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족 중국인들이 넘쳐난다. 연변, 하얼빈, 청도, 심양 등지에서 한국으로 돈을 벌러 온 이들 조선족 중국인들은 한국말도 잘하고, 중국어도 잘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특히,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은 한 달에 180만원을 주면서라도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가정부들을 입도선매중이다.
  
  이들 중에는 북한에서 일정기간 일했거나, 친지방문을 했던 사람들도 참 많다. 이들과 직접 대화를 나눠 본 사람들이 확신하게 되는 게 한 가지 있다. 북한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우연한 기회에 이런 조선족 중국인들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돈을 벌어, 중국에 집을 몇 채씩 소유하고, 대형 빌딩까지 소유하고 있는 재벌급 조선족 중국인들이다. 자식 유학보내려고 혹은 집 사주려고 계속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당, 공장, 호텔 등에서 더럽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알고보면 한국인 고용주들보다도 이들이 더 부자들이니, 이들 앞에서 돈자랑하거나 행여 선진국이라고 거드름 피우다가는 뒷전에서 엄청난 욕을 먹는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한국 정치인들이나 대학생 중에 북한을 좋게 말하는 사람들은 북한에 꼭 한 번 가봐야 한다'
   '처음에 한국에 와서, 대학생들이 시위할 때 찌라시를 우연히 읽고 너무나 놀랐다. 그 아이들은 반드시 북한을 가봐야 한다.' (89년, 이산가족 상봉 케이스-KBS 주관 -로 한국을 방문했던 조선족 중국인 여성. 이 여성은 북한에서도 거주한 경험이 있었다)
   '북한사람들도 TV, 라디오 등을 몰래 소지한 채, 남한 방송을 많이 들어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안다'
   '믿을만한 친척들이 모이면, 김정일 죽어야 우리가 산다, 빨리 죽어야 한다, 암살이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항상 나온다'
   '북한 주민 대부분이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두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면, 긴가민가 하겠지만, 만나는 조선족 중국인마다 거의 똑같은 얘기다. 동독붕괴 前夜(전야) 같은 상황이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동독보다는 훨씬 천천히, 조용히,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일 뿐. 나는 바보 같게도, 이렇게 되묻곤 하다가, 몇 번 똑같은 대답을 듣고는 그만 두었다.
  
  '북한에서는 라디오나 TV 를 갖고 있다 해도, 채널을 고정시키거나, 북한 방송만 들리게
  기계를 아예 고치기 때문에, 남한 방송을 듣지 못한다고 하던데요?'
  
  이제는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북한에서 일했거나, 북한을 방문했던
  조선족 중국인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누가 그런답니까? 북한의 오지산골에서도 라디오, TV 숨겨놓고 남한방송 보는 사람 많습니다. 제 고향인 중국 칭따오(청도)에서도 한국 방송이 다 잡히는데, 북한에서 못 보겠습니까? 북한 사람이 바보인 줄 아십니까? 강냉이죽하고 옥수수 몇 개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비참하게 산다는 것조차 모른다면, 북한 사람이 인간입니까? 아무런 생각도 없는 소나 말이겠지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거야 잘 모르겠지만, 김정일 죽으면 북한도 확 바뀔 걸로 봅니다. 김일성, 김정일에 완전히 질려버려서 이제는 세습은 전혀 먹히지 않을 겁니다. 마땅히 세습시킬 자식도 없고. 개방하지 않으면 다 죽는데, 개방 안하겠습니까? 김정일 죽으면.'
  
  이런 식의 대화내용은 거의 엳두 번 정도(12 명의 조선족 중국인과의 대화내용) 반복되었다. 한반도의 미래를 '일정부분' 낙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