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동아, 중앙 세 신문사는 물러설 수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권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독자들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권력앞에서 굴복하고싶어도 수백만 독자들의 부릅뜬 눈이 두려운 것이다. 권력과 맞서도 당하고 독자들을 배신해도 당한다면 신문은 권력과 맞서서 당하는 편을 택하게 되어 있다. 권력의 매는 일시적이지만 독자들의 매는 영원한 타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가끔 독자들 때문에 용감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기자들을 용감하게 만든다. 세 신문 가운데 권력에 굴복하는 신문은 끝장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국민 다수가 이번 사태에 있어서 세 신문을 지지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정권으로부터 매를 맞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세 신문이 김정일 비판에 앞장섰기 때문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즉, 이 싸움의 본질은 언론과 권력이 아니라 권력과 대한민국적 가치관의 대결인 것이다. 세 신문사는 대한민국적 가치관-자유민주주의 체제, 승공통일, 민족사의 정통성-을 지켜내려고 했던 데 비해 김대중 권력은 김정일에게 이런 가치를 너무 싼 값에 양보했던 것이다.
  신문의 운명은 시장, 즉 독자들의 선택속에서 결판나야 한다. 시장경제는 언론자유의 최후 보루이기도 한 것이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동전의 양닢인 이유이며, 김대중 정권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간판으로 내걸면서 실은 두 제도를 약화,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 체제에 대한 도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