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현대 하이닉스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하이닉스는 12억5천만 달러를 해외에서 起債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엔 약44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융지원을 채권단으로부터 받았다.
  그런데 최근 두 달 사이에 반도체 값이 70%나 폭락했다. 이렇게 되자 현대측에선 올해 말로 만기가 도래하는 10억 달러의 부채 상환 연기를 요청하고 나온 것이다. 하이닉스측은 기채한 돈으로는 시설투자를 해야지 부채 상환에 써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부채 상환에 돈을 쓰면 기술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1/4분기 이 회사는 약5400억원의 적자를 보았다고 한다. 작년 동기엔 약500억원의 적자. 올해 1/4분기 매출액은 작년의 2조2천억보다도 줄어든 1조7600억원.
  정부가 그토록 특혜를 주어도 하이닉스의 장래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한 원인은 실질적 오너인 정몽헌씨의 對北행각일 것이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은 5월호 월간조선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걱정했던 것은 건설을 비롯한 주력기업을 맡아 분리된 현대그룹의 총수가 된 MH(정몽헌)가 너무 많은 시간을 대북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건설회사는 국내외에 수십, 수백 개의 사업장을 벌여놓고 있는데 건설 현장은 늘 새로운 상황이 생겨나고 최고 경영진이 즉각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 발생합니다. 김정일을 만나러 간다고 최고 경영진이 북한에 들어가서 며칠이고 연락이 되지 않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총수의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면 아랫 사람들의 마음도 달라지게 마련이고 회사 전체의 분위기도 확 달라집니다. 그렇게 진취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던 현대건설의 분위기가 왜 요즘처럼 바닥에 내려 앉았는가, 그 원인은 대북 사업 때문이었습니다. 현대가 북한에 쓴 돈의 액수보다는 총수가 그 일을 하느라고 주력 사업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던 것, 현대의 진정한 위기는 여기에서 왔다고 봅니다'
  현대건설과 현대 하이닉스 두 회사가 대북사업 기간중 결정적으롤 부실이 된 데 대한 이명박씨의 설명은 부분적으로나마 부실의 한 원인을 설명해준다. 이상하게도 북한과 밀착되었거나 교섭한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은 그 뒤가 좋지 않았다.
  7.4공동 성명의 성사시킨 이후락 당시 정보부장, 1986년에 북한에 들어가 김일성과 만났던 장세동 안기부장과 박철언 특보, 김우중 대우 그룹 창립자, 문선명 통일교 설립자, 고합 그룹의 장치혁씨 등등. 이런 악연의 연장선상에 있는 그룹이 현대이고 김대중 대통령이다. 이들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악마적 정권인 김정일의 도움을 받겠다든지, 그와의 만남을 국내 상황에 이용하겠다든지, 그와의 만남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욕을 채우겠다든지 하면 반드시 헛점이 생긴다. 기업인은 돈벌이에 전념해야 하는데 허영이 생기고 정치인은 국가 경영에 전념해야 하는데 사리 사욕을 탐하게 된다. 더구나 상대가 푸틴이나 강택민 정도이면 몰라도 희대의 악마적 인간인 김정일을 추켜주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발상 자체 속에 이미 필연적인 멸망의 요인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앞날을 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