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남한의 공산화를 추구하지 않는 공산당도 있나, 북한의 민주화를 추구하지 않는 민주당도 있나
  
  근대 국민국가는 동일한 정치이념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건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민족은 동일하지 않아도 국가가 될 수 있지만(미국이나 舊소련처럼) 구성세력의 정치이념이 다르면 국가로 성립할 수 없습니다(한국, 舊독일, 구월남, 구예멘의 경우). 남북한 관계에서도 통일이란 바로 이 정치이념의 통일을 말합니다. 북한식의 통일은 남한이 공산화되어 한반도 전체가 공산주의 이념으로 단일화되는 것을 뜻합니다. 남한식 통일은 북한이 민주화되어 한반도가 전부 자유민주주의로 단일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김일성은 연방제통일방안이란 속임수를 만들어냈습니다. 남한이 민주주의, 북한이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도 그런 2체제에 기초한 1통일국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들은 남한이 민주주의, 북한이 사회주의를 유지한 이 연방국가가 바로 통일국가라고 주장합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단일 정치이념인데 두 개의 적대적인 정치이념을 그대로 두고 적당히 봉합한 것을 통일국가라고 부르자는 억지입니다. 그것은 이미 국가가 아닙니다. 인류역사상 상이한 정치이념을 허용하고 국민국가를 세운 예가 없습니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따라서 구리와 납을 서로 붙여놓고 金이라고 부르자는 강변입니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이란 적화통일로 가는 중간단계의 전술적 표현입니다. 남한 지방정부와 북한 지방정부를 감싸는 어떤 조직을 만들고 그것을 연방국가라고 하면서 통일되었다고 선전합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달라고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남한내의 공산세력이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북한의 공산정부와 남한내의 거대한 친북세력이 연합하여 남한민주정부를 뒤엎은 다음 남한을 공산화하여 드디어 단일이념으로 정리된 진정한 통일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저들의 전술이지요.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을 지지하는 남한내의 좌익들은 남한의 자유통일방안을 독일식 흡수통일이라고 비판해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런 주장에 편승하여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천명했습니다. 독일 통일은 동독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서독의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평화적으로 독일의 정치이념이 자유민주주의로 단일화된 평화통일이었습니다. 이를 마치 강제된 흡수통일인 것처럼 거짓 선전, 선동한 것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지 않을까 걱정해온 좌익들이었습니다. 평화적 흡수통일인 독일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이념의 평화적 단일화를 비판하는 것으로서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요사이 우리 정치인들 사이에 참으로 웃기는 논리가 퍼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여 남한 적화 조항을 없애면 우리도 국가보안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공산당이 남한의 공산화를 포기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자들이 북한의 민주화를 포기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 공산당이나 그런 민주주의자는 공산당임을, 민주주의자임을 포기한 것이지요. 북한체제가 존재하는 한 남한의 공산화는 포기할 수 없고(포기한다고 해도 그것은 속임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북한의 민주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만약 포기한다면 체제와 국가와 이념을 포기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게 항복한다는 뜻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김중권 민주당 대표는 월간조선 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정권은 우리의 명백한 敵이며, 햇볕정책으로 녹이는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분명 김대중 대통령의 公言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지만, 김대중 정권의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이고 진심이라고 믿고싶습니다. 즉, 김대중 정부의 對北政策 목표는 어디까지나 교류나 접촉을 통해서 평화적 방법으로써 북한을 민주화하여 자유민주주의 이념밑으로 북한체제를 녹여넣겠다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보수 애국세력이 해야 할 일은 김대중 대통령이 하고싶지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대신해주는 일일 것입니다. 즉, 공산당의 위협에 대한 경고와 대한민국의 자유통일방안에 대한 확인과 공산당과 공존하는 통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고, 오로지 한반도 전체의 민주화가 유일무이한 통일방안이란 강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김대중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지 김대중 정부가 북한정권을 의식하여 겉으로 하는 정책과 말이 진짜인 줄 착각하여 북한정권에 대한 비판을 게을리하는 것은 김대중 정부를 망치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