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원조를 독재체제 강화에 쓰고 있는 金正日의 말을 믿어선 안된다
  
  척 다운스
  
  북한을 괴롭혀 온 것이 미국인가?
  
  지난 1월 부시 행정부의 핵심 인물인 리처드 아미티지 美 국무부 副장관 내정자는 부시 대
  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訪美(방미) 중인 한국 정치인들과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
  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미티지 내정자는 개입정책의 의미가 신중히 정의되어야
  하며 對北(대북)관계에 있어서는 상호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화당은 그
  동안 클린턴 행정부의 對北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의 시각이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對北정책에 대한 시각과 차이가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당연한 것이다.
  아시아의 각 언론사들은 이 회동에서 아미티지 내정자가 언급한 내용이 곧 부시 행정부 對
  北정책의 기본방향이 되는 것처럼 떠들어댔다. 미국의 對北정책에 뭔가 대단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언론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후 콜린 파월 美 국무장관과 李廷彬(이
  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담 등에서 韓美 공조체제는 예전과 다름없이 유지될 것이 천명
  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대다수 미국과 한국의 對北 전문가들은 살얼음판 같은 북한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미
  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북한에 대한 언급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북한을 괴롭혀 온 것은 바로 미국이고 북한이 미국을 위협
  적인 상대로 느끼는 것도 결국 미국 탓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對北정
  책 보좌관이던 윌리엄 페리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에 대해 여러 압력들을 줄여 나가
  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 같은 시각을 갖는 전문가들은 對北정책의 성공은 미국 정부가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
  對北정책의 성공 여부가 그러한 데에 달려 있다면 이는 논리적 모순이다. 그동안 미국이 취
  한 여러 대북조치에 대해 북한이 보인 태도를 보라. 미국이 어떤 정책을 구사하건 북한은
  일체의 변화도 개혁도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해 왔다. 북한이 진정 개방적인 태도로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시도한 적은 없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북한에게 더 큰 개방은 그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전제 위에 기초한 클린턴의 對北정책
  
  북한은 자기네 목표 실현에 도움이 될 만한 對北정책에만 호응을 한다. 체제의 위협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 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클린턴 행정부의 對北
  정책은 잘못된 전제 위에 기초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접근 논리는 다음과 같은 소박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은 정치
  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체제 붕괴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면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
  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을 개방시키고자 1994년 美北(미북)간 제네바 기본합의에 서명했
  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찰스 카트만 미 대사는 1997년 북한 방문 후 암담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낀 북한 지도층이 그동안의 고립정책에 대해 再考(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前 미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첫 한국방문 때 북한이 느리게나마 개방을 위
  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클린턴 행정부 관계자는 『악화일로인 북한의
  사정이 개혁을 앞당길 것』이라고 예상한 뒤 『미국이 북한의 사정이 개선되도록 도움을 준
  다면 좋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덕분에 북한은 아시아 국가 중 미국의 식량 및 경제적 원조의 최대 수혜국이
  되었다. 미국의 對北지원은 클린턴 행정부 출범 이전 제로였던 것이 연 270만 달러 규모로
  커졌다. 지난 5년 동안 총 645만 달러 규모의 對北지원이 이뤄졌다. 이런 거대한 규모의 지
  원이 이뤄진 배경에는 북한을 개방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외국 원조
  물자의 배급권을 쥐고 있는 북한의 金正日 정권에게 원조는 그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어 주는 격이 되고 만다.
  金正日 정권은 식량 원조나 의료봉사, 상업적 투자의 유치 등의 기회를 당에 충성하는 이들
  에게만 부여한다. 1998년 9월29일 「국경없는 의사회」는 북한에서 일하던 봉사자들을 철수
  시켰다. 외국의 원조식량이 당에 충성하는 가정의 아이들에게만 공급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
  문이다. 美 대외구제협회(CARE)도 북한과 같이 통제된 사회에서는 구제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힘들다고 판단, 북한에서 철수했다.
  前 북한노동당 비서관 黃長燁(황장엽)씨는 金正日 정권이 북한을 장악하고 있는 비결은 바
  로 식량배급을 통제하고 있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원조가 金正日 정권에게 더 많은
  시간을 벌게 해줬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더 강화시켜 준 결과를 낳았다. 이는 경
  제 재건에 동원되어야 할 인력이 군사력 증강 사업 쪽으로 재배치되는 상황을 낳았다.
  북한 金正日 정권의 목표는 주민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金正日 독재 체제
  유지에 있다. 농업 생산성 증대보다 병력 증강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이다. 인류애 차원의 원조를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했듯이 金正日 정권
  은 외국과 맺은 안보 관련 협정도 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확률이 높다.
  
