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에 의한 對北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의 생존과 한국인의 안전에 필수 불가결한 피아구분과 선악구분을 거의 마비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남북 무장 대치상황은 한 쪽의 성공은 다른 쪽의 실패이며, 한 쪽의 영구적 생존은 다른 쪽의 영구적 멸망이란 제로 섬 게임의 구조이다. 이는 또 한 쪽은 악이며 다른 쪽은 善이란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다.
  다행히도 그 한 쪽인 대한민국은 세계사의 흐름에 편승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 향상에 기여하는 발전 방향을 선택함으로써 善의 편에 확실히 섰다. 김일성-김정일 정권은 남침 전쟁으로 300만 명, 정책실패로써 300만 명의 인명을 희생시켰고 국제사회에서 온갖 테러, 납치, 마약판매 등의 범죄를 자행함으로써 惡의 편에 섰다.
  이 선악관계는 수정이나 교체가 불가능하다. 평화공존, 평화통일로써도 지울 수 없는 역사의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가.
  한반도에서 우리의 주적은 김정일 정권과 남한내의 親김정일 세력이다. 우리의 동지는 대한민국 수호세력과 핍박받는 북한동포이다. 우리의 적은 악이며, 우리의 동지는 善이다. 김정일과 친북세력은 不義이고 우리는 正義이다. 이 기본관계는 앞으로도 영구히 수정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법률과 도덕은 이런 가치관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흔들리면 작은 데서부터 혼란이 발생한다. 지금처럼.
  김대중 대통령의 소위 햇볕정책은 남북 화해란 환상적 정치용어를 무차별적으로 구사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영구불변인 이 선악 개념을 혼란에 빠뜨렸다. 金대통령은 反민족, 反인류 戰犯인 김정일을 노벨 평화상의 파트너 자격자로 묘사하고 그의 무지막지한 억지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의 정의감과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 민족 화해란 말을 남발함으로써 敵의 악마적 범죄행위까지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좋다라는 가치혼돈의 유행을 만들었다. 그는 또 북한정권의 인권 탄압과 북한인민들의 자유갈망에 대해서는 침묵함으로써 북한에서 자라나고 있는 민주화의 씨앗을 외면했다.
  그는 경의선 복구 공사를 하면서 主敵이 지뢰철거를 거부하고 있는 데도 前線上의 우리쪽 지뢰를 먼저 철거함으로써 국지적으로는 일방적 무장해제를 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현대 그룹이 김정일에 갖다바친 금강산 관광료는 북한정권이 무기를 사고 군비를 강화하는 데 쓰였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측이 부도위기에 몰리자 정부측이 정부투자 기관인 관광공사를 시켜 금강산 적자 관광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국민세금으로(만약 남북교류기금을 쓴다면) 主敵의 무기 구입 자금을 댄다는 의혹을 부를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런 對北정책이 불러온 한국 사회의 가치관 顚倒 현상, 그 연장선상에서 남한내의 親김정일 세력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공연하게 외치면서 거의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통일세력이요 민주세력이며 개혁세력이자 진보세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애국인사들을 보수, 반동, 극우, 反통일 세력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규제하기는커녕 비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자유투사 황장엽씨의 언론자유는 제한하면서 국정원이 거물 對南공작원이라고 지명한 송두율의 국내언론 집필 활동을 방치했다. 북한정권의 간접침략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조직의 거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있는 국정원은 공문서에서 '김정일 위원장께서는...'이란 표현을 쓰는가 하면 황장엽씨 등 탈북자들이 만드는 잡지가 김정일을 계속해서 공격하자 발간중단 시켰다. 거의 같은 시기에 시중 서점엔 북한 노동당 기관지가 아닌가 하는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잡지가 등장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런 정책은 드디어 군지휘부의 국방의지를 마비시켰다. 휴전 이후 처음으로 영해를 공연히 침범한 북한 선박에 대해서 공포 한 발도 쏠 수 없게 한 것이다. 군 지휘부는 이런 자신들의 행동을 '6.15정신에 따라서'라고 부끄럼 없이 설명하고 있다. 난데 없는 가상적 통일열기를 확산시킨 6.15선언과 김대중 대통령을 매개로 하여 진행되고 있는 김정일의 최근 對南평화공세는 마침내 국군 지휘부의 뇌리에 파고들어 피아구분과 선악구분을 약화시킴으로써 즉각적이고 자동적이어야 할 군사행동을 유치한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영해침범 북한 선박의 도도한 발언과 우리쪽의 비굴한 발언이 녹취된 대화록을 읽어본 군인들은 양심과 자존심이 있다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국군 지휘부는 지난 수년간 북한군이 사상최대의 군사훈련을 감행하고 병력을 남진시켜 휴전선에 집중배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미군이 그 정보를 흘리기 전에는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주적에 대해서는 굴종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선의의 파트너가 되어야 할 야당과 비판언론에 대해서는 아주 용감하게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용기가 정직과 정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감정과 욕심에 근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세 사나이의 장난기어린 모의를 북한측에 총격요청을 했다고 과장하여 총풍사건을 만들고 중소기업 규모의 언론사에 대하여, 특히 김정일을 비판하는 강도가 센 언론사들에게는 더 집중적으로 세무조사를 하더니 재벌에게보다도 더 많은 세금을 추징했다. 金대통령의 주적은 김정일이 아니고 야당과 언론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대통령과 국군 지휘부가 나서서 피아구분과 선악구분과 불의와 정의 개념을 혼돈시킴으로써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를 모르게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체제의 생존과 자신들, 그리고 후손들의 안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군지휘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심하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적과 내통하지 않나라고까지 의심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일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지도자를 맹종하는 것은 멸망의 길로 치닫는 길이다. 1930년대 독일인들은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히틀러가 악마와 내통하는 것을 의심하지도 감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인류에게 사상최악의 재앙을 안겨다 주었다. 선거에서 당선되었다는 것이 자동적으로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지금 김대중 대통령과 그 부하들이 북한과 관련하여 하고 있는 일들 중에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것들도 있다. 국민과 국회는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고발, 탄핵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견제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한국적 현실이 있다. 국민과 국가를 위태롭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뀐 다음에라도 그 불법 행위를 문제삼아 처벌해야 정의가 선다. 그럴려면 지금부터 자료와 정보를 수집해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런 정보가 많은 기관이나 부서에선 그런 정보가 파기되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앞으로 1년 반 정도면 대한민국의 안전을 수호할 책임에서 면제되지만 이 땅에서 대대로 뼈를 묻고 살 각오가 되어 있는 우리 국민들에겐 안보의 책임이 무기한이다. 안보의 책임을 대통령과 국군에게만 맡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퇴임 이후에 이민갈 수도 이사갈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은 이동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