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어제 방영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상 봉쇄정책이 성공한 예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역사에 대한 무지나 의도적 왜곡이 아니고서는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에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한 마디로 다양한 '봉쇄정책'의 결과였다.
  
  '소수 무장집단이나 외부의 압력에 의한 종속에 반대하여 싸우는 자유인민들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의 의무'라고 선언한 트루먼 독트린은 공산반란으로 적화 직전에 있던 그리스를 구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미국 등 16개국의 6-25참전은 한반도의 적화를 막아냈다.
  
  미국의 쿠바봉쇄는 쿠바섬에 배치된 소련 미사일을 철수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후 쿠바나 소련으로 하여금 두번 다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유사한 불장난을 되풀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 카스트로는 정권유지에만 급급해 하고 있을 뿐, 과거처럼 중남미에 대한 혁명수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DJ는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쿠바가 미국이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더 이상 안보위해요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對쿠바 봉쇄는 성공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냉전의 종식을 가져온 것은 닉슨의 '데탕트'가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의 '新냉전'이었다.
  레이건은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그레나다에 親蘇세력이 쿠데타로 집권하자 미군을 투입해 이를 전복시켰다.
  스타워즈 계획을 비롯한 군비증강계획을 강력히 추진, 군비경쟁 끝에 소련의 손을 들게 만들었다.
  소련을 '惡의 제국'으로 지칭한 것도 일종의 '봉쇄'였다. 레이건은 후일 '惡의 제국' 연설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소련에게 우리가 그들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뒷날 냉전이 끝나고 나서 한 러시아 장성이 '소련이 망한 것은 그 망할 놈의 '惡의 제국'연설 때문이다. 소련은 정말 '惡의 제국'이었단 말이다'라고 말한데서 볼 수 있듯, 레이건의 '惡의 제국' 연설은 소련인들로 하여금 '소련 공산체제가 과연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체제인가' 에 대해 회의를 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惡의 제국' 연설은 일종의 '심리적 봉쇄'였고, 멋진 성공을 거두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김일성이 8-18 도끼만행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은 동-서해상에 美해군 항모를 전개시키고, 한국군 공수특전단이 사건의 단초가 된 미류나무를 베어버리면서 무력시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봉쇄는 (그들 자신이 자초한 것이기는 하지만) 경제를 비롯한 북한의 총체적 국력을 파탄지경으로 몰아 넣었다. 만성적인 유류 부족으로 북한공군이나 기갑부대는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군이 수적으로는 한국군을 압도하면서도 전면전이라는 불장난을 저지르지 못하는 것은 식량에서부터 석유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무리하게 핵개발을 추진, 자살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이러한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對北 봉쇄는 성공한 것이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봉쇄정책의 효용은 냉전이 종식된 후에도 입증되었다.
  
  밀로세비치로 하여금 보스니아에서의 인종청소를 중단하게 만든 것은 EU의 설득외교가 아니라, 미국이 주도한 對유고봉쇄와 정밀폭격이었다.
  
  10여년에 걸친 對이라크 경제봉쇄는 이라크의 군사력과 軍民의 항전의지를 약화시켜,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 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물론 실패한 봉쇄정책도 있다.
  
  1948년 6월부터 13개월 동안 계속된 소련의 베를린 봉쇄는 실패로 끝났다. 소련은 베를린으로 향하는 모든 육로를 봉쇄하면 미-영-불 3국이 西베를린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루이어스 클레이 장군은 '공중다리'로 불리는 대대적인 공수작전을 통해 西베를린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했다. 비행기가 30만회에 걸쳐 출격, 200여만 톤의 물자를 공수했다. 소련이 전투기를 출격시켜 수송기들을 위협하자 미군도 격추위협으로 맞섰다. 결국 소련의 베를린 봉쇄는 실패로 끝났다.
  
  독일처럼 미-영-불-소 4대국이 분할점령하고 있던 오스트리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마크 클라크 장군(휴전협정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 오스트리아에 주재하고 있을 때, 소련군은 수시로 서방측 점령지역간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협했다. 소련군 장병들이 미군열차에 올라와 행패를 부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1946년 겨울, 소련군 장병들이 미군열차에 올라와 권총을 휘두르며 행패를 부리자, 참다 못한 미군헌병이 소련군 장교를 사살해 버렸다. 소련군 당국은 문제의 미군헌병을 자신들이 처형하겠다며 한달 반 동안 신병인도를 요구했지만, 클라크 장군은 완강하게 버텼다. 결국 소련은 미군 신병인도요구를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소련군이 미군열차에 올라와 행패를 부리는 일도 사라졌다.
  소련이 비엔나와 오스트리아의 미국점령지역간을 오가는 미국항공기의 운항을 위협했을 때(심지어는 클라크 장군이 탑승한 비행기까지도 소련군의 위협을 받은 일이 있었다), 클라크 장군은 열차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활용했다. 그는 미국비행기들에게 완전무장하고, 소련의 도발이 있을 경우 가차없이 응사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이 사실을 소련측에 통보했다. 소련비행기들을 두번 다시 미국비행기에 도발을 가해오지 못았다.
  
  1973∼1974년 북한은 西海 5島嶼 水域에서 어선단과 미그 전투기를 南下시키는 등 도발을 감행해 왔다. 바다는 美 지상군의 개입 없이 남북한의 실력 대결로 결판을 지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우리 軍은 팬텀 전투기들을 발진시키고, 우리 水域을 침범한 북한 어선 한 척을 해군 함정이 들이받아 격침시키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이후 우리 軍은 북한의 NLL 침범에 대해서 '死守 전략'을 수립하였으며, 이에 따라 1999년 연평 해전時까지 '海域의 질서'가 유지되었다.
  
  소련이나 북한의 봉쇄 내지 도발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유진영이 공산주의자들의 봉쇄와 도발을 그보다 더 강한 의지와 물리력으로'봉쇄'했기 때문이다. 아니,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전에 대개의 경우 공산주의자들은 '의지의 벽'에 부딪쳐 물러서고 말았다. 지난 50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어 온 것은 '햇볕정책'덕분이 아니라, 한미연합군의 무장력과 '반공애국정신'이라는 정신전력으로 북한의 도발의도를 '봉쇄'했기 때문이었다.
  
  솔제니친은 '공산주의자들은 벽에 부딪칠 때만 후퇴한다',' 공산주의자들은 확고한 자세만을 존경하고 계속해서 후퇴하는 사람은 경멸하고 비웃는다','계속해서 복종만 하는 힘은 결코 힘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솔제니친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 제목 앞의 표식은 서해교전전사자추모리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