  北의 眞意 파악하지 못해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10월21일 북한을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과 제네바 기본
  합의를 체결했다. 이 합의의 핵심내용은 북측의 핵 의혹 시설 건설 중단의 대가로 2기의 경
  수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조약이 체결된 지 5개월 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감찰요원의 영변 상주
  를 허용한 것은 물론 대천의 경수로 건설현장 출입도 허용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런 결과로
  내세웠다.
  이때부터 공화당은 클린턴 행정부가 핵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내세운 경수로 제공의 문
  제점을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경수로는 미국이 핵확산의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경수로와 같은 종류의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란에게 경수로를 제공한다
  고 했을 때 격렬히 반대했었다.
  포드와 카터 대통령 시절 핵규제위원회 소속이었던 빅터 질린스키는 『북한에 제공되는 경
  수로는 북한이 건설을 중단한 핵 발전소보다 더 많은 양의 플로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된 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이 연간 1만7300 온스 규모인데 이는 1년
  에 65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이 건설 중단을 약속한 핵발전소는 연간 12
  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에 불과했다. 우려의 목소리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대
  답은 북한이 핵 의혹 사찰을 응했고 북한 외 지역에의 폐기물 처분을 약속했기에 별다른 문
  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부시(조지 W 부시의 아버지) 행정부 CIA 간부 출신인 칼 포드는 미국이 제네바 기본합의
  에 서명할 때에도 북한의 합의사항 이행 약속을 지나치게 신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
  다.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에 서명을 한 이유는 생존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가 중단시키는가에 대한 미국 내 이견차를 지켜본 한국의 李
  東馥(이동복) 국회의원은 제네바 기본합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능력을 잠시 잠재우는 수면
  제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제네바 기본합의 서명 후 북한은 이 합의의 취지와는 반대
  로 군사적 위협대상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였다.
  1998년 美 국방 정보부 부원의 의회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핵 개발계획은 중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페리보고서에서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슬로콤브 국방부 차관이
  자랑하던 핵 개발계획 중단에 대한 검증수단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1994년 이후 북한은 핵무기 외에 미사일 개발에도 주력했다. 제네바 기본합의
  사항에는 미국과 북한이 핵확산 금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음에도 불
  구하고 말이다. 그 2년 전에 북한은 핵시설 사찰을 피하기 위해 핵확산금지협약을 탈피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에 서명한 것은 이 합의를 지키기 위
  한 것이라기 보다 그들의 목적을 보다 쉽게 달성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北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은 증강
  
  북한은 제네바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미사일 기술을 외국에 수
  출까지 했다. 북한은 파키스탄, 리비아, 이란 등에 미사일 기술을 팔았다. 이란의 경우 샤합
  -3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북한의 미사일 기술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이란은 자신들의 미
  사일 실험 자료를 북한에 제공하기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의 발전 정도는 북한 노동당 창설 50주년 기념식에서 잘 드러났다. 2000
  년 8월31일 북한은 사정거리 1380km인 삼단계 대포동 미사일 1기를 발사하였다. 북한은 이
  를 인공위성 실험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북한이 미군 약 10만명 가량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모두를 위협할 수 있는 능
  력을 갖췄음을 보여준 명백한 증거다. 북한 정권은 서방국가들에게는 안보에 대한 안도감을
  갖게 하는 것보다 무력적 위협을 가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원들은 수년 동안 클린턴 행정부의 對北 접근 방식의 오류를 지적해왔다.
  1998년 10월19일 공화당이 다수석을 차지한 의회는 미국의 對北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
  토를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對北정책 조정관의 신설도 의회의 적극적인 요구로 이루
  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對北 정책 조정관 자리에 전임 각료(페리 前 국방장관)를 임명한 것은 대북정책에
  대한 철저하고도 객관적인 재검토를 요구한 입법 취지를 무색케 한 처사였다. 일년간에 걸
  쳐 美 대북정책을 철저하게 재검토한 결과물인 페리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이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페리 보고서에 실망한 미 하원은 제네바 기본합의 체결 이후 수년 간의 북한 행태 변화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했다. 그 보고서는 지난 5년에 걸친 북한의 위협이 현저하게 증가했으
  며 특히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은 CIA 국장 조지 J 테넛이 2001년 2월7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군사력은 10
  여년 간의 감소세를 멈추고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은 증강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검증
  되었다.
  북한은 그동안 농업과 경제 개혁에 필요한 실제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 현재 북한의 곡
  물 생산량은 북한 주민이 필요한 양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CIA 테넛 국장이 지적
  했듯이 평양의 군사제일주의 때문에 국방분야 이외의 분야는 찬밥신세인 것이다.
  북한의 진실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게 되면 마치 한반도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이 잘 해결되
  고 있다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
  
