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문제에 대해서 의구심을 (러시아와) 나눠갖다」란 제목의
  인터내셔널 헤랄드 트리뷴 기사(2001년2월28일자 1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날 날짜를 불과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남
  한 대통령 김대중은 화요일 러시아 편에 서서 미국을 비난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요
  지는 미국이 핵무기로부터의 위협을 감소시킨다는 약속에서 진전이 없는 책임을 져야 한다
  는 것이다. 동시에 金(김)대통령은 미국으로 하여금 국가미사일방어망을 만들지 못하게 한
  1972년 조약이 전략적인 안정의 기초이며 이것은 보존되어야 할 뿐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
  다는 러시아의 시각을 수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시아의 미국 盟邦(맹방)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어조로 유럽국가들의 우려에 동의했는데,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지금과 같은 방법으
  로 미사일 방어망 계획을 밀고나간다면 러시아, 중국, 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새로운 핵 경쟁
  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金大中대통령의 조국은 미군 37000만명의 보호를 받
  고 있는데, 그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밀 푸틴 대통령의 방문기간중 발표된 공동성명의 형
  식으로 (자신의 견해를) 공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이란, 이라크와 같은 ‘깡패’ 국가
  들로부터의 제한된 공격에서 미국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망을 건설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1972년의 대륙간탄도탄 방어 조약으로부터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해왔다>
  뉴욕 타임스 기자 패트릭 E.타일러가 쓴 이 기사는 「왜 김대중 대통령이 모스코바의 입장
  -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전략적인 수수께끼로 보는 - 에 동조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
  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철거하는 데 있어서 진실성이 약하다고
  의심하는 가운데 푸틴은 한국에서의 화해노력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정력적인 역할을 계속
  했다. 그는 지난 7월 평양으로 날아가 폐쇄적인 북한 지도자 김정일을 만났으며 그를 모스
  코바로 불러들여 긴장완화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또
  「김대중의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망 건설계획에 대한)비판은 이 계획이 중국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중국을 고립시킬 것이란 아시아 지역의 일반적인 우려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타일러 기자는 이어서 「중국 역시 한반도의 화해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경 정치국의 제2인자인 李鵬(이붕)이 다음달에 서울을 방문하게 되어 있
  다」고 썼다.
  이 기사는 미국의 주요 언론이 金大中(김대중)대통령의 자세를 아주 비판적으로(또는 의심
  의 눈초리로) 보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駐韓미군의 도움으로 국방을 유지하는 나라가 어떻
  게 미국 정부가 乾坤一擲(건곤일척)으로 추진하는 NMD(NATIONAL MISSILE DEFENSE)문제에 있
  어서 러시아편을 들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 깔려있는 기사이다. 최근의 남북한 접근 움직
  임을 러시아와 중국이 이용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이 대륙세력편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아
  닌가 하는 미국인들의 의심도 느끼게 해준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2월26일자에는 李光耀(이광요)와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이런 問答(문답)이 눈길을 끈다.
  질문: 남북한 당국자 사이에 진행중인 대화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답: 나는 중국의 지도부가 김정일을 설득하고 지원하여 남한 및 외부 세계와 접촉, 개방하
  는 길로 나아가도록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시작되기 前週(전주)에 김정일은 북경을 방
  문했습니다. 평양에서 그들이 만났을 때 나는 江澤民(강택민)과 함께 북경에 있었습니다.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문제를 냉정하게 보십시오. 북한과 중국이 진정으로 한국
  의 재통일을 원합니까. 아닙니다. 왜냐 하면 재통일은 남한을 더욱 강대하게 만들 것이며
  중국은 완충국가를 잃게 됩니다. 김정일이 권력을 포기하려고 할까요. 아닙니다. 그러나 그
  들이 재통일을 희망하면서 평화를 논한다면 주한미군이 결국은 떠나야 한다는 방향으로 압
  력을 넣게 됩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어들 것입니다.
  
  이 인터뷰에서도 李光耀(이광요)는 남북한의 대화를 이용하여 중국과 북한이 미국측의 영향
  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에서 우리는
  남북한의 대화무드가 중국, 러시아, 북한이 연대하여 한국을 反美로 몰고 가지 못하도록 신
  경써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대륙세력과 묶여질 때
  쇠퇴했고, 미국과 같은 해양세력과 이어질 때 흥했다. 미국, 일본, 서구 등 해양세력은 선
  진국이고 중국,러시아, 북한은 후진국 내지 중진국이다. 선진국과 친하게 지내야 좋은 것들
  을 배우게 된다. 민주주의, 과학, 시장경제 등등이 모두 해양문화권의 선진국에서 도입해온
  것들이다. 우리는 대륙세력과 적이 될 필요는 없으나 외교 국방의 기본축은 역시 미국 등
  해양문화권 국가와의 협력체제에 연결시켜두어야 한다.
  왜냐 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 영토적 야심이 없고 상대적으로 신사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 북한, 러시아로부터 당한 것과 미국인들로부터 당한 것을 비교하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