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불황현장 취재 때 '우리 가게는 괜찮다'고 했던 두 사람이 우연히 어제와 오늘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불황 현장 취재 그 이후'를 취재하게 되었다. 한 사람은 강남에서 일식집을 하는 사장이고 한 사람은 울산에서 옷가게를 하는 내 친구이다.
  
  모사장은 한숨을 푹 쉬더니 '요즘 완전 불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재 당시만 해도 그는 '아직 강남은 괜찮다'고 하더니 지금 강남의 많은 음식점이 문닫을 처지에 처했다고 얘기했다. 일식집과 복집의 경우 여름에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에 겨울 한철 장사를 잘해 그 다음 여름을 난다고 한다. 그런데 올 겨울에 장사가 통 안되어 내년 여름에 문닫는 가게들이 속출할 거라고 했다. 그의 일식집도 지금 손님이 25% 가량 줄었다고 한다. 그 정도면 아주 양호한 성적이란다. 현재 50%까지 매출이 떨어진 음식점이 많다는데, 50%가 떨어지면 식당은 문닫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모사장의 일식집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일식집이고, 그가 얘기하는 음식점은 강남의 잘 나가는 음식점들이다. 대개 강남 요지에 자리잡고 있다. 돈 마를 날이 없다는 강남의 음식점이 이 지경이니 더 말해서 뭐하겠는가.
  
  울산에서 옷가게를 하는 친구가 안부인사 차 전화를 했길래 '요즘 장사는 어떠냐'고 했더니, 한숨부터 쉬었다.
  '니가 취재할 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6월부터 장사가 안되더라. 옷은 계절을 많이 타니 그러려니 했다. 여름에는 다들 옷을 잘 안 사입으니 가을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겨울이 다가오는 데도 통 장사가 안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러니 정말 걱정이다.'
  
  울산이 장사 안 된다면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강남보다 더 돈 마를 날 없는 곳이 바로 울산이다. 울산시민의 50% 이상이 대기업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다. 울산은 부자와 극빈자 비율이 적고 중간층이 많은 곳이다.
  
  내 친구는 남편이 퇴직한 후 부산에 가서 한 2년 정도 장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내게 말해주었다.
  '부산은 울산과 너무 다르다. 몇몇 반짝하는 동네만 장사되고, 일부만 잘산다. 동네마다 편차가 너무 크다. 나는 부산 가서 우리나라에 가난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울산에서 그런 걸 못 느꼈는데, 내가 너무 우물안 개구리였던 것 같다.'
  내 친구는 서면과 좀 떨어진 망미동에서 장사를 했는데, 부산은 불경기가 일찍 와서 통 장사가 안 되는 바람에 2년 전쯤 다시 울산으로 왔다. 그동안 장사가 잘 되었는데, 지난 6월부터 어려워졌다고 한다. 현재 내 친구의 가게는 주택가에 있다. 번화가가 아니어도 쏠쏠하게 잘 되었다는데, 이제 좋은 시절 다 가버렸다며 걱정하고 있다. 울산까지 불경기가 닥쳤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언제 이 경기가 회복되려는지.
  
  어제, 밤 12시 30분 경에 광화문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동안 도로에 내려서서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빈 택시가 줄지어 다니고 있었으니... 영등포 로터리가 인적이 끊긴 것처럼 적막했다. 아저씨에게 요즘 정치권에 대한 승객들의 반응이 어떠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말할 기분들이 아니에요. 다들 입 꾹 닫고 다니지요. IMF 때는 그래도 돈들 받아서 퇴직해 괜찮았는데, 이제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신용불량자가 많아 카드들도 못쓰니 원.'
  
  정치가들이 지지든 볶든 경제만 제대로 돌아가면, 그나마 다들 안심을 할텐데... 하긴 정치가들이 제대로 못하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지. 불황이 점점 더 깊어만 간다니, 심상치가 않다. 타개책이 과연 뭔지, 정치권은 알까?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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