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서해교전전사자추모본부에서 회원들에게 보낸 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우리가 서해교전에 잃은 것
  
  2002년 6월 29일 서해 교전을 통하여 대한민국이 잃은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보 았습니다. 어떤 분이 하시는 말씀이 “그깟 배 하나 또 만들면 되는데, 왜 분란을 만들려고 하는가? 그리고, 전사자 기억 어쩌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국전쟁 때부터 죽은 사람 이름을 다 적어내는 문제를 공무원 시험에 넣으라는 이야기냐?”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과연 단순한 고속정 한 척 뿐인 문제 일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서해교전을 통하여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우선 가장 먼저 남자다움이 넘치는 해군 장병들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해 교전에서 전사하신 여섯 분을 포함하여 살아서 평생을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한 가슴속의 괴로움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분들 중에는 다시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수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서해교전에 대하여 전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나, 생존하신 승무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괴로운 것이 “이 사람이 진짜 남자다.”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 입니다.
  
  유가족께 이야기 했었습니다.. “아마도 승무원들끼리 똘똘 뭉쳐서 잘 돌아다니셨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라고 했더니 “제발, 맨날 남자들끼리 모여서 돌아 다녀도 아무 말 하지 않을 테니 있어만 줘도 좋으련만…”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사하신 분들을 포함하여 참수리 357의 승무원들은 교전 당시에도 자신의 동료와 자신들의 함을 믿고 주어진 의무를 다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희완 중위께서도 표현 하셨던 “한솥밥 식구”의 신뢰와 사랑을 가졌던 멋있는 바다 사나이들이 떠난 자리는 유달리 크게 느껴지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멋있는 바다 사나이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두 번째로 잃은 것은 “내 피 같은 돈을 주고 산 배를 잃은 것입니다.” 참수리 357은 대한민국 해군의 자산입니다. 그리고 저는 분명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내가 열심히 벌어 낸 세금으로,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 나라, 이 바다를 지키라고 만들어준 고속정이 이제는 바다를 떠나, 평택항의 뭍에 올라와 있습니다.
  
  참수리는 바다에서 그 빠른 속력을 자랑하며, 우리의 바다를 누빌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참수리 357은 이제 바다를 떠났으므로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바다 수호는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뚝 선 모습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안보의 중요성을 몸으로 말할 것입니니다.
  
  “나는 위대한 바다 사나이들과 함께 서해를 지켰다고…”
  
  세 번째로 잃은 것은 국민의 호국 의지 입니다.
  
  2002년 6월은 정말로 뜨거웠던 기간이었습니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영웅들의 외롭고 쓸쓸한 마지막 길을 보면서, 그리고 국민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면제 받는 축구 선수를 보면서 합법적이고 편안한 길을 보았으며, 국가는 어떤 얼빵한 바보가 목숨을 지키고 나는 다른 일을 하면서 부와 인기를 누리는 길을 택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또한 어느 외국의 군대는 한국 전쟁과 월남전 같은 오랜 시간이 흐른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유해를 아직도 막대한 돈을 들여 찾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군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다는 청소년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을 남의 일로 생각할 때, 우리의 자식들은, 우리의 손자들은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이역 만리 타국에서 망국노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온갖 고통 속에서 노력하였던 것 처럼, 지금 우리 동포들이 “탈북자”라는 이름아래 외국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꽃다운 우리의 딸들은 외국인 노총각의 성적 노리개로 팔려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로 하여금 자신을 희생하여 나라를 지키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여준 것은 그 어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것을 잃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네 번째로 대한민국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요즈음 시중에서 돌고 있는 소문이 어떤 외국의 고위 관리와 우리나라의 관리가 했던 대화 입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고, 전사하신 분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여 망신을 당했다.”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고소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전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면, “한국전쟁부터 죽은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란 말이냐?” 라고 하십니다.
  
  제 개인적인 짧은 소견에서는 정말로 원통하고 분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피를 토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자신의 조국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가 아무리 정파를 달리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외국인에게 조롱을 당했다면 부끄러움을 느끼고 분개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있다고 하는 식자들은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고 외교적으로 무례를 범한 상대국 관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가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전사하신 분들은 영원히 발전할 대한민국을 지키려 하셨다는 것입니다. 이 분들이 과연 외국인에게 자신들의 이름으로 조롱 당하기를 희망하셨을까요? 단언코 말씀드리건데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가신분들 앞에서 머리 숙여 반성합시다. 그리고 이 분들이 지키려고 하였던, 목숨을 버려가면서 까지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를 가꿔 갑시다. 이것은 살아남은 우리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단합을 잃었습니다.
  
  서해에서 전사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일을 진행하여 오면서, 많은 사람들은 여중생 사건과 비교를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여중생의 죽음을 슬퍼하면 진보요, 전사자를 거론하면 보수라는 이분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사하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신들이, 분단된 조국, 약한 나라의 아들로 태어나서 이 땅의 사내들이 모자라서 우리의 힘으로 우리나라를 지킬 힘이 부족하였기에 외국군이 주둔하였을 것이라 하면서 가슴을 치고 자책하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힘이 약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 조국을 내 손으로 지킨다”라는 생각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여 왔습니다.
  
  전사하신 분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여동생이 죽은 것처럼 생각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였을 겁니다. 그리고, 그 어린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무리들에 대하여 분노하였을 것 입니다.
  
  전사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것은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여중생 추모를 하시는 분들과 세력 대결을 하고자 하는 것도, 비교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일각에는 이러한 대결을 희망하는 분도 계시고, 전사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거론되지 않고 빨리 잊혀지기를 바라는 분도 계십니다.
  
  어린 여중생이나, 나라를 지키다가 전사하신 분들이나 다 같은 우리 주변의 형이요, 동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물건들의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어린 학생들의 죽음과 나라를 지키다가 가신 분들의 추모를 서로 비교하고 경쟁 시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두개의 별개의 사건을 상호 비교하고 정치적인 선전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국론은 분열되어 갑니다.
  
  진정 21세기 세계사의 본문을 쓰기 희망하는 국민들이라면 젊은 죽음에 대하여 가슴 아파하고 애도하기 바랍니다. 아마도 전사하신 분들은 자신들로 하여금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실 것 입니다.
  
  그 분들의 영전에 단합된 우리의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사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것은 어떠한 정치적인 목적이 없으며, 나라를 지키가다 불의의 기습에 떠나신 분들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외롭게 쓸쓸했으며 잊혀지기를 바라는 물건들이 존재하기에 이 분들이 이렇게 잊혀지는 것은 우리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 생각되었고, 또 나라를 지키다 가신 분들에 대하여 살아남은 사람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추모행사를 준비하는 것 입니다.
  
  4336 대한민국84년 6월14일 1804 만주국경
  
  http://cafe.daum.net/pkm357
  http://www.pkm357.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