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름:재미동포 (deathtokimjongil@death.com) (27, 남, 회사원)
   2003-05-28 오전 12:45:00 65.244.5.34
  
   뉴욕시 한국전참전기념비에 다녀오다
  
  어제는 미국의 전몰자기념일이었다. Memorial Day, 즉 미국의 현충일이다. 아침부터 미동북부지방 전체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 여러 행사들이 지장을 받는 모양이었다. 단지 워싱턴 국립묘지에서 기념식을 갖는 동안은 비가 내리지 않은듯 했다. 이라크전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TV에 비친 참석자들의 모습이 사못 진지했다.
  
  휴일이라 아침내내 빨래와청소로 하루를 보낸 나는 오후늦게 비가 그치자, 겉옷과 우산을 챙겨들고 뉴욕시 남단에 위치한 배터리 공원으로 향했다. 대서양이 앞으로 펼쳐져 보이고 지난번 911테러가 났던 곳에서 바로 지척인 그곳에는 이민자들과 전몰자들을 기리는 여러 기념비들이 공원의 조경과 한껏 어우러져 서 있다. 꽃 한다발을 사 들고 한국전 기념비를 찾아 갔다. 왠일인지 전몰자기념일인데도 별로 사람들이 찾아 온 흔적이 없었다. 꽃도 공원측에서 제공한 한다발 뿐이었다. 참배객들로 붐빌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좀 아쉬웠다. 가져간 꽃다발을 살포시 내려놓고 기념비를 어루만지며 눈을 감았다.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 태어났고 자유의 땅 미국에서 살 수 있게된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영령들을 생각하니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젊고 튼튼한 몸과 마음을 바쳐 척박한 전장에서 싸우다 세상을 떠난 그 때 당시의 연합군과 미군, 그리고 대한민국국군들의 모습이 영상처럼 떠 올랐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 태어났고 자유의 땅 미합중국에 사는 것에 감사한다. 코리안이되 김일성과 김정일한테 정신과 육체를 유린당하는 코리안이 아니니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가!
  
  감았던 눈을 뜨고 기념비 주변의 휴지를 줍는 것으로 나의 한국전기념비 참배를 마쳤다. 젊은 내가 한참 비석밑에 서있는 것이 흥미롭다는듯이 팔에만 군인 완장을 차고 평상복차림으로 가볍게 죠깅을 하고 지나가던 미국인 병사가 기념비쪽으로 다가와 한동안 머물다 지나갔다. 꽤 오래 있었는데 찾아 온 사람은 나와 그 병사 단 둘 뿐이었다. 뉴욕시에 수많은 한인동포들이 살고 있고, 한국으로부터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도 상당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 몇 없이 홀로 서 있는 기념비를 대하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바빠서 그랬으려니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래도 그들 모두 우리가 오늘날 만끽하는 자유와 풍요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집에서 한 번 생각이라도 해 보지않았을까하는 기대를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