  중국의 북한 전문가인 자오 후지의 발언은 북한의 진실을 더욱 왜곡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
  는 2001년 2월12일 『金正日은 대결보다 평화를 얘기하고 있다』며 『가까운 장래에 통일이
  이뤄지긴 어렵고 경제개발만이 金正日의 유일한 탈출구』라고 말했다.
  많은 분석가들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논평에는 자제를 요구면서도 북한의 발언에 대해선 이
  상하게 무관심하다. 2000년 6월13일 남북 정상회담 첫날 평양의 언론 매체들은 미국의 세계
  지배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야말로 세계 평화와 자유 번영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며칠 후 金正日이 주한미군 주둔에 동의를 표명했지만, (실은) 북한의 공식 언론 매체에서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 무조건 주한미군을 즉시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발언들은 북한의 공식적인 대외 발언들과 일치하는 것이다.
  1998년 4월29일 金正日은 남한에 있는 미 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들의 책략에 대한 글을
  직접 썼다. 金正日은 이 글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않는 외세가 분단 상황을 이용, 이익을
  얻기 위해 남북간의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1998년 10월8일 북한의 국방부 관
  리들은 金正日의 지도를 따라 미 제국주의자들을 제거하고 미국 영토를 불바다로 만들겠다
  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의 전략은 50년 동안 전혀 변함이 없다. 북한은 정전협정 사항을 무시한 채 군사력을
  증강시켜 왔으며 테러활동을 통해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남
  한의 정치를 교묘히 조종하였으며 의혹시설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는 대신 자신들의 요구 사
  항을 관철했다. 1994년 이래 평화회담을 추구하면서도 장거리 무기체계를 완성했다. 북한은
  세계 강국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기술 덕분에 지금까지 체제 유지를 해오고 있다. 그러
  한 과정에서도 북한은 국내적으로 폭압정치, 대외적으로는 도발위협이라는 정책기조를 바꾸
  지 않았다.
  美北(미북) 관계의 성공 여부는 외교적 수사 몇 마디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말 몇 마디
  로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있었다면 북한과의 관계 유지가 그다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러나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인 것이다. 미국은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최강의 安保팀이 對北정책 전면 再검토할 것
  
  리처드 V. 알렌
  
  클린턴 訪北 반대한 美 한반도 전문가들
  
  새로운 공화당 정부의 출범으로 최근 서울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몇 개월간 李廷彬(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미국 방문을 비롯 한국의 고위관료들이
  줄이어 워싱턴을 방문했다. 한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對北정책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울 만도 하다. 클린턴 정권 시절과는 달리 북한과 관련된 사안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미국의 對北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에 의하면 이러한 이유로 한국 정부는 부시보다 고어 후보
  의 당선을 기대했다고 한다. 金大中 정부는 클린턴 前 대통령, 올브라이트 前 국무장관 등
  미국 최고 지도자들의 지지를 확보했었고 미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의 對北정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었다. 金大中 정부가 내심 고어를 지지했다는 추측이 옳건 그
  르건 현재 金大中 정부는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金大中 대통령은 1998년 미국 방문 때 의회연설을 통해 그의 對北정책에 대한 미국의 전폭
  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청와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햇볕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의 협조가 필요했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햇볕정책에 대해 호의적은 반응을 보였을 뿐 아니
  라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용했다. 이
  덕분에 클린턴 재임기간 8년 중 후반 3년 동안 한국의 金大中 정부는 별 어려움 없이 북측
  과 평화협상을 추진할 수 있었다.
  클린턴 재임 마지막 몇 개월 동안 美北관계도 놀라울 정도로 급진전되어 갔다. 대표적인 예
  로 2000년 10월 초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방문을 들 수 있다. 조명
  록은 訪美기간 동안 클린턴 대통령, 올브라이트 美 국무장관, 의회지도자들을 만났다. 한국
  정부가 조명록의 訪美를 지지한 것은 당연하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조명록을 위한 만찬에
  참석한 200여 명의 하객 중 공화당 계열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000년 10월 말에는 올브라이트 美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金正日과 북한 고위관계자들
  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는 미국에게도 북한이 변화를 시도하려
  는 명백한 증거이자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남북간 적대관계가 호전되는 신호로 받아들여
  졌다.
  올브라이트 美 국무장관은 돌아와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임기내 訪北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
  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訪北說이 나돌자 올브라이트 장관은 美 大選(대선)을 불
  과 5일 앞둔 시점에 20명의 한반도 전문가를 非공식 만찬에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올브라
  이트 장관은 클린턴의 訪北에 대한 그들의 지지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
  석한 전문가 중 클린턴의 訪北을 환영한 사람은 몇 사람에 불과했고 참석자의 대다수는 訪
  北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 자리에도 공화당 계열은 극소수만 참석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訪北을 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것이라는 명
  분이 전부는 아니었으리라. 클린턴은 訪北을 계기로 고어의 大選 승리를 돕고 더 나아가 자
  랑스런 외교적 치적을 쌓은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 개인적 야망도 있었을 것이다. 평양방문
  을 선언함으로써 클린턴은 자신의 외교적 수완에 대한 평판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
  가 당시는 美 大選 막바지 무렵이었기에 공화당측이 비판과 견제를 할 겨를이 없었고 의회
  는 휴회 중이었기에 국내적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도 적었다.
  그러나 그의 訪北이 「협약을 위한 협약」에 사인만 하는 결과만 낳게 된다면 이는 미국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클린턴 訪北의 주요 목적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서인데 金正日이 과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였다.
  클린턴의 訪北계획은 金大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미국 內에서는 초당적
  협조는커녕 이를 위한 준비시간도 충분치 못한 상태였다. 클린턴의 訪北이 한국 정부 입장
  에선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새 행정부는 클
  린턴의 訪北건이 부시 행정부의 족쇄가 되지 않도록 클린턴에게 최종 결정을 종용했고 마침
  내 클린턴의 訪北은 무산되어버렸다.
  
