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등소평은 1980년대 초부터 중국을 개혁 개방의 길로 끌고가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을 초청하여 '우리와 같은 길을 가자'고 권유했습니다. 김일성은 그러나 동행을 거부했습니다. 만약 그때 김일성 부자가 개혁, 개방의 길로 북한을 인도하기 시작했다면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고, 한반도 상황도 지금보다는 더 좋아졌을 것입니다.
  그러면 왜 김일성 부자는 등소평의 권유를 뿌리쳤는가, 그리하여 그 뒤 20년간 역사의 흐름을 역류하고말았는가. 김일성은 중국이 개혁개방하면서 모택동에 대한 우상숭배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가장 큰 쇼크를 받았다고 합니다. 등소평은 모택동의 과오를 3, 잘 한 점을 7로 평가하면서 전체적으로는 그를 긍정했지만 개인숭배만은 금지시켰습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개인숭배도 금지시켰습니다. 이것을 보고 김일성은 북한이 개혁개방되면 자신의 우상화 신화가 무너질 것임을 알아차린 것입니다.
  사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정치적으로는 우상화의 거부,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의 도입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중국식 개방, 개혁으로 간다는 것은 바로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중단한다는 것인데, 이는 곧 김정일 정권의 자살을 의미합니다. 김정일이 자신에 대한 우상숭배를 중지시킬 수 있을까요. 절대로 불가능하고 그럴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지향하는 개혁 개방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김정일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인수령지배체제를 보존하면서 중국과는 개방을 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뜯어먹는 것, 일본에 대해서는 배상금을 우려내는 것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들은 흔히 항일유격대식 경제건설이란 말을 쓰는데 원래 유격대는 마을을 습격하여 약탈함으로써 조직을 유지해가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김대중 정권과 대한민국을 약탈, 협박, 속임수, 뜯어먹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한국과 상대하여 경제를 배우고 제도를 개혁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중국식의 개혁 개방을 하면 체제가 무너질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약탈국가, 테러국가, 폭력국가, 범죄국가로 남아 있으면서 겁먹은 이웃나라들로부터 조공이나 뇌물을 받는 것이 체제유지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김정일의 이런 구상은 그러나 실천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자신이 예기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의도하지 않은 개혁, 또는 상황이나 대세에 의해서 강제된 개혁 개방으로 내다 몰릴지 모릅니다. 역사는 한 개인의 의도대로 진행되지는 않는 것입니다. 김정일이 무슨 수로 역사 흐름을 거스를 수가 있으며 무슨 힘으로 역사 발전과 전환의 주류가 될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그는 한반도의 전환기에 정리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