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김정일 위원장의 샹하이 방문 및 북한 경제 개혁과 관련, '북한 '제2의 중국' 가능성 낮아'라는 제하의 베이징 발 <워싱턴 포스트>(1월23일) 기사 가운데 주요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이 기사는 중국 경제 개혁의 배경을 분석하면서, 북한이 중국식 개혁 모델을 따라가기에는 북한의 내부 사정과 주변 여건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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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제2의 중국'되긴 힘들다
  (Experts Doubt N. Korea Can Be 'Second China')
  
   지난 주 김정일이 샹하이의 증권거래소와 공장들을 방문하자, 민첩한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본받아 정치 권력을 확고히 하는 한편 불구가 된 북한 경제를 개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제2의 중국'이 되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심한 난관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78년 시장 경제로 문을 개방했을 당시 중국은 농촌의 거대한 노동력과 해외 화교 투자자들의 국제적인 네트웍을 동원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인 북한은 이 두 가지 요인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오히려 북한은 해외에 진 빚이 많은 소국으로, 자원도 적고, 사회기본 시설은 붕괴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공업은 병들어 있고, 굶주리는 주민들은 풀이 죽어 있다.
  
   김정일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면, 북한이 몇 개의 확실한 프로젝트만 가지고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나라인 데다가, 그가 결정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시행할 충실한 관료들을 빈틈없이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북한 주민들에게 몇몇 사기업과 함께 활동하라고 지시하기만 하면, 모두 그 말을 따르게 될 것이다.
  
   게다가, 김정일은 여러 해 동안 경제 개혁에 착수하라고 북한을 구슬러 온 중국 지도층의 지지에도 기댈 수 있고, 한반도에서 적대시했던 이들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북한과 화해를 촉진시키고 있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오늘(1월22일) 강경 공산주의 정부가 경제 개혁에 착수할 경우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샹하이 방문과, 최근 몇 주에 걸쳐 북한 관영 신문이 이례적으로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는 사설을 연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일은 주요한 경제 변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중국 개혁의 설계사 덩샤오핑이 추진한 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북한 문제 분석가인 퍄오 지앤이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단기간에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지만, 제2의 중국이 되려고 노력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은 중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북한의 상황은 중국과 다르며 현 상황은 북한 나름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도 1978년 이전에는 지금의 북한처럼 붕괴 직전의 폐쇄적이고 통제된 경제였다. 지난 20년 간 중국이 재미를 만끽한 위태로운 성장은 최소한 초기 단계에서만큼은 주로 농업 분야의 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인민공사가 해체되고 농부들에게 가족 농사가 허용되면서 농업 생산량이 치솟았다.
  
   남아도는 농촌의 노동력이 지방 곳곳에 세워진 새로운 형태의 반(半)자영 공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경기는 붐을 일으켰고, 개혁 초기, 중국 인구의 70%가 농업 분야에 종사했기 때문에 이 전략은 먹혀들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보다 훨씬 더 공업화되어 있는 나라이며, 북한 노동자의 3분의 1에서 10분의 1만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방에서 가족 농사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으며, 북한을 여행한 사람들에 따르면 이 가족 농사야말로 그들이 본 것 가운데 가장 경작이 잘 이루어지고 생산량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개혁이 중국식 경제 혁명의 불을 당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작황이 가장 좋았을 때일지라도, 미주리 주 크기의 산악 지형인 북한은 자급자족조차 할 수가 없었다. 식량 수입에 필요한 만큼의 무역 및 제조업과 다른 나라의 지원에만 의존해 왔던 것이다. 소련 시대의 보조금이 끊기고 곡물 수확이 몇 해째 재해 수준으로 떨어지자 북한 경제는 거의 붕괴되다시피했고,. 1995년 이후 약 2백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분석가들은 북한이 경제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현재 침체 상태에 빠진 거대한 공업 분야를 공략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불리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아메리칸 대학의 한국 전문가인 김현국 교수는 '북한은 중국의 화교처럼 해외에서 투자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가 전혀 없고, 또한 중국처럼 북한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는 북한에 값싼 노동력이 있긴 하지만 '아시아와 세계 곳곳에어딜 가든 값싼 노동력이 널려 있다'라고 지적한다.
  
   남북한 화해가 지속되면 남한의 대북 투자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해외 투자 유치 능력은 심각한 에너지 부족과 형편없는 수송 구조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방 전역의 공장들은 전력 공급을 산발적으로 받을 뿐이며, 철로 시설은 낡고 형편이 없다. 일부 철로는 이미 50년 이상이나 된 것도 있다. 항만 역시 작업 속도가 느리기는 마찬가지이다. 화물 선적과 하역은 거의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져 있는 나라를 개방하게 되면 김정일 정부의 합법성을 침식할 수도 있다. 고려대 김형국 교수는 '중국 모델을 좇아 정권을 유지한 채 내부로부터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데, 김정일이 과연 자기 몫을 챙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 간다'라면서, '샹하이에서 그가 본 것은 (중국 지도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정말 어렵게 23~24년에 걸쳐 만들어낸 것이다. 너무 큰 난관이 그를 가로막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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