  北에 영향력 발휘하는 두 단체
  
  제네바 기본합의가 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
  실이다. 제네바 기본합의가 이루어진 1994년부터 6년 동안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美
  의회와 클린턴 행정부는 對北정책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2000년 말부터 클
  린턴 행정부의 對北정책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제한적이
  나마 북한은 부분적인 개방을 시도했고 미국도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이를 위해 남한과도 대화를
  지속해 나갔던 것이다. 金大中 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방문 덕택에 남북간 대화에 큰 진전
  이 있었지만 이것으로 북한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태도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속단하기
  는 힘들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국내외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확대된 접촉을
  위해 급진적인 수단을 동원하진 않을 것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에겐 기존의 정책을 숙지하
  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므로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
  욱이 부시 행정부는 기존 정책들의 큰 틀 위에 새로운 정책을 입안해 나갈 것이다.
  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의 지속적인 햇볕정책 지지를 호소
  했다. 이에 대해 콜린 파월 국방장관이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한국정부는 일단 안도의 한숨
  을 쉬는 것 같다. 그가 말한 것은 남북화해 과정에 대한 지지였지 햇볕정책의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 파월 장관은 지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던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오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최강의 멤버들로 구성된 국가안보팀을 구축 중에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 레이건 및 부시 행정부 각료 출신이자 아시아지역 전문가
  인 리처드 아미티지가 국무부 副장관으로 임명될 예정이며 前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제임스
  켈리는 국무부 東亞太(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임명되었다.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도널드 럼스
  펠드는 포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으로 재직했으며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국가위원회 의
  장을 맡는 등 그동안 전반적인 국가안보 현안에 깊이 관여해 왔다. 이렇게 구성된 국가안보
  팀은 미국의 對北정책을 전면적으로 再검토할 것이며 남한의 對北정책 핵심사항에 대해서도
  세밀한 검토를 해 나갈 것이다.
  워싱턴에는 美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개의 민간단체가 있다. 리처드 솔
  로몬이 소장으로 있는 「미국 평화연구소」는 非공식적이며 私的인 스터디그룹을 몇 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前 주한美대사 제임스 레이니와 모톤 아브라모위츠가 이끄는 「외교협
  회」는 북한 특별전문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이 기구는 부정기적으로 美 정부에 공식적
  자문을 하기도 한다. 두 단체는 미국 內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
  페리 對北정책 보좌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도 이들 단체와 수차례 접촉을 한 것으로 전
  해진다. 이 두 단체가 부시 행정부에도 그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든 對北지원 再검토할 것
  
