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여 돈을 버는 브로커들, 문제 있다.”
  
  태국 특수경찰 부국장 뜨리또트씨의 이야기다. 계속해서 그는 “우리는 그들 브로커들이 중국에서부터 탈북자들을 모집하여 태국으로 불법 밀입국시키고, 한국 대사관이나 교민들을 통해 이민국 관리소로 보내는데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에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나 중국의 ‘안첸쥐’(국가안전정보국)가 없다. 일반적으로 국내치안을 맡게 되는 경찰청 내에 특수경찰부서가 존재할 뿐이다. 태국민들에게 특수경찰로 통하는 이들의 주 업무는 태국 왕궁 및 주재국대사관 경호 외, 자국 내에서 벌어진 특수사안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1999년 태국의 대내외적 이미지에 손상을 끼친 북한 보위부 요원들의 “홍순경 납치사건”(태국주재 북한 무역참사관 홍순경씨를 납치했던 일)이 그것이다. 당시 홍순경씨를 강제 북송할 임무를 띠고 현지에 도착한 북한보위부 요원들은 이를 눈치 채고 북한대사관을 이탈한 홍씨를 체포하기 위해 태국 경찰을 매수했고, 매수된 경찰이 제보한 휴대폰의 위치추적 자료로 홍순경 일가 납치에 골인한바 있다.
  
  국제적으로도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태국 총리가 직접 나서는 상황이 벌여졌다. 북한으로서는 납치하여 대사관 안에 격리시켰던 홍씨의 아들을 내어 놓든지 “일체의 외교관계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태국정부의 요구에 승복하든지 해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문제의 “특수사안”해결을 위해 태국 특수경찰부가 동원됐고 그러한 현장책임을 맡았던 인물이 뜨리또트씨다. 그는 현재 특수경찰 부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중장의 계급을 달고 있다.
  
  이러한 인물이 탈북자들의 태국밀입국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더하여 태국이란 나라는 국제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국가이다. 현재 150만 명의 불법 체류 및 불법입국자(태국 이민국 발표)의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태국정부가 증가되고 있는 탈북자들을 밀입국자들로 규정, 그들을 체포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현재 이민국 수용소에 감금된 현재의 탈북자들 외에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미래형 밀입국자(탈북자)들을 태국정부가 한국으로가 아닌 중국으로 강제로 추방하지 않는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유래 없는 독재정권의 희생양들이다]
  
  한때 태국특수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태국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입국했던 전 북한 태국주재 무역참사관 홍순경씨가 이제는 탈북자동지회 회장으로 뜨리또트씨와 자리를 같이했다. 홍씨의 말을 빌면 “탈북자들은 세상에 유래 없는 김정일 독재체제가 낳은 희생자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사람답게 살기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고, 죽음을 각오한 고행 끝에 여기, 태국까지 온 사람들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횡단해 태국까지 오자면 5천여㎞를 극복해야하며, 이들이 목숨 걸고 넘어야 하는 국경은 작아서 세 개다. 안내자나 도우미가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일부에서 돈을 목적으로 “도우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명을 구하는 보람”을 가지고 탈북자들을 돕고 있다.
  
  법은 사람을 살리는 법이여야 하고, 질서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하는, 인권을 존중히 하는데 근거해야 하지 않겠는가. 탈북자들을 범법자로 취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물론이고, 앞으로 취할 수 있다는 특단의 대책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견해에 대한 뜨리토트씨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런 문제는 당신 같은 민간인들이 하는것이 아니라 정부적 차원의 일이다. 탈북자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은 태국경찰의 소관하에 일방적으로 이루어 진 일들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대화가 끝날 무렵 뜨리또트씨는 당신들의 요구가 정 그러하면 현재의 이민국수용소에서 특수경찰이 관리하는 수용소(한때 홍순경씨가 머물렀던 수용소. 홍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의 수용시설에 비해 비할 바 없는 시설과 환경이 갖추어진 곳이라고 한다)로 탈북자들을 이관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단, 탈북자동지회나 여타 관련기관이 협조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탈북자 동지회나 여타의 탈북자관련기관들에 그러한 대외업무를 감당할 능력은 없어 보인다. 결국 태국의 탈북자문제는 한국정부의 의지와 외교력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정답이다.
  
  물론, 법대로 따지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지는 대한민국 정부이기는 하다.
  
  탈북자 김성민(자유북한방송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