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월9일) 저녁 10시10분쯤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 앞 택시 정류장에서 모범 택시를 타고 저의 집으로 오는 길에 50代 운전기사와 나눈 대화입니다.
  운전기사: 선생님 조선일보 계시죠?
  '그렇습니다만...'
  운: 요사이 세무조사 왜 하는 겁니까?
  '글쎄요. 왜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운: 뻔하죠. 조선일보가 김정일이를 비판하여 이 정부가 마음대로 못하게 하니까 그러는 거죠.
  '그래요? 잘 될 것 같습니까?'
  운: 선생님은 글 쓰시는 분이니까 말을 조심하시는 모양인데 여기는 말을 마음대로 하는 장솝니다. 손님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들어보면 어림도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말이지요, 저 창고 같은 인쇄소에서 철커덕 철커덕 하는 기계로 찍어도 국민들이 사봅니다. 이 정부에서 하고 있는 건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겠다는 것 아닙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이 정권이야 2년 남았지만 조선, 동아는 70, 80년 된 민족지 아닙니까.
  '조선일보가 김정일을 비판한다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가 서울에 와서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이제부터 평화통일한다고 선언하면 어쩌지요?'
  운: 어림도 없습니다. 그땐 가만 있을 수 없지요. 나라를 지켜야죠. 저부터라도 나설 겁니다. 김정일과 김대중이가 약속한 것 다음 정권이 지킬 수 있겠습니까. 다음 정권이 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저놈들은 전쟁을 할 겁니다. 김정일이는 나는 개인 김대중과 약속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약속한 것이니 지켜라고 할 것 아닙니까.
  '우리 국민들이 자신과 후손들의 자유와 재산이 걸린 위기가 닥쳐올 때 행동할 수 있을까요'
  운: 걱정마세요. 선생님 같은 분이야 몸 조심하겠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 국민들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http://www.systemclub.co.kr 사이트에는 으시시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제목이 '주지 못해 안달하는 DJ의 대북 사랑'입니다.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북한에 송전선을 세워주고 50만 kw짜리 화력 발전소를 지어주려면 1조원 이상의 목돈이 들어가고 해마다 1천억원 정도가 들어갈 모양이다. 도대체 북한은 DJ를 무엇으로 보길래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무례하게 하는가. 북한이 이런 엄청난 요구를 서슴없이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우리는 DJ의 정체를 충분히 의심한다. DJ와 임동원이 누구인가.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고 황장엽씨 및 탈북자들의 건전한 조언마저 아니꼽다며 탄압해온 이들이 아닌가. 그렇게 옹졸한 그들이 어째서 김정일의 안하무인 식으로 내리는 명령에는 꼬리를 내리는 신세가 되었단 말인가? 한국사회에서는 충분히 내통자들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긴장해야 한다. (중략). 임동원과 김대중은 거짓말을 잘 한다. 국민은 고귀한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임동원과 김대중을 의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두 사람을 '내통자'일 수 있다고 가정해야만 안전할 수 있다. 철로(경의선 개통시 - 필자 注)가 있고 내통자가 있으면 남한은 불과 5시간 이내에 넘어간다. (중략). 두 사람은 충분히 내통자일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아야 한다. 더구나 임동원은 김정일과 귀속말을 나누고 받는 사이다. 제주도에서는 3일간 김용순의 전속부관처럼 따라다녔다. 보기에도 민망했다. 이렇듯 의심스러운 이들에게 나라를 내맡길 수는 없다. 이들과는 달리 국민에게는 국가안보가 최고다. 국민에겐 국가안보를 위해 대통령도 의심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권리와 의무에 의해 쓰여졌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 장교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군사평론가입니다. 위의 글은 여러 사이트에 실려 있는데 아직 청와대로부터 법적인 대응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국민은 대통령이 내통자인지 아닌지를 의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국군통수권자이기도 한 대통령을 내통자로 의심하는 상황의 나라는 불안합니다. 더구나 적이 수도권, 그것도 인구의 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을 방사포의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는, 즉 인질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의심 자체가 소름끼치는 상황을 예고합니다.
  이런 말이 선동가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런 불안과 의혹을 한국의 주류층이 공유하게 된다면 김대중 정부의 정권 재창출은 무망합니다.
  그래서 김 대통령 측근 인사들 가운데선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변화시켜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정치판을 새로 짜면 정권재찰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남북관계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서는 김정일의 적극적인 협조와 김대중 정부의 파격적인 양보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공산당과의 합작, 또는 적과의 내통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데 약80%에 해당하는 한국 사회의 주류층이 자신들과 국가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모래시계처럼 짧아지고 있고 정권 담당자들의 조바심이 느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너무 욕심을 내면 김정일에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되고 그 부담을 다음 정권한테 넘긴다면 한국은 북한정권한테 계속 빚을 진 상태가 되고 빚독촉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제 마음을 비울 때입니다. 정권재창출, 역사의 기록, 통일에의 거보 같은 말에 신경쓰지 말고 하루하루를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성실하게 보낼 때 퇴임후가 평온해질 것입니다. 취임후 그는 지역갈등을 더욱 악화시킨 과오를 범했습니다. 남북관계를 이런 식으로 다루면 이념갈등을 보탤지도 모릅니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을 악화시키고 언론자유를 제약한 책임자란 평가를 받는다면 퇴임후 그는 권력의 갑옷을 벗은 상태에서 수많은 화살을 맞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 김정일, 그리고 남북한 주민들이 이제 결정적 시기, 결단이 필요한 시기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중자애할 때입니다. 권력이란 핵무기처럼 쓰지 않고 준비하고 있을 때 힘이 셉니다. 권력남용은 그래서 원래 약자의 실수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