  한국 정부가 美 의회로부터 對北정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상
  원 외교위원장인 제시 헬름스 의원은 개인적으로 金大中 대통령과 절친한 편이지만 제네바
  기본합의와 관련조약에 관해 再검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지니아州 출신 존 워너 상원
  의원도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형태의 對北지원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미국의 對北정책에 대한 再검토가 이뤄지면서 북한이 실제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세밀한 분
  석이 곧 나올 예정이다. 美 행정부의 새로운 안보팀이 북한을 보는 기본 시각은 다음 질문
  을 기초로 한다. 과연 북한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였는가.
  북한은 극히 부분적인 개방의 代價로 경제적 지원을 얻어냈고 그들의 요구도 쉽게 관철해
  왔다.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북한의 도발위협이 줄어든 것일까. 그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북한은 미사일 구매나 신무기 실험 문제 등의 의혹을 밝힐 수 있는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세부내용을 담은 조약을 체결하고 이를 준수하는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의 이런 태도를 주시할 것이다. 안보상 중요부분에서 별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경솔히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內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대되는 것도 문제다. 韓美 주둔군지위협정
  (SOFA) 개정 등을 통해 한국이 얻는 이익도 있겠지만 주한미군에 대한 비판은 결국 美 행
  정부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다시 주한미군 철수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金
  大中 대통령은 金正日이 통일 후에도 미군 주둔을 수용할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지만 이런
  실현 가능성 없는 북측의 동의가 미군철수 주장의 강도를 누그러뜨리기는 힘들다. 미국 행
  정부와 의회는 이런 비판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의 美국민은 그들이 낸 세금
  으로 유지되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유지의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
  다.
  
  북한의 요구
  
  부시 행정부의 對北정책의 전모를 알려면 앞으로 정책이 형성되고 수행되는 과정을 지켜보
  면 될 것이다. 金大中 정부도 그들이 추진하는 햇볕정책의 목표와 수단이 과연 적합한 것인
  지 등을 再검토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현재 북한은 남한에게 50만kw의 전력을
  긴급조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연간 요구량은 200만kw).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평양
  이 서울에 요구한 200만kw의 전력이 2基의 경수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전력과 정확히 일치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200만kw의 전력인가, 2基의 경수로인가. 한
  국 정부는 햇볕정책을 再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金大中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갑자기 철회할지도 모른
  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또 미국이 그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도 안 될 것이다. 金大中 정부와 한국민들뿐만 아니라 미국 또한 한반도의 평
  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단지 미국은 이를 위해 어떤 代價를 치르고자 하는 준
  비는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워싱턴 정가의 對北정책에 관한 기본 전략이다.
  
  
  『남한기업의 무분별한 對北 현금지원은 韓美 관계를 어렵게 만들 것』
  
  ●클린턴 정부 말년의 對北정책 변화에 주목
  ①경수로 지원의 변경 ②핵개발 의혹 해소보다 미사일 문제에 더 관심 ③일본의 요구에 귀
  를 기울이기 시작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對北정책 기조 위에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해 나갈
  것
  
  래리 A. 닉쉬
  美 의회 조사국 선임연구원·아시아 문제 담당
  
  
  美國, 한국의 對北정책 방해하지 않는다
  
  많은 한국민, 특히 한국 정부가 새로 출범한 美 부시 행정부의 對北정책에 관해 깊이 우려
  하고 있다는 소식이 워싱턴 政街에 들려온다. 그 우려란 미국의 새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와는 정책적인 면에서 크게 다를 것이며 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에도 큰 타격을 가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부시 행정부의
  출현을 파악한다면 그런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많
  은 한국인과 미국인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미국의 정책수립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現 미국 정책에 대한 지배적인 시각은 1994년에서 2000년까지 지속되었던 클린턴 행정부의
  對北전략의 몇 가지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원칙 중 하나로 우선 두 개의 경수로 건설을 약속한 것을 포함, 北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에 대응하기 위해 1994년 10월에 체결된 美北간 제네바 기본합의의 嚴守(엄수)를 들 수 있
  다. 美 정부 관료들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는 그 합의의 원칙을
  이탈한다면 이는 새로운 한국전쟁을 낳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
  판세력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정책의 代案은 전쟁일 뿐』이라는 것이다. 北의 전쟁도발 위협을 강조함으로써 제네
  바 기본합의의 비판세력들을 수세에 몰리게 한 것이 클린턴 정부 정책의 두 번째 원칙이다.
  세 번째 원칙은 윌리엄 페리 前 국방장관(당시 對北정책조정관)에 의해 1999년 10월 공식
  발표된(시행은 1999년 초부터) 페리 보고서다. 페리 보고서는 북한과 협상을 통해 두 가지
  목적 달성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바로 북한의 미사일 계획을 종식시키는 것과 북한의 모
  든 핵무기 개발 의혹 해소가 그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러한 목적달성을 위해 북측이 요구하는 많은 부문을 수용했다. 미국은
  北의 금창리 核 의혹시설 사찰에 대한 代價로 50만t의 식량을 지원했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
  연기에 대한 代價로 경제 제재조치 해제를 단행한 것이다.
  
