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 탈북자동지회
  수신: 탈북자 동지들에게
  
  10월18일 오전10시 탈북자동지회 사무실로 한 통의 택배가 배달되었습니다. 발신처는 서울 경기대 총학생회실이었고 발신자는 그 학교 총학생회장인 임지훈이라는 학생이었습니다. 밀봉된 봉투를 열어보니 작은 포장상자 안에 검은테이프로 '×'표가 된 마스크와 <황장엽에게 보내는 결사대 공개면담 요청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민족끼리 자주통일하자는 7천만겨레의 일치된 발걸음이 높아지고 있고, 전세계 평화애호민중들 역시나 한반도의 평화적통일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황장엽 씨는 9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입만 열면 '반북모략과 민족대결을 부추기고 미국과 놀아나며 한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 명예회장이 미국에 가서 북한에 대해 증언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기 위해 '결사대'를 꾸렸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 조직을 '애국적인 조직'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개인의 자유에 따라 말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입니다. 그들이 무슨 권리로 개인의 발언권과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단 말입니까? 이런 발상자체가 그들이 얼마나 민주주의적인 소양이 갖춰져 있지 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번 황 명예회장의 방미를 앞두고 숱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이런 '결사대'라는 웃지 못할 조직까지 꾸려질 정도입니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황 명예회장의 발걸음을 막으려고 할까요. 북한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고통받는 북한 인민을 구원하자는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우리는 북한 땅에 부모와 형제들을 두고 온 사람들입니다. 나서 자란 그곳을 어쩔 수 없이 떠나온 우리들입니다. 우리들 중에는 식량난으로 굶주려 죽은 가족을 묻고 온 사람도 있고 정치범수용소에서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수감되었다가 탈출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두만강을 건너나 혹은 메콩강을 건너다 숨진 동료를 묻고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피말리는 긴장속에 중국 경찰의 체포의 위협을 피해 숨죽이며 몇 년을 산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 고통을 모두 견디며 목숨으로 건너 온 곳이 바로 이곳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그런 우리들이, 두고 온 가족을 잊지 않고 하루빨리 우리 부모형제들의 고통을 풀어주기 위해 결성한 탈북자 단체에 대해, 이런 '공개면담요청서'를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경고장'을 보내기 위해 50 여명의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솟게 합니다.
  
  탈북자 동지들
  그들은 '우리 민족끼리'를 주장하지만 거기에는 우리의 부모형제인 북한 인민들은 없습니다. 또한 그들은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한 북한의 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듣고서도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그들의 닫힌 귀와 마음을 무엇으로 열어 주어야 하겠습니까.
  
  탈북자 동지들
  북한의 현실을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우리가 겪은 북한을 이야기 해줍시다. 그들이 듣지 않더라도 우리가 겪은 이야기들을 낱낱이 이야기 해 줍시다. 굶주림의 고통을 당해 보지 못한 그들에게, 죽음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그들에게,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그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줍시다. 2003년 10월20일 오후 2시에 탈북자동지회에서 그들을 만나봅시다.
  
  * 항의 전화를 제안합니다.
  - 결사대 대장은 현재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장 '임지훈' 학생입니다.
  - 연락처: 02-390-5173
  
  * 인터넷 항의 시위를 제안합니다.
  - 범청학련 남측본부 http://bchy.jinbo.net/
  - 한총련 http://hcy.jinbo.net/
  
  * <황장엽 방미 저지 결사대> 집결 시간과 장소
  - 10월 20일 월요일 오후 2시 탈북자동지회 앞
  - 탈북자동지회 사무실 오시는 길(지하철 5호선 4번출구, 출구방향으로 100미터 정도 직진하시면 오른쪽에 '농수산물도매법인협회 2층' 빌딩이 있습니다.
  - 자동차: 롯데잠실-송파대로-가락시장-경찰병원방면-경찰병원 지나서 송파경찰서 방면-송파경찰서 못 가서 '농수산물도매법인협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