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김일성의 남침 전쟁 51주년 기념 참전용사 위로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대목이 있는 연설을 했습니다.
  '한국 전쟁은 어떠한 성격의 전쟁이었습니까?. 그것은 2차 세계 대전 후의 세계에 있어서 공산주의의 야망의 확대를 허용하느냐, 좌절시키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였던 것입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세계를 공산화하고자 하는 스탈린의 야망은 본격화되었습니다.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도처에서 공산주의는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전쟁은 발발했던 것입니다.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다리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산화를 꿈꾸는 소련에게는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거점이었던 것입니다. (중략). 3년이라는 세월 동안 공산주의와 싸우면서 수백만 명의 유엔군과 한국군, 그리고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 또는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그들의 희생의 덕택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평화를 찾게 되었고 우리의 자유는 보존되었습니다. (下略)>
  金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직후인 작년의 6월25일 남침전쟁 50주년 기념식에서는 이런 대목이 있는 연설을 했습니다.
  <한국전쟁은 단순히 남한만 공산화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탈린의 목적은 당시 취약했던 일본을 포함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산지배에 대한 음모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략)>
  두 연설을 읽어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6.25남침 전쟁의 원흉을 스탈린으로 지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탈린의 지령을 받아 남침 전쟁을 직접 수행한 것으로 되는 김일성의 책임은 어떻게 되는가. 그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적어도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을 읽어선 알 수가 없습니다. 한 50년 뒤 이 연설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6.25남침 전쟁은 스탈린만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할 것이 분명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300만의 인명을 희생시킨 이 전쟁이 북한정권과 김일성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연설문엔 북한정권, 북한군, 김일성이란 단어가 아예 없습니다.
  남침전쟁의 성격을 규정할 때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이런 단어를 굳이 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도 북한정권과 김정일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인가. 우리가 이렇게 하면 저들도 온건하게 나올 줄 알아서 적당히 얼버무린 것인가.
  대한민국 정통성의 수호자이자 국군의 최고사령관이 국가와 국군의 존립에 직결되는 6.25 남침 전쟁의 성격과 책임소재에 대해서 이처럼 두리뭉실하게 넘어간 것은 중대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첫째, 국가가 절대로 양보해선 안되는 원칙을 내준 격이 됩니다. 6.25가 김일성의 적화통일 야욕과 스탈린의 사주에 의해서 일어났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고서는 국군의 정훈 교육도 국가의 역사교육도 국민의 도덕교육도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비겁한 남침을 자행한 집단과 오늘도 대적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우러나는 정의감과 적개심이 바로 국군 정신 전력의 핵심이자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의 핵심인 것입니다. 피해자가 누구로부터 그 피해를 당했느냐 하는 의식을 잊어버리면 그런 피해를 또 당하게 됩니다. 아무리 북한정권과 대화를 해나가고 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꼭 해야 할 말을 못하게 된다면 그런 굴욕적 대화는 반드시 우리에게 불리한 결과를 부를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북한정권과 김일성-김정일을 악으로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6.25의 책임소재에 대해서 얼버무리는 것은 한국인의 도덕교육을 망치는 일입니다. 한국인의 도덕관, 그 기초엔 김일성-김정일 정권은 惡이란 대전제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6.25 때 희생된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북한정권의 하수인인 간첩들을 처벌하는 것입니다. 김정일 정권은 惡이란 대전제가 있기 때문에 통일도 북한체제를 흡수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헌법상의 법리가 나온 것입니다. 김정일 정권이 惡이므로 그들은 민족사의 이단이고 국가가 아닌 反국가단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惡을 쳐부수기 위해서 젊은이들이 군 복무를 해야 하고, 기피자는 사회적으로 규탄되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책임 있는 시민의 역할을 할려면 이런 선악구분과 여기서 파생하는 정의감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6.25남침 전쟁의 책임자는 누구이며 이를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하는 기본 요소에 대해서는 대통령부터 지겟꾼까지 아무런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그런 도덕 교육에선 가장 큰 교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점을 분명히 언급하여 국민들을 깨우쳐두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의 리더십이자 안보교육인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러나 6.25남침 전쟁의 책임소재를 얼버무림으로써 한국인의 정의감과 도덕관을 약화 내지 혼란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감동한 북한정권은 그들이 저지른 6.25에 대해서 참회하는 자세를 보였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 정반대입니다. 북한정권의 대남 공작 기관인 한민전은 지난 6월25일자 성명을 통해 6.25전쟁을 '세계전쟁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파렴치하고 날강도적인 침략전쟁, 가장 범죄적이고 야만적인 살륙전쟁'이라 규정하고 '미제는 북을 침략하려고 필사적으로 발악했으나 결국은 수치스러운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이날짜 로동신문은 '미제가 도발한 조선전쟁은 전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며 나아가서 아시아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강도적 침략전쟁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설은 또 '6.15북남 공동선언의 이행에 제동을 거는 온갖 민족반역세력을 폭로 단죄하며 통일애국세력의 단합된 힘으로 그들에게 결정적 반격을 가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 사설은 '남조선에서 미군을 지체없이 끌어내가야 한다'고 썼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해 평양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김정일이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까지도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이라고 자랑해왔는데 이날 북한정권의 기관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6월6일 현충일에 김 대통령이 국립묘지에서 추도사를 통해서 6.25-아웅산 테러-대한항공 폭파 전범 집단의 수괴인 김정일의 서울답방을 요구한 것이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똑 같은 이유로서 이번 6.25 기념사 또한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다는 지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