  클린턴 정부도 말년에 對北자세 변화
  
  클린턴 행정부는 식량지원을 외교적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금창리 사찰 외에도 美 행
  정부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4者 회담에 북한을 참여시킨 것을 포함해 북측을 협상 테이
  블로 끌고 나오기 위해서도 식량지원을 제의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美北간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도록 노력했고 이는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訪北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클린턴 행정부는 한국 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표명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한 가지 예외조항은 있었다. 바로 두 개의 노(No)를 견지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에 관해서는 북한과 어떤 협상도 벌이지 않는다는 것과 3만7000명 수준의 주한미군
  병력규모에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2000년 전반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2000년 후
  반기에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변화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부시 행정부의 앞날을 예측하는
  데 올바른 배경지식이 될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등 우방들과의 대화를 위해 제네바 기본합의를 대폭 수정할
  것을 제의했다. 수정안에는 北에게 약속한 경수로 2기 중 1기 건설을 중단하고 대신 非核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美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지
  역 담당 차관보 스탠리 로스는 이임식 때 가진 인터뷰에서 北에 약속한 경수로 건설 대신,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案이 再考(재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년간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해
  절대 수정 불가를 견지하던 클린턴 정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첫째는 北의 경수로 사업에 제공되는 重油의 가격 상승이다. 1995년에 30만 달러가 소요되
  었고, 2001년에는 1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경수로 사업이 관료적,
  법적 장애에 부딪쳐 예정기한을 훨씬 넘긴 2010년, 아니 2020년 정도 가야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와 관련,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맺을 상호 핵 협력조약案을 만들었다. 미국 법에 따르면
  미국과 상호 핵 협력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반드시 핵확산금지협약의 준수사항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 조약을 준비하는 데 6년을 지체했다. 이 조약은 결국
  2000년에 발효되었다.
  
