 대통령은 자신이 독재정권으로부터 탄압당한 이야기를 세계가 지켜보는 그 뜻깊은 연설을 통해서 되풀이했습니다. 그는 『독재자들에 의해서 일생에 다섯 번에 걸쳐서 죽을 고비를 겪어야 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다섯 번 중 둘째 번 것이 앞서 든 그 트럭사고입니다. 저는 金大中 대통령도 그 사고는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미수」가 아니고 단순교통사고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트럭회사의 사장 친척과 사돈관계를 맺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살인미수」를 단순교통사고로 기소한 검사를 전남지사로 공천합니까.
  이 트럭 운전사도 인권이 있습니다. 그는 8개월 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고 나와 보니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뒤였다고 합니다.
  
  그는 1998년 9월호 月刊朝鮮(월간조선)에 실린 기사에서 취재기자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8개월 간 옥살이하고 나와 보니 야당당원들의 등쌀에 못 이겨 아내는 가출했습디다. 요즘 들어서 불안해집니다. 밤에 우리 집 앞에서 괜히 전봇대 불을 끄고 가고 그래요. 김구 선생 암살범을 딴 사람이 찾아가서 죽이지 않았습니까. 대통령께서 오해를 풀어주셨으면 좋겠는데…』
  
  만약 이 운전사가 金대통령의 수상연설을 들었다면 기겁을 했을 것입니다. 인권은 인간의 직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운전사 權씨의 인권이나 金大中 대통령의 인권은 같은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金대통령이 인권을 향한 헌신·민주화 투쟁·그가 받았다는 탄압을 극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운전사 權씨의 인권을 짓밟는다든지 그를 드라마의 소도구로 이용한다면 金大中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할 사람이 최소한 한 사람이 늘게 됩니다. 金大中 대통령이 오해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權씨를 「살인미수범」으로 몰고 있다면 노벨평화상의 수상 자격을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 인간의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사해동포의 인권을 귀중하게 여길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金大中 대통령과 베르게 위원장의 연설에 동티모르와 아웅산 수지 여사의 인권 이야기는 나오지만 아우슈비츠의 유태인들보다 나을 것이 없는 북한동포들의 비참한 인권상황에 대해선 단 한마디의 말도 없습니다. 權씨 한 사람의 인권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 분이 2000만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어찌 귀중하게 여기겠는가 하는 所感은 참으로 괴로운 결론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