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德龍 의원, '金正日은 현명할 수 있는 지도자'
  
  趙南俊 월간조선 부국장
  
  문화일보의 「도올(金容沃)기자가 만난 사람」을 관심있게 지켜보아 오던 필자는 「한나라당 대표 후보 탐방기」라는 부제의 이 기사 가운데 6월18일자 金德龍(김덕룡) 의원 인터뷰 내용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졸필을 들었다.
  우선 金德龍 의원은 본인은 잊었겠지만, 필자가 직접 인사한 적도 있으며, 한다리만 건너가면 다 아는 그런 분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특히 그 분의 혈육과도 과거 친하게 지냈던 터라 더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인터뷰 마지막, 『金正日은 현명할 수 있는 지도자』, 『DJ(金大中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말은 그가 과연 제도권의 정치 지도자인지, 그가 과연 거대 야당의 대표를 맡겠다고 나선 사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金正日은 현명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한 말의 眞意(진의)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北에 가서 金正日(김정일)을 만나고 온 金大中 전 대통령이 『金正日은 식견있는 지도자』라고 한 말을 연상케 한다.
  어떤 점이 「그렇게 현명할 수 있는 지도자」인지 알 수 없다. 애비를 잘 둬서 「專制君主」같은 위치에 올랐다는 점을 말하는 것인가. 반대파 제거차원에서 충분히 먹여 살릴 수도 있었던 사람들, 수백만명을 굶어죽게 한 점을 말하는 것인가. 수십만의 정치범을 강제수용소에 가둬놓고 있는 점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 근로자 수백명이 타고 있던 대한항공 858기를 金賢姬(김현희)를 시켜 폭파했기 때문인가. 버마 아웅산에서 우리나라 국가원수를 시해하려다 아까운 人材(인재) 십수명을 爆殺(폭살)시킨 죄과가 드러나 버마 당국으로부터 국교를 단절당한 前科(전과)를 높이 산 것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金大中 전 대통령은 지금 對北(대북) 송금문제와 관련, 特檢(특검)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진상이 밝혀진 후, 국민의 합의로 그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사중인 사건의 핵심인물인 金大中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발언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된다.
  지각있는 여당의 정치인이라도 현재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알 것이다. 하물며 야당 의원으로서, 그것도 야당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분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