  북한의 核개발 여부 검증할 수 없다
  
  두 번째 변화는 페리 보고서에 실린 핵 관련 정책 목표의 위상이 격하됐다는 것이다. 2000
  년 5월 로마에서 미국과 북한의 협상 대표는 북한이 어떠한 비밀의 핵 개발 계획도 갖고 있
  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수단에 대해 토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말았다. 미국 정
  부 관계자들은 5월에 금창리를 두 번째 방문했는데, 이 방문은 그저 형식적인 것에 그쳤다.
  5월 이후로는 핵 문제에 관한 외교적인 활동이 거의 없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페리 보고서
  에서 제기된 미사일 문제에만 집중하였고, 그 결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작년 10월 평양
  을 방문하게 되었다.
  美 행정부는 동시에 북한과 맺을 미사일 또는 核 문제 상호협약의 검증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려를 하기 시작했다. 페리 對北정책조정관은 그의 1999년 10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비밀리
  에 추진하는 核 개발 계획이 없다는 것에 대한 「검증할 수 있는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계획 포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수단을 확
  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3월까지 클린턴 행정부는 페리 조정관이 주장한 바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검증 절차와 그 작업에 대해 명확한 구상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책의 혼선
  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시점에 와서야 정리된 것으로 보여진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토론에서 여러 차례 「美北 관계에 진전이 있으려면 신뢰
  구축 방안과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한 바 있다.
  「투명성」 확보란 미국이 추후 합의서를 통해 북한의 모든 활동을 감시할 수 있음을 가리
  킨다. 美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실전 배치를 중단시키기 위한 합의사항에는
  북한內 地上 사찰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찰 문제가 클린턴 前 대통령의 訪北과 관련
  한 이후 협상에서 중요한 의제가 되기도 했다. 클린턴의 訪北이 성사되지 않은 데에는 별
  진척이 없는 협상상황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세 번째 변화는, 2000년 초 북한이 미국의 테러 국가 명단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던 클린턴 행정부가 일본의 관심사에 주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과 북한이 일본內 목표를 겨냥한 노동 미사일의 실전 배치
  에 온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클린턴 행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하지 못한 이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 총리가 1997년 3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美 정부 관계
  자들은 납치된 일본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그저 가볍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美 정부 관계자들은 납치관련 증거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국가 명단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美 행정부가 내세운 조건에도 일본인
  납치 문제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클린턴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미
  實戰(실전) 배치된 노동 미사일의 철수보다는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
  던 것이다.
  2000년 여름부터 10월까지 일본이 강력하게 외교 활동을 벌인 결과, 클린턴 행정부의 태도
  가 바뀌기 시작했다. 올브라이트 美 국무장관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에게 『金正日과의 회담
  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한 사안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金正日에게
  노동 미사일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고, 미사일 관련 협상의 일환으로 북한은 반드시 노동
  미사일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 중 하나
  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협상내용의 철저한 검증요구와 노동 미사일 문제 등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
  은 상당한 보상을 전제로 북측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한 以前의 정책과는 분명 선을 달리하
  는 것이었다. 임기 마지막 6개월 동안 클린턴 행정부의 전략 목표는 상호주의의 확대였던
  것이다.
  2000년 후반 생기기 시작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그동안 있어왔던 미국의 태도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태도 변화란 북한과 남한의 現代그룹 간에 이루어진 금강산 개발계획 협
  상에 대해 미국 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금강산 개발 건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는 경제적인 면과 안보적인 면이 다 있지만, 미군과 관련하여서는 안
  보 문제가 더 중요하다.
  1998년 금강산 관광협상이 조인된 후 1년 동안, 북한은 카자흐스탄으로부터 미그21 전투기
  34기를 총 2억 달러(북한이 할인가격을 적용받았다면 더 적은 금액일 수도 있다)에 구입했
  다. 2000년 전반기에 북한군은 1993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기계화 부
  대와 전투기, 그리고 해군 함정이 이 군사훈련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북한의 석유 비축량이 근년에 비해 훨씬 더 늘어났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군
  관계자들(일단의 한국군 관계자들 포함)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경제 악화로 그토록 고통을 겪는다면서, 어떻게 무기 구매의 財源을 확보할 수 있었
  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가능한 답 중 하나가 1999년과 2000년 두 해 동안 現代그룹이 북한
  정부에 현금으로 지급했던 3억4200만 달러다.
  이 문제는 1999년 11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존 틸럴리(John Tilelli) 주한 미군 사령관
  과 현대그룹 간부들이 참석한 만찬석상에서, 미군 관계자들은 현대가 북한에 현금으로 지급
  한 사실을 비난하면서 북한 당국이 군사적 목적에 그 자금을 유용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
  혹을 강도 높게 주장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미국 정부는 금강산 개발 계획과 관련된 거래에 대해 안보와 경제 두 가지 측면
  에서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경제적 이유란, 금강산 개발계획은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외부로부터의 私的(사적)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잘못된
  정책적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0년 1월 이전에 근간을 이뤘던 정책과는 판이한 일련의 정책과 이미 진행
  중인 정책 변화 과정 모두를 물려받게 되었다. 미국의 정책을 再검토함에 있어,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들 중 어떤 것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부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
  다.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정책의 立案 여부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 참모진과 부시 행정부의 각료들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새 행정부의 정책 기
  조를 대충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새 행정부 출범 후 첫 1년 동안은 정책 형성 불안 등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미래에 전개될 사건들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할 것이다. 그런 사건
  들 중에는 다각도로 벌어지는 남북 협상의 새로운 진전과 북한의 일방적 돌출행동 및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의 核 또는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새로운 단서를 포착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상호주의 준수돼야 지원하겠다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은 북한과 관계 유지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왔다. 부시
  행정부 역시 클린턴 행정부가 행했던 고위급 협상을 계속 진행시킬지는 확실치 않다. 부시
  행정부가 국무부의 특별 대사급인 북한문제 전문가 자리를 그대로 둘 것인가도 불확실하다.
  부시 행정부는 2000년 후반기에 일어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 변화의 세 基調(기조) 위에서
  정책 입안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진다.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과 부시 대통령 자신이 북한과
  의 추후 협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절차 확보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는 여러 차례 되풀이하여 북한에게 상호주의를 요구했고 이는 상호주의가 확대
  돼야 지원활동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유지해 나간다면, 외교적
  수단으로서의 추후 식량 지원도 상호주의 확대와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2000년 6월 클린턴 행정부의 對 북한 경제 제재 조치 해제 결정을 유
  지할 가능성이 높다. 美 정부가 일본인 납치 사건과 노동 미사일의 실전 배치에 대한 일본
  의 우려를 우선순위로 계속 둘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부시 정권의 동아시아 정책 목
  표는 美日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2000년에 부시 대통령의 참모진이 여러 차례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부시 참모진 소속인 리처드 아미티지는 2000년 10월 이런 정책 목
  표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새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페리 보고서 내용 중 미사일 부분에 관심을 집중했던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 한동안 잠잠했던 핵무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제네바 기본합의도 문제다.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한 미국의 기본
  입장의 변화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한동안 유보할 수도 있다.
  
  재래식 무기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가 내놓은 경수로 1기 건설 취소를 골자로 한 제네바 기본합의 수정안
  과 상호 핵협력조약 작성 등은 이미 뜨거운 이슈가 되어버렸다. 이 수정안의 내용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해 비판적이던 공화당측의 입장과 일치한다. 한국 정부는 이 수정안이 부시
  행정부와 金大中 정부의 협상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 반대입장을 취해왔다.
  부시 참모진은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과는 명백히 다른 두 개의 정책을 천명했다. 하나는
  1995년부터 西대서양 지역에 배치된 미군병력 규모를 10만명선으로 유지하던 정책을 폐기한
  다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병력규모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취임 일주일
  前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 당선자는 북한이 더 이상 주변국가의 위협대상이 되
  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감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는 이런 사안은 한국측
  과 충분한 협상을 거친 후 결정될 것임을 덧붙였다. 부시는 카터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주
  한미군 감축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대통령이 된 셈이다.
  부시 참모진은 비무장지대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무기들의 철수를 포함, 북한과의 재
  래식 무기 감축에 관한 협상을 제의해 주도권을 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중요한 정책 변화로 볼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재래식 무기 감축에 대해 별 관심
  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책 변화가 일어난다면, 「주한미군 병력규모 불변」과 「주한미군에 관한 북한과
  의 협상 불허」라는 클린턴 정부의 두 개의 不可(불가) 정책은 폐기될 것이다. 재래식 무기
  감축에 관한 북한과의 대화에는 미군 병력에 관한 토의가 포함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시의 참모들은 한반도에서 주력병력의 감축과 철수에 관한 안전 보장 협정(Securing
  Agreement)을 끌어내기 위한 잠재적인 협상카드의 하나로 주한미군을 인식하고 있을 수 있
  다.
  남한의 햇볕정책에 대해 미국은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적절한 호응을 해줄 것이다.
  그것은 장래의 어떠한 형태의 남북 협상에 대해서도 동일할 것이다. 콜린 파월 美 국무장관
  은 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포괄적 지지를 밝혔다. 미국은
  이산가족 상봉, 경제 협력, 문화 교류, 군사적 신뢰 구축과 같은 문제에 관해서 남한의 주도
  권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두 가지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안보문제와 관
  련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미국의 이익
  을 최대한 고려하도록 주문할 것이다.
  
  부시, 安保 해치는 南北 경협은 철저히 따질 것
  
  첫 번째 이슈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협상하는 포럼으로서 1997~1999년에 있었던 4者 회담을
  再소집하자는 金大中 대통령의 제안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서울과 평양이 한반도 평화협
  정의 주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부시 정부는 金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할 것인
  지 여부에 대해 곧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이 제안을 거부하지 않은
  상태다. 金正日이 이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한반도 평화협정이 시작된
  다면, 주한미군 문제는 불가피하게 의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유엔군 사령부, 韓美 상호방위협정, 韓美 공동군사훈련, 무기도입 등은 앞으로 어떠한 평화
  협정에서든 처리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두 번째 이슈는 군사적 문제의 범주에 관한 것이다. 재래식 무기 감축 협정에 관한 부시 정
  부의 강조는 재래식 무기 문제가 평화협상에 포함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金大中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이 평화 협정이 체결된 후로 미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
  다. 남한과 미국은 평화협상과 재래식 무기 감축 협상 간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설정을 해
  야 할 것이다.
  부시 정부는 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나을 남북 경제협력 계획에 관해서 철저히 따질 것이다.
  북한에 대한 現代의 현금결제에 대한 미군의 의혹은 부시 정부가 앞으로 전개될 남북간 거
  래에서도 북한에의 남한자금 유입에는 반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3000개의 러시아製 SA-18 地對空 미사일을 對空방어를 위해 구입했다는 사실은 구
  식 공격무기를 현대식 무기로 대체하려는 북한에게 現代가 자금지원책이 되었다는 미국의
  의혹을 더욱 강화시킨 셈이 되었다.
  대부분의 南北 경협은 이러한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평양에 많은
  현금을 지급하게 될 사업들은 미국과 남한의 긴장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오는 3월 金대통령
  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 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그리고 그들의 참모들이 이러한 모든
  안건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